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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프랑스 부모들을 부러워할 수밖에

‘아이는 마을이 함께 키운다’ 실천하는 프랑스에서 느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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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04 22:32 수정 : 2019-01-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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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에서 휴가를 보내다 ‘노란 조끼’ 운동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왁자지껄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을 차례로 헤치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따라가보니 유치원이 나타났다. 유치원은 파리의 3구와 4구에 걸쳐 있는 마레 지구 한복판에 있었다. 아이들의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목적인지 담벼락을 꽤 높이 세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발뒤꿈치를 들어 겨우 담 너머에 있는 유치원 운동장을 힐끗 보니 십수 명의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다. 선생님으로 보이는 어른 누구도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눈치 주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노엘(성탄절) 휴가 기간인데도 유치원은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옆에서 함께 발뒤꿈치를 들어 이 풍경을 보던 친구는 “프랑스는 아이를 교육하기 무척 좋은 곳”이라고 귀띔해주었다.

프랑스에서 3살 이상 아이는 정부가 관할하는 보육학교(유치원)에 입학해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 시간은 평일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가정보육제도를 이용하면 보모가 오후 4시부터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아이를 돌봐줄 수 있다. 해마다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대기번호를 받아야 하는 한국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여성은 첫아이를 낳은 뒤 6개월 동안 출산수당을 받고, 육아휴직을 3년 동안 쓸 수 있다. 2001년부터 아버지 육아휴가제도가 법적으로 시행되면서 아버지들도 최대 14일 동안 임금 100%를 받으며 아이를 돌볼 수 있다. 이처럼 프랑스 정부가 다양한 육아지원 정책을 시행하는 까닭에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누구나 아이를 돌보는 데 불편을 겪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가 ‘아이는 마을이 함께 키운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같은 시간 지구 반대편의 고국에서 ‘박용진 3법’이 자유한국당에 발목이 붙잡힌 것과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친구와 프랑스의 교육·육아 정책과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나니 파리의 새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육아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크고 작은 공원마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놀 수 있는 네모난 모래 구역을 따로 만들어놓은 건 사회의 작은 배려다. 사시사철 좋은 공기를 맡으며 친구들과 공원에서 뛰노는 이곳은 봄에는 황사, 여름에는 자외선, 겨울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마음대로 밖에 나가지 못하는 한국과 무척 대비된다.

마침 지난 한 달 동안 파리에서 계속된 ‘노란 조끼’ 운동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노란 조끼 운동이 인상적이었던 건, 시민 상당수가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에 참여했”지만 “이 문제를 단순한 세금 문제나 계급투쟁이 아닌 사회와 내 자식의 미래가 걸린 일로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시위가 열리는 주말 내내 파리 곳곳에 연기가 자욱하고, 자동차를 포함한 기물들이 파손된 채 거리에 널브러져 있었지만, 프랑스 국민 대부분이 노란 조끼 운동을 지지하고 응원을 보내는 이유는 미래가 걸린 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로서 내가 끝내 통과되지 못한 ‘박용진 3법’에 안타까워하고,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유치원법’에 화가 나는 것도 그래서다.

글·사진 김성훈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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