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장전 2019 원조적폐’ 축제 운영위원회 제공
첫 작품 <좀비가 된 사람들> 막 올라 사실 축제가 시작되기 전, 한편으로 적폐에 대해 말하는 행위가 오만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로 비칠까 염려했다. 하지만 올해 권리장전 첫 작품 <좀비가 된 사람들: Original>(손현규 연출, 창작집단 꼴)이 공연된 뒤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오히려 ‘좀더 세게, 혹은 좀더 구체적으로’ 적폐를 말하는 것을 기대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은 언어가 규제되는 미래 사회를 가상했다. 관객은 현실 속 언론 문제와 연관해 상상력을 펼쳐나가거나, 좀더 다양한 상황을 자유롭게 떠올렸다. 축제 참가작 14편은 각 팀들이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적폐를 담고 있다. 언어와 소통 불능, 가부장제, 한국 근현대사, 무심한 말, 흔들리는 대중, 무력한 예술가, 여성 혐오, 빈부 갈등, 문제적 연극인 소환…. 작품들은 무지개처럼 팔색조의 다양한 적폐의 결을 펼쳐 보여준다. 김기춘과 유치진 등 아직은 말하기 불편한 실존 인물들을 데려와 적폐를 통한 발칙한 상상력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을 적폐라 말하는지가 작품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소재 측면에만 몰두할 때 작품들을 빈약하게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무엇을 적폐라 보는지를 넘어 그것을 꼽은 이유와 어떻게 접근하는지가 작품을 만드는 결정적 요소다. 연극은 여러 사람이 논의해 만들어가는 팀 작업이며, 그것은 권리장전 참가작들처럼 사회와 현실을 해석하는 비중이 큰 작품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나는 각 팀이 무엇을 적폐로 바라보는지보다 어떤 태도를 드러내는지가 더 궁금하다.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얼마나 논의하고 함께 고민했는지가 작품에 나타날 때야말로 진짜 흥미롭고 재미있는 장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이다. 각 팀의 접근 방법과 태도에 따라 다양한 말하기 방식이 가능하겠지만, 권리장전 참가작들은 소재의 특성상 풍자와 블랙 유머 등 희극적 색채가 전반적으로 강하지 않을까 예측된다. 이는 이전 권리장전 작품들에서도 느꼈던 점이다. 축제 참가작들의 희극성은 비판 정신을 강화하고 작품 주제를 더 깊이 있게 해주며, 결과적으로 의미와 담론을 활성화한다. 9월까지 열리는데 <우리 백사장의 식칼>(극장 시9), <춘의 게임: 나쁜 놈들의 대한민국 현대사>(친구네 옥상 ART), <진짜 진짜 마지막 황군>(공놀이 클럽) 등은 그 희극성을 충분히 기대하게 한다. 권리장전의 첫 작품 <좀비가 된 사람들: Original>은 희극 요소를 리듬감 넘치는 장면 연출로 연결했으며, 풍성하고 꽉 찬 장면들로 연우소극장의 한정된 공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했다. 작품은 벽면에 거울을 설치한 번쩍번쩍한 공간으로 전혀 달라진 연우소극장을 연출 했다.
인터넷 공간의 혐오와 여론 조작을 다룬 연극 <댓글부대> 공연 모습(왼쪽)과 ‘권리장전 2019 원조적폐’의 사전 워크숍인 ‘적폐투어’에 참여한 사람들. 극단 바바서커스 제공, 권리장전 축제 운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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