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8월6일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펜타포트록페스티벌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펜타포트록페스티벌 제공
엄마와 이름이 같은 가수의 노래를 만든 신중현
미셸 자우너의 1인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펜타포트록페스티벌 공연 무대였다. 미셸 자우너는 서울에서 태어나 한 살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버지가 미국인이고 어머니가 ‘이정미’씨인 아메리칸-코리안이다. 이 노래가 담긴 2021년에 낸 3집 앨범 《주빌리》(Jubilee·기념일 축제)가 그래미상에 ‘올해의 신인상’ ‘얼터너티브 앨범’ 후보에 오르고 ‘빌보드 2021’ 상반기 최고 앨범에 소개되는 등 축제 같은 날을 보내고 있다. 그가 한국어로 부른 <비 스윗>(Be Sweet)은 2022년 7월 발표된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한국어 가사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예지가 번역했다. 앨범에 담긴 영어 노래부터 황소윤이 참가해, 대륙을 넘나드는 협업이다. 이미 돌아선 이에게 달콤하게 대해달라고 말하는 이 사랑 노래는 뿅뿅거리는 사운드가 꽤 한국적이다. 2017년 자우너는 서울에서의 첫 공연 뒤 홍익대 근처 바에서 ‘신중현’ 노래를 들었다. 노래는 엄마와 이름이 같은 김정미의 <햇님>이었다. 시대를 초월해 마음을 사로잡는 노래였다. 한국의 큰이모(성우 이나미씨)에게 이야기했더니 큰이모는 “신중현을 어떻게 알아?”라며 이렇게 말했다. “너희 엄마랑 나, 둘 다 펄시스터즈를 되게 좋아했지. 특히 신중현이 만든 이 곡, <커피 한 잔>!”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를 자우너는 어머니와 듀엣을 하듯 옛날풍으로 부른다.웃음이 많은 그가 펜타포트 무대에서 <보디 이즈 어 블레이드>(Body is a Blade)를 부를 때는 눈물바람이었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뮤직비디오 화면으로 ‘정미씨’의 사진이 흘러갔다. 엄마를 잃은 슬픔을 노래한 곡이지만 노래를 부르다가 울음을 터트린 적은 없었다. 공연 뒤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가사에 ‘당신이 여기 없다면 이곳은 무엇인 걸까’(What’s this place if you’re not here)가 있다. 여기는 엄마가 있던 곳이고, 엄마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본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났다.” 
왼쪽부터 1집 앨범 《사이코폼프》, 3집 앨범 《주빌리》, 책 <H마트에서 울다>.
음식과 음악 그리고 엄마
3집이 발매될 즈음 나온 책 (한국어판 문학동네 2022년 2월 펴냄)의 겉장에도 크게 적혀 있다. “엄마가 이제 내 곁에 없는데 내가 한국인일 수 있을까?” 그 답이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라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 가면 운다.” H마트의 에이치(H)는 ‘한아름’의 줄임말이다. 떠듬떠듬 한글을 읽는 것과 달리 자우너의 입맛은 완전히 한국인이다. 음식에 대한 기억이 각별하다. 한국인조차 말로 재현하기 힘든 섬세한 한국 음식의 향연이다. 죠리퐁은 “플라스틱 카드로 숟가락을 만들어 (먹는) 캐러멜맛 뻥튀기”라고 설명하고, 비빔밥에 피망을 올려 낸다면 한국 음식이 아니라고 한다. 엄마는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라고 말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 자우너는 가족을 위해 된장찌개를 끓이고 심신이 힘들 때 잣죽을 끓여 먹는다. 어머니가 단련시켜준 입맛이 있었기에 ‘망치 여사’ 유튜브를 보고도 금방 그 맛을 흉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엄마의 유산이었다. 내가 엄마와 함께 있지 못한다면 내가 엄마가 되면 될 터였다.” 책의 맨 첫장은 “To 엄마”라고 적혀 있다. 영어 원서에 한글로 ‘엄마’ 글자가 선명하다.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29주 이상 이름을 올렸다. 음악과 음식, 둘 다 ‘음’자로 시작한다. 3집 앨범 커버에서 그는 감을 들고 있다. 곶감을 말리는 것처럼 늘어져 있다. “이 떫고 딱딱한 과일이 매달려 천천히 달콤하게 변하는 것이,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매우 적절한 비유처럼 느껴졌다.”(<롤링스톤스> 인터뷰) ‘엄마’도 음악과 갈마든다. 어머니를 간병하다 보낸 고향 오리건주 유진의 집에서 만든 앨범의 제목은 《사이코폼프》(Psycopomp, 영혼을 데려가는 사람, 2016년)였다. 어머니의 한국에서 찍은 사진이 앨범 표지다. 팀 이름은 늦게까지 잠 못 든 어느 밤, 인터넷의 사진을 보고 지었다. 그것이 ‘엑조틱’(이국적인)한 느낌을 주리라는 것을 노렸다. ‘재패니즈’라는 단어를 팀명으로 쓴 것이 한국인에게는 좀 섭섭할 수 있지만, 미국 내 마이너리티는 거기서 거기다. 그 감정을 미국에서 활동하는 시인인 캐시 박 홍은 <마이너 필링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인은 존재감이 별로 없다. 우리는 진정한 소수자로 간주될 만한 존재감조차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는다.” 자우너는 자신의 이국적인 외모를 내세우고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이번 무대에서도 그는 동양적인 파란색 비단 원피스에 땋은 머리를 했다. <모두 너를 사랑해>(Everybody wants to love you)의 뮤직비디오에선 한복을 입고 있다(그는 뮤직비디오를 직접 감독한다). 자우너는 서양인이 되어야 드러나는 존재감을 아시아인인 채로 피력하려 한다. 자우너는 인터뷰에서 “자신을 닮은 예술가를 찾는 게 어려운 혼혈과 아시아계 미국인이 노래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하면서 내 이야기가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 미국 H마트에서 한국 편의점으로
그는 <묶인 채로>(Posing in Bondage) 뮤직비디오에서 흡혈귀가 되어서도 편의점에 먹을 것을 찾으러 갔다(역시 그가 감독한 뮤직비디오다). 미국의 H마트를 벗어나 앞으로 한국의 편의점을 찾을지 모르겠다. 그는 1년간 한국에 머물며 매일을 기록해서 출판할 예정이다. “엄마가 한국에 1년 정도 있을 수가 있다면, 편의점에 모든 물건이 있듯이 그렇게 다채로운 걸 볼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초2 수준인 한국어를 좀더 잘하게 돼서 큰이모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인천=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