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은 수사 초기 탐문 과정에서 첫째와 둘째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정보를 얻었다. 경찰은 학교며 놀이터며 길거리에서 10살, 8살 동생들에게 집요하게 접근했다. 마침내 막내로부터 둘째가 사라지던 날 밤 첫째와 둘째가 다투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첫째가 때렸니?” “둘째가 넘어지지 않았니?”라는 질문을 반복했다. 그러고는 셋째를 불러 “막내가 다 이야기했다”며 추궁했고, 그다음에는 첫째를 불러 “이미 두 동생이 다 이야기했다”며 추궁한 끝에 자백을 얻어냈다. 오판 사례 25%가 허위 자백 아이들은 왜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자세히 얘기한 걸까? 진실이 밝혀진 뒤 아이들이 했던 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했는데 경찰이 계속 거짓말한다고 혼냈다. 그래서 경찰한테 들은 대로 말했더니 ‘그럼 됐다’고 했다.”(셋째의 진술) 경찰은 기대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셋째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셋째가 구체적인 진술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경찰이 반복적으로 한 질문 속에 이미 충분히 정보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막내가 했던 구체적인 진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과정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거짓말한 다른 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자백했다.” ”설령 잘못되더라도 동생이 돌아오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첫째의 진술)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동생들이 거짓말쟁이로 몰리는 게 두려워 허위 자백을 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이 사건이 보여줬다. 고문 없는 허위 자백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고문이 없는 이상 허위 자백은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했기에, 대부분 관심은 고문이나 가혹 수사 방지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DNA 검사 기법이 등장하며 오판 사례가 대규모로 발굴되면서 이런 생각이 바뀌었다. 오판 사례 중 25% 정도에서 허위 자백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허위 자백은 구조적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일본 범죄심리학자 하마다 스미오는 허위 자백의 발생 원인 연구에서 그 원인으로 차단, 인격적 비난, 자포자기, 전망의 상실, 현재 고통과 장래 고난, 처벌의 비현실감, 부인할 때 불이익 등을 들었다. 이 분석이 맞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형사 변호를 자주 하는 내 입장에선 꽤나 타당해 보인다. 형사 변호와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아가는 독자도 비슷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배우자의 추궁에 시달리다 “그래, 네 말이 다 맞아” 하면서 돌아눕던 밤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은가? 진술 과정 전반 녹화해야 수사가 부부의 침실과 다른 점은 공적 절차라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끊임없이 공공 감시를 받아야 하고,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공적 토론을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자백으로만 달려가는 신문 기법을 대신할 새로운 신문 기법의 개발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진술 과정 전반을 녹화할 필요가 있다. 수사 초반에 시원하게 자백한 건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추궁받다 마지못해 자백한 건은 분명 차이가 있음에도, 같은 무게의 자백으로 취급받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전 국민이 영상장비(스마트폰)를 들고 다니는 지금, 수술실 녹화가 논의되는 지금, 그리고 수사 개혁 논의가 가장 뜨거운 지금, 왜 수사 과정 녹화 문제가 전면화되지 않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