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위안 서점의 장국영이 앉던 소파에는 그의 사진이 놓여 있다. 한위안 서점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1990)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그 ‘다리 없는 새’는 영화 속에서 ‘아비’로 나오는 장국영이다. 영화 밖 현실의 삶에서도 장국영은 아비와 비슷한 ‘다리 없는 새’였다. 아내가 둘인 홍콩의 유명 재봉사의 열 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장국영은 영화 속 아비처럼 어릴 때부터 늘 ‘사랑’을 갈구해온 외로운 아이였다. 아비는 생모에게 버림받은 후, 사랑하는 여인한테도 버림받을까봐 늘 먼저 ‘버리고’ 떠나는 바람둥이다. 장만옥(장만위)이 연기한 수리진을 꼬시기 위해 매일 오후 3시 그녀가 일하는 곳으로 찾아가는 아비.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영화 속 명대사. “1960년 4월16일 오후 3시 1분 전에 너는 나와 함께 있었어. 이 1분 때문에 너는 나를 영원히 기억하게 될 거야….” 어디 그뿐인가. 러닝셔츠와 트렁크팬티만 입은 채 음악 <마리아 엘레나>에 맞춰 멋들어지게 맘보를 추는 장국영의 모습은 꿈속에서라도 다시 보고 싶은 애틋한 명장면이다. 장국영이 죽던 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멍한 상태로 종일 신김치볶음에 맥주를 마시며 <아비정전>을 봤다. 어머니를 찾아 필리핀에 갔지만 끝내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로, 두 주먹을 움켜쥔 채 숲 속을 터벅터벅 걸어가던 아비의 뒷모습은 맘보를 추는 장면만큼이나 오랫동안 클로즈업돼 남았다. 장국영이 있는 서점 풍경 “날 장국영이라고 부르지 마, 전설이라고 불러줘. 난 전설이 될 거야. 난 전설이 돼야 한다고.” 존 파워스가 쓴 책 <왕가위>를 보면, 장국영은 생전에 전설이 되고 싶어 했다. 정말로 농담이 아니라, 그는 스스로 전설이 되고 말았다. 2003년 4월1일, 한 마리 다리 없는 새가 날다 지쳐 땅에 몸을 눕힌 날. 그의 인생 시계가 멈춘 날, 이후 우리는 장국영을 영원히 기억하게 되었다. 장국영이 그리운 사람들은 홍콩으로 간다. 특히 매년 4월1일 홍콩은 장국영을 추모하는 전세계 팬들의 성지가 된다. 하지만 그를 그리워하는 건 그가 살았던 홍콩의 사람들과 전세계 팬들만이 아니다. 상하이의 옛 프랑스 조계지 거리 사오싱루에도 그를 그리워하는 이가 많다. 상하이에 살거나 중국에 살면서 홍콩까지 갈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사오싱루에 와서 그의 흔적을 더듬고 추모하다 간다. 상하이 사오싱루 27번지에는 ‘장국영 서점’이라는 작은 독립서점이 있다. 중국의 유명 사진작가이자 역사연구가인 얼둥창이 1996년 사오싱루에 문을 연 한위안(汉源) 서점이다. 이곳이 ‘장국영 서점’으로 더 유명한 이유는 장국영이 상하이에서 가장 사랑했던 서점이기 때문이다. 얼둥창은 장국영보다 3살 어린 1959년생으로, 주로 중국 도시의 변천사를 사진으로 찍고 중국 근현대사를 연구했다. 특히 상하이 도시 변화사를 기록사진으로 촘촘히 담아 사진집을 냈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세계적인 사진작가다. 1996년 얼둥창은 사오싱루에 한위안 서점을 열었다. 한위안은 카페와 서점을 겸한 ‘북카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에선 커피 등 간단한 음료와 주류를 파는 서양식 카페서점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위안은 서점과 카페가 공존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독립서점이었다. 전세계를 다니며 역사를 연구하고 사진을 찍은 얼둥창은, 중국에 돌아와서 자신이 찍은 사진과 출판물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중국에서는 받아주는 출판사가 없어 주로 홍콩과 외국에서 자신의 저작물을 출판했고, 급기야 직접 국내에 출판사를 차려서 수많은 도시역사 서적을 펴내기도 했다. 서점카페를 연 이유는, 자신이 출판한 책들과 도시역사 관련 책들을 비치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위안에는 유난히 역사책과 사진집이 많다. 서점 한켠에는 얼둥창이 직접 고른 책들을 모아두기도 했다. 한위안이 유명해진 것은 상하이 최초나 마찬가지인 카페서점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독립서점이란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장국영의 영향이 더 크다. 장국영이 다녀갔고, 한때 그가 상하이에서 가장 사랑했던 서점이 바로 한위안이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 사오싱루에 있는 한위안 서점. 박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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