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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장진영과 이나영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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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5-1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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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장진영(왼쪽), 이나영(오른쪽)
<후아유>와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대중에 대한 호소력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가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는 청춘 스타들이다. 조승우―이나영, 이정재―장진영 커플은 모두 감정이입을 효과적으로 유도하고 있는데, 남자배우보다 현격하게 좁은 여자배우의 층을 생각하면 이나영·장진영씨가 보여주는 존재감은 상큼하고 반갑다.

특히 돋보이는 건 장진영씨의 변신이다. 그는 지난해 최고의 영화로 꼽히기도 한 <소름>에서 도저히 헤어나올 길 없는 무겁고 절망스런 이미지의 선영으로 첫 주연작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참혹한 배역의 무게만큼 잠자리에서 끝없는 악몽에 시달린 그는 완전히 다른 작품을 소망했고, “따뜻하고 밝은 꿀물 같은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차분하고 맑은 심성이 도드라지는 연희 역은 <소름>은 물론이고 <반칙왕>의 걸걸한 레슬러 프로모터 이미지와도 다르다.

“나부터 맑아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희처럼 좀더 따뜻하고 착하게 주변 사람들을 대하려했고요. 그런데 제가 좀 보이시하잖아요. 목소리도 저음이고. 내가 지금껏 안 보인 여성성을 꺼내면 되겠구나, 했는데 처음에는 몸에 잘 안 맞는 옷처럼 불편했어요.”

이나영씨는 깨끗한 CF스타의 이미지다. 하지만 <후아유>에서 날개 꺾인 젊음의 우울한 그림자가 밴 배역을 차분하게 해냈다. 순수해보이는 커다란 눈망울이 자칫 그늘에 빠질 수 있는 인주에게서 알맞는 발랄함을 지켜냈다. 정작 그는 자신의 별명이 ‘애늙은이’라고 소개한다.

“신세대처럼 잘 놀지 못하고 보수적이고, 낯가림이 심해 아는 언니들하고 더 친해 주변 사람들이 지어준 별명이 애늙은이예요.”

어찌 보면 털털하고 수수하다 싶은 실제 모습이 인주라는 인물과 잘 어울린 셈이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루하루 그날이 아니면 못 찍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일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뿌듯해한다. 인어공주처럼 수족관을 유영하는 영화 속 인주와 달리 실제의 그는 어렸을 때 잠깐 수영을 배운 게 전부이고, 채팅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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