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방현일
“우리 부엉이를 잡아먹을까요?” 하니 아버지가 육식동물은 더럽게 맛없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부엉이는 영물이라서 마구 잡아먹으면 안 된다고 하십니다. 큰오빠는 사다리를 놓고 그물망 위로 올라가서 한 발이나 되는 큰 부엉이를 양 날개를 접어 안고 아버지가 밑에서 그물망을 끊어주었습니다. 멍청한 부엉이 덕분에 큰오빠는 부엉이를 안아본다고 좋아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무언가 큰일을 한 것도 같고 아주 후련하고 좋은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부엉이 뒤에는 개갈가지가? 내가 열두 살 때 일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석지비리 벼랑 밑 길에 부엉이 두 마리가 큰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려고 퍼덕퍼덕합니다. 아무리 퍼덕거려도 날아오르지 못합니다. 부엉이 뒤에는 개갈가지(새끼 호랑이)가 따라다닌다고 합니다. 개갈가지가 있나 하고 살펴보니 없습니다. 조금 가까이 가서 돌을 던져봅니다. 가까이서 보니 눈이 빨간 것이 엄청 무섭습니다. 뒤로 물러섰다가 잘하면 잡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다시 다가가봅니다. 한 1m쯤 가까이 다가가 돌을 던집니다. 큰 발톱에 몸무게를 싣고 큰 두 날개를 펴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같이 나를 노려봅니다. 집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부엉이 이 새끼들 왜 하필이면 그 좁은 길에서 노나” 중얼거리며 또 돌을 던집니다. 몇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다. 부엉이가 겨우 골짜기 쪽으로 방향을 잡아 뒤뚱거리며 길을 비켜났습니다. 무서워 벌벌 떨면서 겨우 집으로 왔습니다. 할머니가 “야야, 무슨 일이 있었나” 하십니다. “응, 할머니 석지비리 길에 부엉이 두 마리가 길을 비켜주지 않아서 한참을 싸우다 지금 왔어. 잡아가지고 오려다가 말았어.” 할머니가 깜짝 놀라면서 “그거 안 잡아오길 잘했다. 부엉이는 영물이라서 마구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 하십니다. “그럼 왜 대낮에 즈 집에서 놀지, 길에서 놀아?” 할머니 얘기로 쇠부엉이는 낮에 사냥한다고 합니다. 밤에만 사냥하는 부엉이는 귀가 있고 쇠부엉이는 귀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귀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도 언젠가 낮에 거기서 부엉이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하십니다. 그 바보 같은 놈들이 벼랑 위 집에서 실수로 떨어졌거나, 아니면 밤에 사냥 나왔다가 날이 밝는 것을 모르고 너무 오래 있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사그네 사는 집안 아저씨도 가끔 ‘똑똑’이가 잡아온 꿩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부엉이 하는 짓이 너무 똑똑해서 똑똑이라 부른답니다. 사그네 아저씨는 이른 봄 워리와 같이 뒷산에 나물을 뜯으러 갔습니다. 워리가 자꾸만 낑낑거리며 뼝창 밑까지 갔다가 또 아저씨한테 왔다가 하기를 여러 번 하여 가보았답니다. 가보니 비실비실 금방 죽을 것 같은 아주 조그만 부엉이 새끼가 있었답니다. 광주리에 포대기를 깔고 아랫목에 들여놓고 키웠답니다. 풀밭을 뒤져서 벌레를 잡아다 입을 벌리고 먹였습니다. 한 열흘쯤 되니 날개가 나고 아주 예뻐져서 산으로 보내려고 집 앞 밤나무에 집을 짜서 매달아놓고 벌레를 잡아다 주었습니다. 이제는 제법 커서 사냥해 먹습니다. 그렇지만 부엉이는 산으로 날아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인가 꿩을 잡아 아저씨 앞에 놓아주었답니다. 가만히 보니까 고양이한테는 쥐를 잡아다 주었습니다. 고양이가 여러 마리 있어도 부엉이가 어린 날 같이 자란 고양이 외에는 쥐를 주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 부엉이에게 사정하던 우용이 아버지 열일곱 살 때 이사한 다수의 집에는 밤마다 부엉이가 용마루에 앉아 울었습니다. 이웃집 우용이 아버지는 술만 취하면 부엉이를 데리러 왔습니다. 우용이 아버지는 부엉이가 “부엉 부자 되라 부엉 부자 되라”고 하는 거랍니다. “우리 집에도 좀 가자”고 사정합니다. “부엉아, 나는 닭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부엉이가 울던 집엔 지금 남동생이 살고 있습니다. 동생은 점점 땅을 많이 사서 부자로 잘살고 있습니다. 전순예 <강원도의 맛>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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