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 잇따라 월드뮤직 대열에 합류… 재즈밴드 살타첼로가 세계화 이끌어
근래 세계 음악계의 화두는 역시 월드뮤직이다.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성공으로 불기 시작한 아프로 쿠반 재즈의 돌풍을 비롯해 브라질의 보사노바, 아르헨티나의 탱고 등 지구 반대편에서 면면히 이어 내려온 음악들은 이제 유럽과 미국, 그리고 아시아 동쪽 끝의 우리나라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 음악이 세계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음악 자체가 내뿜는 매력도 크지만 그 매력을 세계에 알리려는 외국의 뮤지션과 제작자들의 노력을 빼놓고는 이야기될 수 없다. 예를 들면 라이 쿠더라는 걸출한 제작자가 없었더라면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할머니·할아버지 뮤지션들은 여전히 작은 동네 클럽에서 노래하거나 담배공장에서 담배를 말고 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스탄 게츠와 찰리 버드가 없었다면 보사노바 역시 지금처럼 세계인들의 큰 사랑을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맛뵈기 서비스에서 세계인의 음악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나 가곡 등을 연주한 세계적인 연주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앨범 재킷에서 한복을 입은 첼로 연주자 미샤 마이스키나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도 있었고, 호세 카레라스는 얼마 전 발표한 성악곡집에서 대중음악인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음악가들의 한국음악에 대한 관심은 한국공연에서의 앵콜이나 한국시장용 음반의 보너스 트랙에 머물러 있었다. 한국팬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 차원의 관심인 셈이다.
99년과 2000년 내한공연에 이어 오는 6월7일부터 서울을 비롯해 전국 5개 도시 투어를 갖는 독일의 재즈밴드 살타첼로는 한국음악의 세계화라는 화두에서 가장 먼저 언급될 만한 뮤지션들이다. 피아노·첼로·베이스·드럼·클라리넷으로 구성된 살타첼로는 슈투트가르트 출신의 피아니스트 페터 신들러와 첼리스트 볼프강 신들러 형제가 주축이 돼 96년 데뷔한 퀸텟. 이들은 한국의 음반사 굿인터내셔널과 함께 작업하기 시작한 99년 2집 앨범 때부터 한국음악을 본격적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녹차를 두 번째 우려낸 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앨범 <세컨드 플러시>에서 우리 민요 <진도아리랑>은 첼로와 색소폰의 경쾌한 스윙리듬으로 변주됐고, 진양조로 변신한 <나그네 설움>은 첼로와 클라리넷이 음의 경계를 허물며 어우러졌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히 서양 뮤지션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호기심으로 보기 어렵다. 같은 리듬이 반복되는 <진도아리랑>을 유럽의 3박자 춤곡 파사칼리아식으로 해석하는 등 유럽인들의 정서와 재즈로부터 성장한 음악적 줄기에서 한국음악과의 접점을 탐구해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프랑스·이탈리아 등의 유럽무대에 설 때마다 관객들에게서 이 두곡이 유난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드러머인 헤르베레트 바흐어가 오래 전부터 한국인 음악가에게 전통의 리듬을 배웠다는 것도 이들이 남다르게 한국작품을 해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3집 앨범 <솔티드>에서 한국음악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한층 깊고 넓어졌다. 이 앨범에서 살타첼로는 <옹헤야> <강원도 아리랑>을 수록했고,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강강술래>를 세계적인 실내악단인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중모리, 중중모리장단으로 나아가다가 자진굿거리의 빠른 속도로 바뀌는 강강술래의 패턴이 현악 앙상블의 풍부한 화음과 재즈그룹의 열광적인 애드립으로 채색됐다. 재즈평론가 김진묵씨는 이 부분을 “우리의 독특한 정서가 세계화의 옷을 갈아입는 순간”이라고 표현하면서 “우리의 전통미학을 본딴 외국인들의 작품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실험적이고 순수 예술지향적 차원에 머무른 반면 살타첼로는 예술성과 함께 대중성까지 획득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연주음악도 세계적 뮤지션이 소개
살타첼로는 내한공연 때도 해금 연주자 강은일씨나 소리꾼 장사익씨 등과 함께 연주해왔다. 올 초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음반견본시 미뎀(MIDEM)에서 젊은 가야금 연주그룹인 사계와 <매그넘 가야금>이라는 신곡을 협연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번 한국공연에서는 판소리와 어우러지는 <사계> 등 다른 신곡들을 초연하고 스님들이 모이는 운문사의 대중방에서 산사 소리공양도 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전통음악뿐 아니라 한국 작곡가의 연주음악이 세계적인 뮤지션에 의해 외국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창작영화음악의 전성기를 연 조성우씨와 시크릿 가든, 스웨덴의 아카펠라 그룹 리얼그룹의 공동작업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올 초 개봉된 영화 <선물>에서 조성우씨 작곡의 타이틀곡 ‘선물’을 연주한 시크리트 가든은 그들의 베스트 앨범 <드림캐처>에 이 곡을 ‘The Present’(Sunmool)라는 제목으로 수록했다. 이 음반은 미국에서만 70만장 이상 팔렸다. 조성우씨가 음악을 담당한 신작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서 주제곡 ‘Sons From The Snow’을 부른 리얼그룹은 유럽에서만 3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팀. 이들은 이번 월드컵 전야제 때 연주초청을 받기도 했다. 조성우씨는 얼마 전 스웨덴으로 날아가 이 곡의 녹음과 프로듀싱을 하고 돌아왔다. 리얼그룹은 자신들의 다음 번 정규앨범 때 이 곡을 정식 수록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리얼그룹은 최근 세계적인 규모의 음반사 EMI와 계약을 해 이 곡 역시 조만간 월드와이드로 세계에 배급될 전망이다.
