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으로 저변 확대해가는 국내 DVD 시장, 차세대 아닌 ‘우리세대’의 영상매체로
‘비틀스’ 이후 영국이 낳은 가장 세계적인 문화상품이라는 소설 <해리 포터>의 1부를 영화화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5월14일 국내에서 DVD 타이틀로 출시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타이틀 자체보다도 5월14일이라는 출시 날짜가 아주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할리우드 영화들은 북미 시장을 겨냥한 코드 1번 DVD 타이틀이 먼저 출시되고 나서 다른 지역코드를 가진 DVD 타이틀이 출시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그 반대이기 때문. 물론 할리우드 직배사의 정책 혹은 상업적인 전략에 의해 미국 시장과 함께 전 세계 혹은 특정 국가의 시장에서 DVD 타이틀이 동시 출시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처럼 북미 시장을 제치고 2주일이나 먼저 우리나라 팬들만을 위한 코드 3번 타이틀이 출시된 경우는 유일무이하다고 할 수 있다.
북미보다 한국 먼저 온 <해리포터와…>
이렇게 북미 시장보다 빨리 출시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DVD 타이틀은 우리나라의 DVD 시장이 그만큼 상업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영화라는 문화상품을 가장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찬사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된 DVD(Digital Versatile Disc·디지털 다기능 디스크)가 국내에 선보인 것은 지난 97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타이틀과 플레이어가 출시되어 뛰어난 화질과 음질 그리고 다양한 서플먼트(supplement·제작과정 다큐멘터리 등 DVD에 수록되는 추가적인 정보들)를 선보인 지 1년 만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DVD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무려 4년이나 지난 2001년 상반기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활성화가 늦어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비디오테이프(VHS)와 비교해서 월등히 뛰어난 DVD의 기능적인 장점이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알려지지 못했고, DVD 플레이어들이 상대적으로 고가여서 보급이 더딜 수밖에 없었으며, 소비자들이 편안하게 DVD 타이틀을 대여할 수 있는 대여점 또한 확장이 느렸기 때문이었던 것. 그러나 DVD가 초기 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출시되는 타이틀의 빈약함 때문이었다. 97년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된 타이틀이 고작 10여개에 머물렀고, 99년까지 출시된 타이틀을 다 모아도 100개 안팎인 상황이었다. 따라서 플레이어의 보급유무와 관계없이 극소수의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일반 소비자가 DVD에 흥미를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점에 미국에서 약 4500개, 유럽에서 약 1천개의 타이틀이 출시된 것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DVD 시장이 얼마나 낙후되어 있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초부터 상황이 급변해 국내 DVD 시장은 성공적으로 그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단 기존의 할리우드 직배사 몇개가 고작이었던 DVD 타이틀 출시사들이 크게 늘어났다. 국내 시장에서는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은 채 배급을 위탁하고 있던 매머드급 해외 직배사들도 연달아 DVD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고,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DVD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 배급사도 십수개로 늘어났다. 수적으로 급증한 배급사들이 본격적으로 DVD 타이틀을 출시하면서 현재는 한달에 100편가량의 신규 타이틀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에 영향받은 기존의 비디오 대여점들이 작게나마 DVD 대여를 병행하면서, 마니아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DVD를 대여해 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었다. 고전영화들 출시 붐 또한 PC나 노트북에 DVD롬을 장착해 타이틀을 즐기는 청소년층이 늘어난 것과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홈 시어터’와 ‘디지털 기기’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DVD 시장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이 유행을 따라잡기 위해 가전업체들이 중저가의 DVD 플레이어들을 시장에 많이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초기 DVD 시장에서 문제가 되곤 했던 타이틀의 품질문제도 자유경쟁에 힘입어 크게 개선되어 DVD 시장의 활성화에 한 부분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영화들까지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통한 화질의 보강, 돌비디지털 5.1EX나 디지털극장시스템(DTS)과 같은 사운드의 강화를 기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음은 물론, DVD 출시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다큐멘터리, NG장면 모음, 제작진·배우와의 인터뷰, 뮤직비디오 등의 방대한 서플먼트를 기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국내의 이러한 시장 저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반영하는 척도가 이른바 ‘레퍼런스급’이라고 불리는 타이틀의 판매량이다. ‘레퍼런스급’ 타이틀이란 기본적으로 영화의 완성도가 높고, 화질과 음질, 서플먼트 등 DVD 타이틀의 수준이 월등해 꾸준한 사랑받는 대작들을 의미하는 용어다. 2000년에 출시된 이래로 올 초에 무려 1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공상과학(SF)영화 <매트릭스>가 그 대표적인 예. 그 뒤를 이어 <라이언 일병 구하기> <벅스라이프> <글래디에이터> <진주만> <공동경비구역 JSA> 등이 10만장 판매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대표적인 레퍼런스급 타이틀들이다. 그만큼 DVD 타이틀을 직접 구매해 보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레퍼런스급보다 DVD 시장의 확대를 더 잘 보여주는 척도는 출시되는 타이틀의 다양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고전’이라 일컫는 과거 대작 영화들의 본격적인 출시 붐이다. <벤허> <닥터 지바고>와 같이 정말 ‘주옥같지만 오래된’ 영화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정리된 화질과 음질로 선보이고 있으며, <돌아오지 않는 해병>과 같은 우리나라의 고전도 ‘한국영화 걸작선’ 시리즈와 같은 이름으로 출시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른바 ‘박스 세트’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명작들을 한데 묶어서 출시하는 경향도 늘고 있는데, 1,2,3편의 영화는 물론 218분이라는 엄청난 양의 서플먼트를 담고 있어 유명해진 <대부 박스 세트>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LD처럼 단명한다고? 천만에!
