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복직하자마자 조회 시간에 공장장이 양순씨에게 느닷없이 구호를 외치라고 했다. 아무 설명도 없이 구호를 외치라고 하는 바람에 양순씨 입에서 저절로 지난 6년 동안 몸에 밴 구호가 나왔다. “가자 파주로!” 순간 공장장의 얼굴이 벌게지더니 파주 대신 사무실로 가라고 했다. 그때부터 양순씨는 텅 빈 책상 앞에 온종일 앉아 있어야 했다. “할 일이 없으니까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2주 만에 다시 현장으로 가라는 거예요. 나는 영어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하하하.” 이번에도 양순씨는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 뒤 안산공장을 폐쇄하면서 2차 해고됐고, 법원 판결로 다시 복직했다가 3차로 해고된 게 2016년이다. 지난해 9월 다시 대법원에서 승소했으나 회사는 휴업 명령서만 보내왔을 뿐 아직 공장으로 부르지 않고 있다. 플루트를 배우지만 양순씨는 요즘 플루트를 배운다. “처음에는 호흡을 늘려보려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플루트를 불 때마다 호흡이 힘들어 죽겠어요. 하하하.” 지금도 양순씨는 파주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울 논현동 영풍 본사와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몸자보’(문구가 적힌 옷)를 입고 서 있다. 조만간 투쟁문화제에서 양순씨의 플루트 연주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니, 그보다 먼저 다시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박일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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