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우리의 ‘손바닥’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 수상 작품집 출간
 등록 : 2019-03-11 11:33 수정 : 2019-03-11 13:14
“올해 손바닥문학상 공모 언제 하나요?”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손바닥’ 문의 전화를 받았다. 매년 늦가을에 열리는 <한겨레21>의 손바닥문학상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의 전화였다. 공모 알림이 나가자마자 작품 두세 편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손바닥문학상에 출품하려고 써놓은 원고다. 그들이 보낸 전자우편에는 글쓰기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담겼다. “처음 소설을 씁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에는 설렘이, “부끄러운 글이지만 제 글을 읽어주세요”라는 맺음말에는 간절함이.  
‘오리 날다’ ‘벌레’ ‘총각슈퍼 올림’…
<한겨레21>은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를 응원하는 손바닥문학상을 2009년에 만들었다. 손바닥문학상은 장편(掌篇)소설과 논픽션 구분 없이 공모하고 새내기 작가를 환영한다. 2009년 1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진행해 지난해 10회를 맞았다. 10회까지 이어진 손바닥문학상을 기념하기 위해 수상작들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2009∼2018)>(한겨레출판 펴냄)은 신수원씨 ‘오리 날다’(제1회 대상작), 김소윤씨 ‘벌레’(제2회 대상작), 김정원씨 ‘너에게 사탕을 줄게’(제3회 대상작), 김민아씨 ‘총각슈퍼 올림’(제4회 대상작), 서주희씨 ‘전광판 인간’(제5회 대상작) 등 1회부터 10회까지 손바닥문학상 수상작 중 14편을 담았다. 한겨레출판의 김준섭 편집자는 “손바닥문학상 1회부터 10회까지의 대상 작품과 완결성 높고 특색 있는 주제를 담은 가작도 책에 넣었다”고 말했다.
 
 “원망스럽고 또 고맙다”
<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소외된 사람들의 작고 낮은 목소리를 전한다. 철탑 위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는 해고노동자의 이야기(‘오리 날다’), 임상 실험 아르바이트와 술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는 잿빛 청춘의 절망(‘수평의 세계’), 아픈 노모를 돌보는 치킨 배달원의 빈곤한 삶(‘치킨런’), 요양원에 있는 암환자들의 삶과 죽음(‘경주에서 1년’), 특성화고 실습생의 위험한 노동(‘비니’) 등을 그렸다. 그들의 힘겨운 삶을 위로하고 슬픔에 다가가는 ‘손바닥’의 시선은 따뜻하다.
이렇듯 ‘손바닥’이 펼친 이야기는 어둡고 슬프다. 그렇지만 외면할 수 없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금 여기의 사회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바닥문학상 심사를 맡았던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추천사에서 “내가 몰랐던 슬픔을 알게 되고 선량한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세계를 바꾸고 싶어지며, 지금 내가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며 “마음을 번거롭게 만드는 이 이야기들이 원망스럽고 또 고맙다”고 했다.
<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이 담은 어두운 세상, 그리고 그곳에서 격렬하게 버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글이 되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너와 나, 우리의 ‘손바닥’이다.
허윤희 기자yhh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