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로당’ 기치 높이 든 <딴지일보>…‘명랑애정행각’에 씌운 족쇄를 부숴주마
엽기발랄한 풍자로 사이버공간을 풍미해온 <딴지일보>가 ‘남로당’이란 기치를 높이 들었다. 남녀불꽃노동당의 약자인 남로당은 사이버상의 정당(www.xddanzi.com)이다. 남녀 간 불꽃 튀는 노동, 즉 성(性)과 관련한 모든 행위와 말을 ‘명랑애정행각’으로 규정하고, 이 명랑한 짓거리에 음험한 이데올로기를 씌우는 모든 족쇄를 부서뜨리자는 게 목적이다. 남로당을 운영한 지 두달, 10만여명의 회원이 모였다. 만 19살이 넘었다는 걸 실명으로 확인받아야 회원가입이 가능한데 하루에 1천명 이상씩 회원이 증가하고 있다. ‘노무현 현상’과는 또 다른 ‘이색정치 돌풍’이 조용히 벌어지고 있는 걸까?
‘교육적’인 당기관지
“음란한 마음과 노출된 몸으로, …타고난 저마다의 성감대를 계발하고, 작금의 왜곡된 성문화의 현실을 객관적 시각과 탐구적 정신으로 더욱 왜곡함으로써 정상화를 도모한다.”
남로당 강령의 일부다. 오는 6월쯤 돼야 사이트가 제 모습을 갖출 것이라지만 이미 이 강령에 충실한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선전선동에 능해야 할 ‘당기관지’는 꽤 교육적이어서 미처 모르던 오해와 편견, 무지를 풀어주는 데 일조하고 있다. ‘피임법을 갈쳐주마!’에서 여성편·남성편으로 나눠 갖가지 피임법을 푸근한 어법으로 설명해주는 식인데, 단연 돋보이는 건 ‘게이포르노를 알려주마’와 ‘애널섹스(항문성교)가 궁금하더냐?’란 글이다. ‘가이드’라는 소분류 제목을 걸친 것답게 애널섹스가 변태가 아닌 정상적 성행위라는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과학적 근거와 접근법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게이포르노의 경우는 보통의 포르노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공격적인 남성성과 다른 면모를 지녔다는 이유로 여성들이 차선책으로 즐길 만한 장르로 소개됐다. 제작사별 특징과 현재 뜨고 있는 배우들에 관한 정보까지 무척 상세하다. 글을 올린 남로당 여성특위 교육위원 ‘페니레인’ImNotSorry@ddanzi.com)은 영화평론·방송작가 등의 일을 해온 20대 후반의 미혼 여성이다. “존재하지만 없는 척하던 것에 대해 분명히 말해주는 것,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자연스럽게 즐길 권리가 있다는 것 등이 글을 쓴 의도다. 반응이 흥미롭다. 게이포르노의 경우는 여자들과 게이들에게서, 애널섹스의 경우는 남자들에게서 메일을 많이 받았는데 대부분 도움이 많이 됐다며 또 다른 정보를 요구해왔다.” 이에 힘입어 페니레인은 ‘에로틱 마사지’ ‘에로틱 토크(대화)’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페니레인이 활약중인 여성특위처럼 여성들에 대한 배려는 특별하다. 여성들끼리 성에 관한 고민과 의문점을 주고받는 게시판 ‘여성해방지국’에선 피임 문제나 남자친구의 성기 크기에 관한 고민 등이 주저없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에는 박지양 산부인과 전문의를 초빙해 더 전문적인 의학 정보를 제공해주는 ‘박지양의 여성클리닉’을 개설했다. 남로당 기본정책 5가지 가운데 4번째는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장난스럽다. “우리는 성인용품 분야의 기초·기반 연구에 대한 투자를 증대하여, 창조적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미래형 진동기술을 G7 국가 수준으로 향상시킴으로써 첨단 성인용품의 국제적 우위를 선점한다.” 첨단 성인용품 개발에 앞장서
하지만 이건 농담이 아니다. 딴지일보는 성의 해방이라는 정치적 목적 이외에 닷컴기업으로서 필사적으로 찾아야 할 수익모델까지 남로당을 통해 동시에 해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성인영상물 제작, 성인잡지 창간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성인용품 제작 쪽에서 가장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 ‘명랑완구연구소’라는 이름을 붙인 팀에서 한국형 바이브레이터를 고안해 시제품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그 전 단계로 해외 성인용품을 벤치마크하는 과정에서 얻은 결론들이 꽤 의미심장하다. 남로당은 해외 성인용품을 직접 써보고 장단점을 점검해보는 남녀 지원자를 공개모집했다. 이렇게 해서 ‘딴지자위단’이 만들어졌다. 남성·여성·기혼·미혼 등 다양하게 구성된 자위단은 남성용·여성용 자위기구나 특수 콘돔 등 성보조기구를 사용해본 뒤, 외관의 만족도, 촉감의 만족도, 기구를 쓰지 않았을 때와의 비교 만족도, 가격의 합리성 등에 점수를 매겼다. 일단, 남성용이든 여성용이든 제품에 따라서 상당히 높은 ‘효과’가 나타나 상품으로서의 존재가치가 증명됐다. 딴지일보의 허를 찌른 건 여성용 자위기구였다. 성기를 닮은 몇 가지 진동기구 가운데 우람한 외양을 보이는 고가의 제품이 형편없는 평가를 받은 데 비해 크기도 작고 삽입용도 아닌 애무용이 단연 인기를 끌었다. 보관 측면에서 불리하고, 위생을 위한 세척이 쉽지 않다는 게 ‘우람형’의 감점요인이었다. 보다 주목받은 건 힘과 크기를 중시하는 세간의 통설과 배치되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명랑완구연구소는 이런 점에 착안해 한국적인 골무형 진동기구 ‘부르르’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딴지일보의 성인용품 제작은 성과 관련한 정보 제공과 이데올로기 공격에서 한 단계 나아가 일반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얻겠다는 전략에서 나왔다. 이득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4월 중에 ‘동거합시다’와 ‘원 나잇 스탠드’를 남로당 사이트에 개설하겠다는 것도 특별나다. 동거인 또는 섹스파트너를 구하는 공개적인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쯤 되면, 딴지의 의도에 진짜로 불순한 구석은 없는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딴지는 엽기란 단어를 지금의 쓰임새로 상용화하는 등 B급 문화에 대한 재평가에 앞장서면서 안티조선 운동 등을 벌여왔다. 처음 세운 과제가 완수된 건 아니지만 레드 컴플렉스가 상당 부분 완화된 시점에서 새로운 화두를 찾았다. 섹스와 소비자 문제, 두 가지 가운데 여전히 보수적 껍질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성의 문제를 뒤집어보기로 했다.”
성상품화는 개인의 권리?
딴지그룹 총수 김어준씨는 남로당의 정치적 목적과 함께 상업적 동기를 부인하지 않는다. ‘있는 척하지 말고 그냥 장사나 해라’ 또는 ‘그냥 운동에나 충실하지 왜 장사를 하려고 하느냐’고 좌우 양쪽에서 동시에 좋지 않은 눈길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리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유럽의 68세대는 정치운동에서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성의식을 바꾸는 데에는 성공했다. 독일의 경우, 60년대에 길거리에서 키스를 한다거나 피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음란하게 여길 정도였으니 얼마나 달라진 건가? 명랑완구라는 호칭도 그래서 붙였지만 우리의 작업은 성과 관련한 용어·이데올로기·담론 등 모든 걸 포괄한다. 힘겨운 싸움이고 실정법과의 충돌도 예상하고 있다. 상업적인 목적에서는 믿을 만한 브랜드를 만든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솔직하고 노골적이며 빈틈을 잘 파고드는 게 딴지의 강점이다. 남로당 간부들은 성담론과 관련해 내부 토론을 벌이며 ‘칼침’을 벼리고 있는데, 거센 회오리를 일으킬 만한 것도 엿보인다. 매춘의 경우, 성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한다는 전제 아래 성을 경제적 가치로 바꿀 수 있다고 의견을 정리한 상태다. 몇 가지 기본조건만 갖추면 성상품화는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기본적 권리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사진/ 딴지일보가 운영하는 성인사이트 '남로당' 문 연 지 두달 만에 10만여명의 회원이 모였다.

