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강하다, 너무 세잖아
<한겨레 21> 기사로 다시 읽는 배우 윤여정
등록 : 2021-04-27 13:56 수정 : 2021-04-27 14:03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윤여정이 4월 25일(현지시각)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미국 최대 영화상인 아카데미에서 한국 배우가 상을 받은 것은 최초다. <한겨레21>은 배우 윤여정이 출연한 <미나리>와 <돈의 맛> 관련 기사를 다시 소개한다._편집자 주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1980년대 미국에 정착한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미나리>에서 윤여정은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았다. 순자는 손자 데이비드의 말처럼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다. 쿠키를 구울 줄도 모르고, 화투를 가르치며, 쓰기만 한 보약을 먹으라 하고, 한국식 욕을 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오줌을 싼 데이비드를 놀리면서도 몸이 약한 데이비드를 “스트롱 뽀이”라고 치켜세워주기도 하고, 아이들의 부모가 위험하다고 가지 못하게 한 숲속에 데려가 미나리를 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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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0002.html육체와 욕망을 지닌 ‘누군가의 엄마’2012년, <돈의 맛>에 출연한 윤여정은 ‘우리 엄마’라기보다는 육체와 욕망을 지닌 ‘누군가의 엄마’다. 자신도 통속성 한가운데 발 담그고 통속적인 욕망을 냉소하는 캐릭터다. 탐욕의 파국을 내다보는 누군가의 페르소나다. “엄마는 몸만 여자지, 음탕한 남자와 다를 게 뭐가 있어?” <돈의 맛>에서 딸 나미(김효진)의 말은 표적을 잃고 떨어진다. 거세된 남자들의 세계, 방향 없이 뿌려지는 돈의 세계에서 그만이 공고하게 나아갈 곳을 안다. “강하다. 너무 세잖아.” 강제로 백금옥과 하룻밤을 보낸 주영작의 결론이다.
여자들의 우주에서 독특한 빛을 발하는 행성배우 윤여정은 고 김기영 감독, 김수현·노희경·인정옥 작가의 페르소나라고 불렸다. 페르소나라는 말을 아무리 남용한들, 그의 작품 경력이 몹시 길다는 점을 고려한들, 한 배우가 이렇게 많은 창작자들의 페르소나일 수는 없는 법이다. 배우 윤여정은 어느 누구 하나의 페르소나가 아니라 이들이 그리는 여자들의 우주에서 독특한 빛을 발하는 행성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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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20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