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유통망 디지털로 돌파
등록 : 2002-05-08 00:00 수정 :
국영 스튜디오와 검열 등 국가 통제의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국의 독립영화라면, 미국의 독립영화는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사적 자본의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걸 뜻한다. 킬러필름즈 대표인 프로듀서 크리스틴 바숑은 ‘미국 독립영화의 대모’로 불린다. 동성애 코드를 담은 <포이즌>을 시작으로 10대의 성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키즈> 등 지난 10여년간 만드는 작품마다 불꽃튀는 전복성을 담은 탓에 미국에서 격렬한 찬반 논쟁을 일으켜왔고, 2000년에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아카데미의 오스카상(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전주영화제는 바숑의 특별전을 마련했고, 바숑은 동생이 입양한 한국계 여성과 함께 전주를 찾았다.
독립영화만 제작하면서 돈에 크게 시달리기는 그도 마찬가지였다. “독립영화를 하려면 (투자자·배우 등이) ‘안 된다’고 하는 말에 익숙해져야 한다. 내가 제작한 영화들엔 모두 전쟁 같은 뒷이야기가 있다. <소년은…>은 제작비를 모으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이런 어려움을 헤쳐나간 바숑의 성공담에는 전통적인 독립영화 방식에 대한 도전이 자리잡고 있다. “대학 동창이기도 한 토드 헤인즈 감독과 <포이즌>(1991)을 제작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독립영화는 감독과 친구들, 한대의 카메라가 전부인 상황이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 싶었다. 예산규모에선 비교가 안 되지만 사운드나 촬영 등 할리우드의 뛰어난 제작방식을 끌어들여 자극적이고 독특하면서도 완성도를 높이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주어진 여건 안에서 최대한 이를 실현해왔다.”
쉼없는 논쟁의 촉발, 대중의 눈을 만족시킬 만한 완성도 등에 이은 아카데미상 수상은 스타들의 캐스팅을 수월하게 했다. 킬러필름즈는 현재 줄리언 무어와 데니스 퀘이드가 출연하는 <파 프롬 헤븐>과, <나홀로 집에>의 매컬리 컬킨 주연인 <파티 몬스터>를 촬영 중이다. 바숑은 “형편없는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고 그 다음엔 독립영화에 한번 참여해 죄책감을 면해보려는 스타들이 있다”며 “최근에는 찰리 신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웃는다.
미국 독립영화에 대해 할리우드 제작자는 물론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선댄스 영화제 등이 건재하기는 해도 예술영화관 감소 등 독립영화의 유통·배급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바숑은 전했다. 반면 흑인·동성애·여성 채널처럼 전문화·세분화한 유선방송사의 증가와 날로 발전하는 디지털 영상기술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전주=이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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