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방현일
손주들은 씽씽이 쟁탈전이 벌어졌습니다. 서로 장가가면 씽씽이는 자기가 데리고 가겠다고 합니다. 지우도 씽씽이는 자기 것이라고 소리소리 지르며 주장합니다. 짓궂은 오빠들은 지우를 놀리느라 자기 것이라고 더 우기며 소동을 벌입니다. 밤낮 사흘을 울고 5년쯤 되니 씽씽이는 긴 꼬리까지 1m 넘게 컸습니다. 사위는 지우 방에 1m 높이의 거의 벽 한 폭을 차지하는 유리 상자를 만들었습니다. 유리 상자 속에는 씽씽이가 편히 누워 쉴 수 있는 씽씽이 침대도 있습니다. 씽씽이가 올라갈 수 있는 나무 타워도 더 멋지게 만들었습니다. 전구도 두 개 넣어 골고루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씽씽이도 넓은 집을 맘에 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씽씽이는 양쪽 다리를 번갈아 들고 큰 눈을 껌벅거리며 춤을 춥니다. 내 생각에는 다른 방에다 만들지 어린 여자아이가 무서워할 것 같았는데, 지우는 씽씽이를 보면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집니다. 씽씽이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건강하던 씽씽이가 며칠째 좋아하는 애호박도 잘 먹지 않았습니다. 늘 타워 위에서 놀았는데 바닥에 엎드려 잘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동물병원에 물어봐도 잘 모른다고 했답니다. 어떡하나 어떡하면 좋을까 걱정하는데, 어느 날 아침 씽씽이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가려던 우진이가 발견했습니다. 아이들 셋이 아주 큰 소리로 집이 떠나갈 듯이 울었습니다. 뭐라 달랠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 우진이와 우혁이를 엄마가 억지로 학교에 데려다주었답니다. 우진이와 우혁이는 학교 수업 시간에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둘은 밤낮 사흘을 울었습니다. 아이들 말로는 평생 울 울음을 다 운 것 같다고 합니다. 사연을 들은 선생님들은 씽씽이가 하늘나라로 간 것은 참 슬프겠구나,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것이니까 하늘나라에서 잘 살 수 있도록 빌어주라고 달랬다고 합니다. 큰딸은 지금도 애호박만 보면 씽씽이가 좋아하던 애호박을 많이 못 먹인 것이 미안하다고 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애들 아빠한테도 많이 미안한 마음이 든답니다. 사위 혼자 씽씽이를 묻어주고 정성 들여 만든 씽씽이 집도 혼자 다 처리했습니다. 큰딸 얘기로는 그때부터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 것 같다고 합니다. 언젠가 하늘에서 만나자 천방지축 꼬맹이였던 큰아이는 아빠만큼 키가 훌쩍 커서 이번에 고등학생이 됩니다. 작은아이는 중2가 되었습니다. 씽씽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니 그날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그때를 추억합니다. 씽씽아. 씽씽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씽씽아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사람에게 잡히지 않도록 조심하길 바라. 우리를 기억에서 지워버려. 좋은 친구들과 신나고 자유롭게 해보지 못한 모든 것을 해보고 잘 살기를 바라. 언젠가 하늘나라에서 만나자, 너무너무 미안했다. -우진이가 전순예 1945년생 <강원도의 맛>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