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중숙의 사이언스 크로키
미국의 프로야구, 그것도 메이저리그에서 당당히 활약하는 한국인 투수 중에 김병현 선수가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우승 반지를 끼었던 김 선수는 요즘 승승장구하며 ‘세이브’를 쌓고 있다. 김 선수가 속한 팀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Arizona Diamondbacks). 김 선수와 소속팀의 이름 사이에는 꽤 흥미로운 인연이 있다. 다이아몬드백스는 ‘다이아몬드 무늬의 등’이란 뜻이다. 방울뱀의 등에 새겨진 무늬를 말하는 것이다. 애리조나의 사막에 많이 살고 있는 방울뱀은 꼬리를 흔들어 방울소리를 내기에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
방울뱀에게는 또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보통 뱀과 달리 ‘옆으로 기어간다’는 점이다. 보통 뱀은 머리가 지나간 곳을 몸통과 꼬리가 그대로 따라가며, 구불구불한 곡선을 그린다. 그러나 방울뱀은 몸을 S자로 뒤틀면서 교묘하게 옆으로 가며, 그 자취도 S자가 옆으로 나열된 형태이다. 그래서 방울뱀을 사이드와인더(sidewinder), 즉 ‘옆으로 꼬는 놈’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특성의 방울뱀은 수학시간에 ‘차원’의 개념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기도 한다. 보통 뱀은 곡선상으로만 움직이므로 1차원적 존재이다. 그러나 방울뱀은 곡선을 벗어나서 움직인다. 2차원적 존재인 셈이다. 방울뱀이 어찌해서 이런 특성을 갖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사막의 뜨거운 모래 위를 잘 지나가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추측될 뿐이다. 몸통과 꼬리가 하염없이 머리만 쫓다가는, 뜨거운 모래 위에서 ‘장어구이’ 비슷한 ‘뱀구이’가 될지도 모른다. 이때 조금씩 점프를 하면서 옆으로 진행하면 뱀구이 신세를 모면할 수 있다. 모래와의 접촉이 잠깐씩이나마 차단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심장 근육이 있다. 우리는 운동이라고 하면 팔이나 다리의 운동부터 떠올리지만, 일생 동안 운동량이 가장 많은 기관은 바로 심장이다. 심장은 죽는 순간까지 운동을 멈출 수 없다. 당연히 오래 쉬는 것도 금물이다. 박동이 잠깐 멈추는 동안에 휴식을 취하는 게 고작이다. 마치 방울뱀이 잠깐 동안의 점프를 이용하여 몸을 냉각시키는 것과 같다. 이유야 어떻든 방울뱀은 보통 뱀의 행태를 떠나 새로운 차원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대견스럽기도 하다. 우리도 어떤 특출난 활약을 보이는 사람을 가리켜 “차원이 다르다”고 말하곤 한다.
사이드와인더라는 이름은 다른 곳에도 쓰인다. 먼저 미국이 개발한 공대공 미사일의 이름이다. 예전의 미사일은 애초에 발사한 방향으로만 진행하므로 명중률이 낮았다. 그러나 사이드와인더는 적기의 엔진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따라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기어코 쫓아간다. 다음은 야구에서 몸을 옆으로 뒤틀면서 공을 던지는 투수를 가리킨다(투수가 공을 던지기 위한 예비 동작을 와인드업(windup)이라 하며, ‘몸을 위로 꼬아 올린다’는 뜻이다). 김 선수는 잠수함 투수로서 공을 아래에서 던지므로 투구 폼으로는 사이드와인더가 아니다. 그러나 그의 공은 변화가 심하여 ‘마구’라고 불릴 정도다. 텔레비전에 비치는 그의 공은 정말 방울뱀을 연상시킬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한마디로 소속팀의 이름과 천생연분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불의의 홈런 두 방을 맞아 큰 위기를 겪었지만, 다행히 팀이 우승하여 김 선수의 신변과 마음에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올해는 더욱 기량이 높아져서 진정한 다이아몬드백스의 위력을 보여주리라고 기대해본다. 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sunchon.ac.kr

일러스트레이션/ 차승미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불의의 홈런 두 방을 맞아 큰 위기를 겪었지만, 다행히 팀이 우승하여 김 선수의 신변과 마음에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올해는 더욱 기량이 높아져서 진정한 다이아몬드백스의 위력을 보여주리라고 기대해본다. 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suncho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