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줄 모르는 고대문명 탐험가 행콕
등록 : 2000-09-20 00:00 수정 :
그레이엄 행콕은 <신의 암호>(The Sign and The Seal, 까치), <신의 지문>(Fingerprints of the Gods,까치),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신의 거울>(Heaven’s Mirror, 김영사)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고대문명연구가다. 그의 책은 27개 언어로 번역돼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500만 이상의 독자들에게 읽혔다. 행콕은 인류의 선사와 역사에 관해 날카로운 질문을 제기하면서 정통사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참호에 에워싸여 있던 기존의 상식들에 대한 도전을 쉼없이 해오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태어난 행콕은 일찍이 외과의사인 아버지를 따라간 인도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고대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나갔다. 뒤에 행콕은 잉글랜드 북부 도시인 더럼에서 학교를 다녔고 1973년 더럼대학교 사회학 분야의 최우수 학생으로 졸업했다. 졸업 뒤 <더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인디펜던트>, <가디언> 같은 권위있는 신문에 기고하면서 저널리스트로 사회의 첫발을 내디뎠고 1981년∼83년까지 <이코노미스트>의 동아프리카 특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행콕은 80년대 초반부터 왕성한 속도로 책을 쓰기 시작해 1981년 첫 저작인 <파키스탄으로의 여행>을 발표했다. 이어 출간한 <이디오피아 하늘 아래>(1983), <이디오피아: 굶주림의 도전>(1984), <에이즈: 치명적 전염병>(1986) 등 에티오피아 연작에서는 저널리스트로의 감각을 발휘해 자신이 체류했던 동아프리카의 사회문제에 관한 글을 썼다. 89년 출간한 <빈곤의 지배자>에서는 빈곤국가 대외원조의 허와 실을 날카롭게 비판해 널리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행콕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도약하게 된 것은 1992년 발간한 <신의 암호>를 통해서다. 이스라엘과 이집트, 에티오피아 지역의 고대 유적연구, 전설과 신화를 넘나드는 추리를 통해 ‘잃어버린 성궤’의 행적과 신비를 파헤친 이 책을 두고 <가디언>은 “행콕은 ‘지적추리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발명했다”고 평가했다. 문명을 휩쓸어 버린 성서의 대홍수 예언을 ‘신의 암호’라고 해석하는 이 책에서 보이는 서양문명의 뿌리에 대한 연구의 깊이에 역사가들과 성서학자들도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1995년 펴낸 <신의 지문>은 그의 명성을 확고히 뿌리박았다. 꼼꼼한 현지답사와 자료분석을 통해 인류의 역사가 약 4500년 이집트에서 시작됐다는 이제까지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은 이 책은 세계적으로 300만권 이상 팔렸고 지금도 스테디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행콕은 이 책에서 1만3천년 전 남극대륙을 본거지로 한 초고대문명이 존재했으며 이 문명이 이집트와 고대인들에게 문명을 전파했으나 1만2천년 전 기후변화와 지각대변동으로 남극대륙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얼음 속에 묻혔다고 추리한다. 건축전문가인 로버트 보발과 함께 쓴 <창세의 수호신>에서 행콕은 스핑크스와 피라미드가 그 무렵의 구조물이었다고 분석한다.
<신의 지문>에 이어 초고대문명에 대한 탐색을 이어가고 있는 98년작 <신의 거울>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영국의 텔레비전 채널4에서 <잃어버린 문명을 찾아서>라는 3부작 프로그램으로 제작, 방송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 행콕은 <신의 거울>의 사진작가인 산타 파야와 함께 새 책과 텔레비전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잠정적으로 <하계: 매몰된 도시를 찾아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서 그는 전세계의 해저 유물을 발굴하면서 1만2천년 이전에 사라진 문명의 존재를 입증하는 흔적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