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의 유쾌한 파라독스 <멍청한 백인들>
지난 5월26일 폐막한 칸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보울링 포 컬럼바인>이었다. 99년 미국 콜로라도주의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고교생 총기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추악한 면모를 고발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로는 47년 만에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마이클 무어의 작품들은 이번 칸 진출작을 포함해 신랄한 비판 못지않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유머로 유명하다.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는 한 개인의 투쟁을 그린 <로저와 나> <더 빅원> 등은 여러 나라의 인권영화제의 빈번히 초청됐다.
미국 지배계층의 부도덕성에 대한 고발
지난 2월 미국에서 출간돼 지금까지 9주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멍청한 백인들>(나무와 숲)은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마이클 무어의 매서운 독설과 유머감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의 주제가 늘 그렇듯이 이번에 국내에 소개된 이 책도 ‘멍청한 백인들’(White stupid men)로 대변되는 미국 지배계층의 부도덕성과 폭력성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무어는 어이없는 선거부정으로 오늘의 조지 부시를 백악관으로 보낸 2000년 미국 대선을 ‘순미국식 쿠데타’라고 부르며 다큐멘터리 찍듯 세밀한 부분까지 칼을 들이대 미국식 합리주의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깬다. 문제가 된 플로리다의 주지사인 조지 부시의 동생은 한 데이터베이스 회사에 의뢰해 플로리다 선거인 명부를 조사해 전과혐의자들의 이름을 다 빼게 했다. 덕분에 애꿎은 동명이인과 생일이 같은 사람들까지 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의 부인 역시 1만9천달러어치 보석을 밀반입하려다 걸린 전력이 있는 전과자였다. 이에 대한 무어의 코멘트는 이렇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나라 미국은 어떤 곳인가? 돈이 많거나 주지사 부시 하고 결혼한 사람은 기소를 하지 않는 나라다.’ 지은이가 주저없이 ‘또라이’라고 부르는 조지 부시 현직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도 무어의 날카로운 유머감각이 담겨 있다. ‘자네를 문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만이 아닐세. 부끄러워할 것 없다네. 자네말고도 그런 사람은 많으니까….자네가 문맹이라는 것이 노출되는 데도 자네에게 아무도 직접 묻지는 못한다네. 어린 시절 좋아한 책으로 <배고픈 애벌레>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책은 자네가 대학을 졸업한 후에야 출판되었다네.”
클린턴을 ‘미국의 역대 최고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는 지은이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날을 내리지 않는다. 각종 환경정책에서 ‘모션만 있었을 뿐’ 실제적으로 레이건 행정부 때보다 퇴보한 클린턴. 그가 수돗물 속 비소 비율을 감추고 법령에 사인하지 않다가 퇴임을 일주일 앞두고 서명했지만, 4년 후에 시행한다는 단서를 첨부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그 덕에 우리는 부시 행정부 기간에도 계속해서 독을 마실 수 있게 됐다. 참 고마운 분’이라고 한다. 지난 대선 때 랠프 네이더 후보 진영에서 선거운동을 한 무어는 선거 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 격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신이시여, 미국을 바꾸어 주옵시며…
무어는 미국 내 인종차별정책이나 민주당의 보수화뿐 아니라 남성우월주의, 환경오염, 팔레스타인 문제 등 지구상의 모든 문제에 대해 적절한- 그러나 정책입안자나 ‘우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릴 만한- 대안을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그가 절절하게 쓴 ‘민중의 기도’ 한 대목을 읽어보자. ‘신이시여, 잭 웰치를 자기가 오염시킨 허드슨강에서 수영하게 하옵시며,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자기가 만든 영화를 보고, 또 보고 또 보게 하옵시며, 제시 헬름스(동성애 혐오자인 공화당 상원위원)는 동성애자로부터 입맞춤당하게 하옵시며….” 책을 읽는 95%의 독자들에게는 통쾌함을 주지만, 5% 사람들은 단 두 페이지를 넘기는 데만도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한 특별한 책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무어는 어이없는 선거부정으로 오늘의 조지 부시를 백악관으로 보낸 2000년 미국 대선을 ‘순미국식 쿠데타’라고 부르며 다큐멘터리 찍듯 세밀한 부분까지 칼을 들이대 미국식 합리주의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깬다. 문제가 된 플로리다의 주지사인 조지 부시의 동생은 한 데이터베이스 회사에 의뢰해 플로리다 선거인 명부를 조사해 전과혐의자들의 이름을 다 빼게 했다. 덕분에 애꿎은 동명이인과 생일이 같은 사람들까지 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의 부인 역시 1만9천달러어치 보석을 밀반입하려다 걸린 전력이 있는 전과자였다. 이에 대한 무어의 코멘트는 이렇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나라 미국은 어떤 곳인가? 돈이 많거나 주지사 부시 하고 결혼한 사람은 기소를 하지 않는 나라다.’ 지은이가 주저없이 ‘또라이’라고 부르는 조지 부시 현직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도 무어의 날카로운 유머감각이 담겨 있다. ‘자네를 문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만이 아닐세. 부끄러워할 것 없다네. 자네말고도 그런 사람은 많으니까….자네가 문맹이라는 것이 노출되는 데도 자네에게 아무도 직접 묻지는 못한다네. 어린 시절 좋아한 책으로 <배고픈 애벌레>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책은 자네가 대학을 졸업한 후에야 출판되었다네.”

사진/ 마이클 무어는 <멍청한 백인들>에서 미국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그가 왕도둑으로 묘사한 조지 부시와 그 일당인 농림장관 앤 베네만,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에너지부장관 스펜스 에이브러햄(왼쪽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