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뜰 직업’이 뭐냐고요
구본권 IT 전문기자의 <공부의 미래>
등록 : 2019-07-10 11:16 수정 :
미래에 대해 ‘빅 퀘스천’을 던져온 이스라엘의 역사학 교수 유발 하라리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오늘 태어난 아기가 22세기까지 성공적으로 생존하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미래의 변화를 앞장서 보도해온 구본권 정보기술(IT) 전문기자도 스케일은 좀 작지만 이와 비슷한 질문과 마주하곤 했다. ‘자동 기계 번역이 갈수록 고도화 하는데 과연 통역대학원을 가야 하는가’ ‘세무회계 시스템이 일반화 하는 상황에서 세무고등학교 공부가 쓸모 있는가’ ‘인공지능(AI) 시대에 아이의 진로는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가’ 등등.
<공부의 미래>(한겨레출판 펴냄)를 쓴 구 기자는 일단, 전문기관이 예측하는 ‘뜨는 직업’은 별로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미래가 너무 불확실하기 때문이고, 만약 ‘뜨는 직업’으로 인력이 쏠린다면 일자리 값어치가 떨어질 것이며, 지금은 필요해 보이는 직업이 치열한 기술 개발 경쟁 때문에 더 빨리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알 수 없는 세상이라도, 이 망망대해를 헤쳐나갈 유용한 도구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미래 생존에 꼭 필요한 능력이 있긴 있다. 프로그래밍·수학 실력·기계 조종 능력처럼 측정 가능한 ‘하드 스킬’은 과거엔 핵심적인 교육 과제였으나 인공지능 등 컴퓨터에 의해 빠른 속도로 밀려나고 있다. 하지만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자기통제력, 협업 능력 같은 ‘소프트 스킬’은 대체 불가능한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다. 하드 스킬이 아니라 소프트 스킬이 ‘21세기 핵심 역량’인 이유다.
물론 창의성·비판적 사고·절제·협업과 공감은 가르치고 배우기가 매우 어렵다. 때로는 우수한 유전자에 따른 선천적 능력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더욱이 인간의 뇌는 당면한 현안을 처리하기에도 숨 가쁘기 때문에 소프트 스킬을 익히기보다는 관행적 사고와 본능을 따르는 게 더 익숙하다.
그러나 지은이는 소프트 스킬 영역도 공부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창의력이란 벼락같이 갑자기 찾아오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필수 기초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하는 힘이다. 자기통제력은 꾸준한 성찰과 습관으로 기를 수 있으며, 비판적 사고 능력은 정확한 논리로 주장의 오류를 발견하고 메신저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할 때 증진된다. 디지털 사회에서 점점 더 희소성을 인정받는 협업 능력은 혼자 힘으로는 복잡한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즉, 소프트 스킬은 내가 무엇을 아는지 또는 모르는지, 나는 어떤 장단점을 지니고 있는지, 내 한계는 어디까지인지를 객관화할 수 있는 힘, 메타 인지를 통해 공부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부제가 ‘10년 후 통하는 새로운 공부법’이라고 붙어 있지만, 사실 이런 종류의 공부는 역사 이래 성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다”(공자).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점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다”(소크라테스) 등등. 더 거슬러 올라가면 변방의 유인원이었던 호모사피엔스가 21세기까지 번성할 수 있었던 기반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에 대한 앎’을 목표로 하는 이 공부의 유효기간이 어디 10년뿐이겠는가.
이주현 <한겨레>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