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개고기
등록 : 2019-08-02 15:44 수정 :
이맘때쯤 등장하는 개 식용 논쟁에서 합법화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기대를 하는 듯하다. 하나는 사육과 도살에 대한 규제가 마련되면 개들이 좀더 나은 대우를 받으리라는 기대이고, 또 하나는 지금과 달리 안전하고 위생적인 개고기를 먹으리라는 기대이다.
법제화하면 위생적일 거라는 허황된 기대
첫 번째 기대에 대해 말하자면 식용으로 법제화한 동물은 생명으로서 최소한의 대우도 받지 못한다. 밀집사육 방식은 동물을 좁은 곳에 가둬놓는 것을 넘어 닭의 부리를 자르고, 돼지의 이빨을 뽑고, 수소와 수퇘지의 고환을 으깨는 신체 훼손을 가져왔다. 암퇘지는 몸을 돌릴 수조차 없는 스톨(사육틀)에 갇혀 평생 임신과 출산만 반복하고, 소의 젖은 사람들에게 팔아야 하므로 출산 직후 새끼는 영원히 어미에게서 격리된다. 산란계는 에이포(A4)용지보다 작은 배터리 케이지에서 평생을 살고, 산란계가 낳은 수평아리는 알을 낳을 수도 육계가 될 수도 없으므로 태어나자마자 분쇄기에 처넣어진다. 최근 보험금을 타기 위해 닭을 굶겨 죽이고 산 채로 불태워 죽인 양계장 주인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사건은 축산업에 포함된 동물이 살아 있을 때도 이미 고깃덩어리로, 돈으로 취급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다른 동물에게 행했다면 동물학대로 지탄받을 일이 축산농장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이유는 단 하나, 이들이 법제화한 ‘고기’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기대, 즉 개고기가 안전하고 위생적인 먹거리가 될 거라는 생각 또한 허황되다. 현대 축산업의 핵심은 안전과 위생이 아니라 저비용과 고효율이다. 1926년 밀집사육 축산이 시작된 이후 축산업이 미치는 광범위한 해악은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것은 동물과 환경은 물론 인수공통전염병 등을 통해 인간에게도 직접적 위협이 되었다. 미국 과학자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의 여덟 가지 유전자 일부를 추적한 결과 여섯 개를 자국 축산업계에서 찾아냈다. 게다가 한국은 축산업의 90%를 공장식으로 운영하는 나라,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살충제 계란 파동이 되풀이되는 나라, 공장식 축산 육성에 수조원의 혈세를 쓰고 그래서 발생한 가축 전염병 피해를 수습하는 데 다시 수억원을 투입하는 나라다. 동물에게 본능과 습성을 허락하지 않고 더 많이, 더 싸게 고기를 먹겠다는 욕망이 인간, 동물, 환경 모두를 악순환에 빠뜨렸다.
식용 개를 조직적으로 사육하는 ‘개농장’은 전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유일한 축산업이다. 또한 어떤 나라에서도 연구된 바 없고, 그래서 안전과 위생을 담보할 수 없는 축산 방식이다.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개농장 수는 줄고 사육 두수는 늘면서, 법제화한 축산동물의 공장식 사육이 가져온 여러 문제점도 개 식육 업계로 고스란히 옮겨가고 있다. 일부 개농장에서는 개들이 서로에게 상처 입히지 못하도록 생니를 뽑는다. 짖음으로 인한 민원을 줄이기 위해 불에 달군 쇠꼬챙이를 귀에 쑤셔넣어 고막을 뚫어버린다. 품종견을 식용견으로 썼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귀를 자르는 등 얼굴을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 축산업이 환경파괴를 야기하는 것처럼 개 식육 업계도 개들의 먹이로 쓰는 음식 폐기물과 도살 뒤 생긴 부산물을 방치·투기해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가축전염병의 확산 통로가 되기도 한다.
생니 뽑고 고막 뚫어버리는 학대
현대 축산업의 비인도성과 폐해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에 또 하나의 종을 추가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절망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 돼지, 닭은?’이라는 말은 진심으로 농장동물 복지를 염려하며 모든 동물의 상향 평준화를 주장하기 위해 쓰일 때 의미 있다. 모든 동물을 다 축산동물로 만들어 잡아먹자고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필자의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하재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