두 음반의 유통을 맡은 드림비트뮤직의 김상범 부장은 시크릿 가든과 조성우씨를 이어준 인물로 유럽시장의 한국음악 진출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미국시장의 벽은 여전히 높지만 견본시에 가서 한국의 음악적 정서가 유럽시장을 뚫는 게 그리 불가능해보이지는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유럽 뮤지션을 통해 한국음악을 소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시장 진출 낙관… 재즈계 관심 높아
한국음악의 해외진출은 아직 시작단계지만 앞으로도 가능성은 많이 열려 있다는 게 음반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지지난해 카운터 테너인 안드레아스 숄의 성악곡집 <뮤지컬 뱅큇>에서 <새야새야> <아리랑> 등을 수록했던 유니버설 코리아의 클래식 홍보담당 김은강 대리는 “숄을 비롯해 세계적인 성악가나 재즈 아티스트들이 한국민요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음반수록에 대한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배급되는 음반에 수록되는 한국음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열풍과 같은 남미음악 유행도 1950∼60년대부터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세계적 뮤지션들의 관심에서 시작된 점을 기억한다면 이제 물꼬를 튼 한국음악의 세계화 작업은 의미 있는 발걸음의 시작으로 보인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한국음악의 세계화가 궤도에 오르고 있다. 재즈밴드 살타첼로는 한국음악을 유럽의 정서에 연착륙시키고 있다.
99년과 2000년 내한공연에 이어 오는 6월7일부터 서울을 비롯해 전국 5개 도시 투어를 갖는 독일의 재즈밴드 살타첼로는 한국음악의 세계화라는 화두에서 가장 먼저 언급될 만한 뮤지션들이다. 피아노·첼로·베이스·드럼·클라리넷으로 구성된 살타첼로는 슈투트가르트 출신의 피아니스트 페터 신들러와 첼리스트 볼프강 신들러 형제가 주축이 돼 96년 데뷔한 퀸텟. 이들은 한국의 음반사 굿인터내셔널과 함께 작업하기 시작한 99년 2집 앨범 때부터 한국음악을 본격적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녹차를 두 번째 우려낸 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앨범 <세컨드 플러시>에서 우리 민요 <진도아리랑>은 첼로와 색소폰의 경쾌한 스윙리듬으로 변주됐고, 진양조로 변신한 <나그네 설움>은 첼로와 클라리넷이 음의 경계를 허물며 어우러졌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히 서양 뮤지션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호기심으로 보기 어렵다. 같은 리듬이 반복되는 <진도아리랑>을 유럽의 3박자 춤곡 파사칼리아식으로 해석하는 등 유럽인들의 정서와 재즈로부터 성장한 음악적 줄기에서 한국음악과의 접점을 탐구해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프랑스·이탈리아 등의 유럽무대에 설 때마다 관객들에게서 이 두곡이 유난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드러머인 헤르베레트 바흐어가 오래 전부터 한국인 음악가에게 전통의 리듬을 배웠다는 것도 이들이 남다르게 한국작품을 해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3집 앨범 <솔티드>에서 한국음악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한층 깊고 넓어졌다. 이 앨범에서 살타첼로는 <옹헤야> <강원도 아리랑>을 수록했고,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강강술래>를 세계적인 실내악단인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중모리, 중중모리장단으로 나아가다가 자진굿거리의 빠른 속도로 바뀌는 강강술래의 패턴이 현악 앙상블의 풍부한 화음과 재즈그룹의 열광적인 애드립으로 채색됐다. 재즈평론가 김진묵씨는 이 부분을 “우리의 독특한 정서가 세계화의 옷을 갈아입는 순간”이라고 표현하면서 “우리의 전통미학을 본딴 외국인들의 작품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실험적이고 순수 예술지향적 차원에 머무른 반면 살타첼로는 예술성과 함께 대중성까지 획득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연주음악도 세계적 뮤지션이 소개

사진/ 살타첼로는 2집 앨범 <세컨드 플러시>와 3집 앨범 <솔티드>에서 폭 넓은 한국음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