이 밖에도 DVD 타이틀 시장은 영화뿐만 아니라 가깝게는 애니메이션에서 각종 공연실황이나 오페라, 스포츠 분야까지도 아우르며 일반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확산되어가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DVD가 과거 LD(Laser Disc)처럼 단명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제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졌다. 그보다는 오히려 DVD가 과연 기존의 비디오테이프 시장을 얼마나 대체할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DVD는 더 이상 ‘차세대’ 영상매체가 아니라, 우리 세대의 영상매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그렇게 활성화가 늦어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비디오테이프(VHS)와 비교해서 월등히 뛰어난 DVD의 기능적인 장점이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알려지지 못했고, DVD 플레이어들이 상대적으로 고가여서 보급이 더딜 수밖에 없었으며, 소비자들이 편안하게 DVD 타이틀을 대여할 수 있는 대여점 또한 확장이 느렸기 때문이었던 것. 그러나 DVD가 초기 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출시되는 타이틀의 빈약함 때문이었다. 97년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된 타이틀이 고작 10여개에 머물렀고, 99년까지 출시된 타이틀을 다 모아도 100개 안팎인 상황이었다. 따라서 플레이어의 보급유무와 관계없이 극소수의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일반 소비자가 DVD에 흥미를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점에 미국에서 약 4500개, 유럽에서 약 1천개의 타이틀이 출시된 것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DVD 시장이 얼마나 낙후되어 있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초부터 상황이 급변해 국내 DVD 시장은 성공적으로 그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단 기존의 할리우드 직배사 몇개가 고작이었던 DVD 타이틀 출시사들이 크게 늘어났다. 국내 시장에서는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은 채 배급을 위탁하고 있던 매머드급 해외 직배사들도 연달아 DVD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고,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DVD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 배급사도 십수개로 늘어났다. 수적으로 급증한 배급사들이 본격적으로 DVD 타이틀을 출시하면서 현재는 한달에 100편가량의 신규 타이틀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에 영향받은 기존의 비디오 대여점들이 작게나마 DVD 대여를 병행하면서, 마니아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DVD를 대여해 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었다. 고전영화들 출시 붐 또한 PC나 노트북에 DVD롬을 장착해 타이틀을 즐기는 청소년층이 늘어난 것과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홈 시어터’와 ‘디지털 기기’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DVD 시장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이 유행을 따라잡기 위해 가전업체들이 중저가의 DVD 플레이어들을 시장에 많이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초기 DVD 시장에서 문제가 되곤 했던 타이틀의 품질문제도 자유경쟁에 힘입어 크게 개선되어 DVD 시장의 활성화에 한 부분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영화들까지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통한 화질의 보강, 돌비디지털 5.1EX나 디지털극장시스템(DTS)과 같은 사운드의 강화를 기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음은 물론, DVD 출시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다큐멘터리, NG장면 모음, 제작진·배우와의 인터뷰, 뮤직비디오 등의 방대한 서플먼트를 기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국내의 이러한 시장 저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반영하는 척도가 이른바 ‘레퍼런스급’이라고 불리는 타이틀의 판매량이다. ‘레퍼런스급’ 타이틀이란 기본적으로 영화의 완성도가 높고, 화질과 음질, 서플먼트 등 DVD 타이틀의 수준이 월등해 꾸준한 사랑받는 대작들을 의미하는 용어다. 2000년에 출시된 이래로 올 초에 무려 1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공상과학(SF)영화 <매트릭스>가 그 대표적인 예. 그 뒤를 이어 <라이언 일병 구하기> <벅스라이프> <글래디에이터> <진주만> <공동경비구역 JSA> 등이 10만장 판매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대표적인 레퍼런스급 타이틀들이다. 그만큼 DVD 타이틀을 직접 구매해 보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레퍼런스급보다 DVD 시장의 확대를 더 잘 보여주는 척도는 출시되는 타이틀의 다양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고전’이라 일컫는 과거 대작 영화들의 본격적인 출시 붐이다. <벤허> <닥터 지바고>와 같이 정말 ‘주옥같지만 오래된’ 영화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정리된 화질과 음질로 선보이고 있으며, <돌아오지 않는 해병>과 같은 우리나라의 고전도 ‘한국영화 걸작선’ 시리즈와 같은 이름으로 출시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른바 ‘박스 세트’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명작들을 한데 묶어서 출시하는 경향도 늘고 있는데, 1,2,3편의 영화는 물론 218분이라는 엄청난 양의 서플먼트를 담고 있어 유명해진 <대부 박스 세트>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LD처럼 단명한다고? 천만에!

사진/ 헛바람인가. 실속있는 돌풍인가? 국내에 선보인지 5년 만에 DVD의 뿌리는 비디오 시장을 착실히 잠식해 가고 있다. 그 몇 가지 이유들이 분명하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