남로당 강령의 일부다. 오는 6월쯤 돼야 사이트가 제 모습을 갖출 것이라지만 이미 이 강령에 충실한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선전선동에 능해야 할 ‘당기관지’는 꽤 교육적이어서 미처 모르던 오해와 편견, 무지를 풀어주는 데 일조하고 있다. ‘피임법을 갈쳐주마!’에서 여성편·남성편으로 나눠 갖가지 피임법을 푸근한 어법으로 설명해주는 식인데, 단연 돋보이는 건 ‘게이포르노를 알려주마’와 ‘애널섹스(항문성교)가 궁금하더냐?’란 글이다. ‘가이드’라는 소분류 제목을 걸친 것답게 애널섹스가 변태가 아닌 정상적 성행위라는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과학적 근거와 접근법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게이포르노의 경우는 보통의 포르노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공격적인 남성성과 다른 면모를 지녔다는 이유로 여성들이 차선책으로 즐길 만한 장르로 소개됐다. 제작사별 특징과 현재 뜨고 있는 배우들에 관한 정보까지 무척 상세하다. 글을 올린 남로당 여성특위 교육위원 ‘페니레인’ImNotSorry@ddanzi.com)은 영화평론·방송작가 등의 일을 해온 20대 후반의 미혼 여성이다. “존재하지만 없는 척하던 것에 대해 분명히 말해주는 것,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자연스럽게 즐길 권리가 있다는 것 등이 글을 쓴 의도다. 반응이 흥미롭다. 게이포르노의 경우는 여자들과 게이들에게서, 애널섹스의 경우는 남자들에게서 메일을 많이 받았는데 대부분 도움이 많이 됐다며 또 다른 정보를 요구해왔다.” 이에 힘입어 페니레인은 ‘에로틱 마사지’ ‘에로틱 토크(대화)’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페니레인이 활약중인 여성특위처럼 여성들에 대한 배려는 특별하다. 여성들끼리 성에 관한 고민과 의문점을 주고받는 게시판 ‘여성해방지국’에선 피임 문제나 남자친구의 성기 크기에 관한 고민 등이 주저없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에는 박지양 산부인과 전문의를 초빙해 더 전문적인 의학 정보를 제공해주는 ‘박지양의 여성클리닉’을 개설했다. 남로당 기본정책 5가지 가운데 4번째는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장난스럽다. “우리는 성인용품 분야의 기초·기반 연구에 대한 투자를 증대하여, 창조적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미래형 진동기술을 G7 국가 수준으로 향상시킴으로써 첨단 성인용품의 국제적 우위를 선점한다.” 첨단 성인용품 개발에 앞장서

사진/ 남로당 성인용품 제작팀 명랑완구연구소에서 개발한 한국형 진동기구 '부르르'

사진/ "여전히 보수적 껍질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성의 문제를 뒤집어 보기로 했다." 딴지그룹 총수가 밝히는 창당의 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