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방현일
신부는 춤추고 신랑은 기타 연주하고 그런데 그해가 가기 전에 그 청년을 후배 소개로 만나보았다고 합니다. 딸이 어느 날인가 링거를 맞고 있는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외박이 새끼 다섯 마리 중 네 마리는 입양 보내고, 한 마리 남겨 키웠는데 그 고양이가 아파서 입원 중이라고 합니다. 몇 주째 고양이는 꼼짝도 안 하고 링거를 맞았습니다. 주중에는 병원에서 맞고 주말에는 집에서도 맞았습니다. 웬만하면 포기할 만도 한데 절대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살려냈답니다. 주둥이와 배만 하얗고 고등어처럼 얼룩얼룩 회색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입니다. 이름은 코르사인데, 이탈리아어로 ‘질주’라는 뜻이랍니다. 차를 좋아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나봅니다. 딸이 마흔이 된 어느 가을날, 그 청년이 우리 집에 오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있다가 큰길 쪽에서 올 테니 엄마가 좀 나가보라고 합니다. 한 번 본 적도 없는데 마중을 나갔습니다. 큰길 쪽에서 언놈이 걸어오는데 느닷없이 아, 가족이구나 그런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쫓아가서 물으니 정말로 사윗감이 맞았습니다. 그렇게 코르사는 질기도록 시집을 안 가던 막내딸의 중매쟁이가 되었습니다. 이듬해 꽃이 활짝 핀 봄날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산꼭대기 어느 가든 뜰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식에 주례는 없이 시어머니도 한 말씀 하시는 순서가 있고 친정엄마도 한 말씀 하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다리 수술을 해서 목발을 짚고 다니는 중이었습니다. 말 잘하는 너희 아버지나 시키라고 했습니다. 딸은 시어머니는 삼일을 밤새워 한 말씀 원고를 쓰고 있다고 전합니다. 할 수 없이 나도 목발을 짚고 나가 한 말씀 했습니다. 뭔 결혼식을 이런 산꼭대기에서 하면 누가 찾아오겠나 했는데 그래도 올 사람은 다 찾아왔습니다. 신부가 꽃다발을 흔들면서 나 오늘 시집가요~ 하며 춤도 춥니다. 젊은 날 어느 밴드에서 일했다는 신랑의 신나는 기타 연주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대통령감 색시는 생강이, 스티브 두 마리 고양이를, 신랑은 중매쟁이 코르사를 데리고 살림을 차렸습니다. 둘이 다 은근히 차 밑을 흘끔거리며 얼어 죽기 직전의 고양이 새끼를 주워들여 분양합니다. 코르사는 덩치도 크고 성격이 느긋하여 새끼 고양이가 들어올 때마다 잘 다독여줍니다. 코르사는 사람으로 치면 대통령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름은 질주라는 거창한 뜻인데, 퉁퉁하니 살집이 좋아 누워 있는 걸 제일 좋아합니다. 코르사는 즈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오면 에~앵 소리를 내며 애교를 떨며 쫓아가 안깁니다. 사위는 코르사를 안고 비비고 한참 난리를 떱니다. 고양이기에 망정이지 자식을 데리고 결혼했다면 서로 내 자식, 네 자식 하면서 큰일 나겠다 싶습니다. 사위는 누나 셋에 막내아들입니다. 사위 얘기로는 외할머니가 코르사 엄마로 환생해 자기를 도우러 오신 것 같다고 합니다. 고양이를 싫어했는데, 코르사 엄마를 어쩌다 거두었더니 좋은 일이 생겼답니다. 어린 날 어머니가 직장을 다니셔서 외할머니가 자기를 키우셨답니다. 외할머니는 맛있는 것 좋은 것은 다 외손주만 주었답니다. 오직 세상에서 자기 외손주가 최고라고 애지중지 키워주셨답니다. 사위는 지금도 외할머니를 잊지 못하고 가끔 이야기합니다. 전순예 1945년생 <강원도의 맛>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