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문명의 새로운 신비, 숨겨진 역사의 비밀… 수만년 이어온 인간의 숨소리를 듣는다
과거의 시간을 재생하는 것은 퍼즐맞추기 게임과 같다. 지나간 시간을 증거하는 하나의 조각에 다른 조각이 이어붙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과거의 실체는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당연하게도 이 퍼즐 게임은 시간을 거슬러올라갈수록 조각의 크기는 작아지며 맞춰야 할 개수는 늘어난다. 역사시대에서 선사시대로 올라가면 전체적인 그림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바뀌고 한 부분이 포개지는 이웃의 조각을 찾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전혀 새로운 고대문명
피라미드나 영국의 스톤헨지 같은 오래된 과거가 남긴 한 조각을 만났을 때 사가(史家)들은 아마 수만평 되는 퍼즐판 안에 손톱만한 퍼즐 조각을 들고 서 있는 난감함을 느낄 것이다. 많은 고대사가들이 품에 쥔 조각을 선뜻 제자리에 내려놓지 못하고 주저한다. 그가 알고 있는 고작 방사성동위원소 측정법 따위로는 어둠과 마술적 주문으로 둘러싸인 이 조각의 온전한 위치를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그레이엄 행콕은 조각들의 자리를 결정하고 조각 사이의 다리를 놓는 데 정통사학자들이 시도하지 않는 모험을 감행한다. 그는 마치 인디아나 존스와도 같다. 치밀한 현장답사와 천문학적 방법론을 통해 그는 신화, 또는 미스터리라고 명명된 고대문명의 외투를 한꺼풀씩 벗긴다.
행콕은 <신의 거울>에서 이집트 기자지역의 피라미드와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멕시코의 고대도시인 욱스말 유적의 건축구도가 고대인들이 숭배하던 별자리의 모양과 유사함을 확인했다. 지구의 세차운동(자전축이 매우 느리게 흔들리는 현상으로 그 편차는 72년마다 1도씩 작용함)과 별자리의 위치변화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 건설연도를 추정하던 그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별자리들의 움직임과 건축구도가 정확히 포개지는 해가 모두 BC 1만500년께로 일치하는 것이다.
행콕의 주장은 정통사학계에서 추정하던 고대문명의 발상연도를 완전히 뒤집는다.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분석 결과와 신화의 유사성, 언어학적 상관성을 통해 이들 지역뿐 아니라 태평양의 섬들, 남미지역의 초고대문명들이 네트워크돼 있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한다. 예를 들면 산스크리트어의 ‘읍’을 뜻하는 ‘앙코르’는 고대 이집트어로 ‘호루스 신이 살아 있다’는 매우 정확한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행콕은 멕시코 재탄생 제의의 주군(主君)인 케찰코아틀 신화와 최근의 고대인 유골 발굴을 통해 콜럼버스 이전에(그것도 9천년이나 전에!) 이미 카프카스 인종이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했다는 주장을 한다.
정통사학계에서 보면 행콕의 주장에는 이단으로 몰릴 만큼 과격하고 새로운 내용들이 많다. 옮긴 이의 말마따나 “이 책에 실린 주장을 그대로 전부 수용하는 일은 아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통학자들이 무시하던 신화나 종교제의와 천문학적 현상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하고 그를 통해 흩어져 있던 퍼즐의 조각을 과학적으로 맞춰나가는 그의 재주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경탄스럽다. 기실 <신의 거울>을 읽는 즐거움은 지식습득의 포만감보다는 잃어버린 성궤를 품에 안은 인디아나 존스의 벅찬 심정에 비유하는 게 더 적절할 듯하다.
이 책은 미덕이 하나 더 있다. 불과 수백년 전에 지배적인 위치에 서게 되면서 과거까지 장악한 서양문명의 제국주의적 고대사관을 탈피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행콕이 분석하는 지역은 멕시코, 이집트, 캄보디아, 태평양 군도, 페루와 볼리비아로 이제껏 원시적 야만의 에너지로만 폄하되고 문명사에서 철저히 배제되던 제3세계 지역 고대문명의 경이적인 과학성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50컷에 달하는 장대한 원색사진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클레오파트라 얼굴의 베일을 벗기다
<신의 거울>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동굴 모험으로의 초대라면 <역사의 비밀>은 그림자만 언뜻언뜻 내비치며 호기심을 자극하던 화려한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잃어버린 시간의 수수께끼를 뒤지고 있다는 면에선 같지만 <역사의 비밀>은 선사가 아닌 역사의, 그것도 비교적 잘 알려진 역사의 ‘끊어진 고리’를 찾아나간다. 독일의 방송이 지난 6년간 고고학자들과 함께 추적, 발굴하는 과정을 담아 유럽 10여 개국에서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제작진이 유물을 찾아가며 만나는 새로운 사실과 기존의 역사적 사실들을 적당하게 뒤섞어 한편의 재미난 소설을 보는 것 같다.
‘미노스와의 제국’, ‘한니발, 로마의 공포’, ‘클레오파트라의 미소’, ‘고대 유럽을 강타한 훈족’ 등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퍼즐맞추기는 온전히 완성되지 않는 역사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나이 많은 스캔들 메이커일 클레오파트라의 진실을 캐들어가는 ‘클레오파트라, 마지막 파라오의 미소’편에서 먼저 풀기 시작하는 것은 클레오파트라의 얼굴에 대한 진실이다. 제작진은 20년 전 세상에 처음 나온 클레오파트라 조각상과 고대 동전의 그림을 비교하면서 수많은 화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클레오파트라 얼굴의 베일을 벗긴다. 또한 각종 사료의 증언과 유물 발굴을 통해 동생과의 왕위쟁탈전, 로마의 지배자 카이사르, 안토니우스로 이어지는 애정행각과 실패,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재구성한다. 그리하여 사치스러움, 표독함, 요부 이미지로 둘러싸인 클레오파트라의 가면을 하나씩 벗겨내고서 강하지만 약한 한 인간의 얼굴을 얹어 놓는다.
고대사란 중요한 유물이 발굴될 때마다 이제까지의 업적을 부정하고 새롭게 쓰여져야 하는 운명의 학문이다. 이 두책의 운명도 언제 폐지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고대문명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수만년을 이어온 인류의 심장소리를 듣기 위함이다. 고대문명 탐사를 통해 우리가 얻는 건 그래서 사실(史實)보다 오히려 인류의 또는 인간의 진실일 듯하다.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저널리스트 출신의 그레이엄 행콕은 조각들의 자리를 결정하고 조각 사이의 다리를 놓는 데 정통사학자들이 시도하지 않는 모험을 감행한다. 그는 마치 인디아나 존스와도 같다. 치밀한 현장답사와 천문학적 방법론을 통해 그는 신화, 또는 미스터리라고 명명된 고대문명의 외투를 한꺼풀씩 벗긴다.

(사진/신의 거울 그레이엄 행콕 지음·김정환 옮김 김영사(02-745-4823) 펴냄, 2만9천원)

(사진/역사의 비밀 한스크리스티안 후프 엮음·이민수 옮김 오늘의 책(02-322-4595) 펴냄, 1만2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