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에서 ‘전교 1등’ 엄마가 ‘입시 코디’에게 무릎 꿇어 자기 아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장면. 방송 화면 갈무리
정시 전형으로 가면 산수 실력까지 동원해 배워야 하기 때문에 좀더 복잡하다. 대학마다 과목별로 ‘표준점수’(과목별 난이도를 고려해 내 점수가 평균보다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냄)와 ‘백분위’(전체 지원자 가운데 내 점수보다 낮은 이들이 얼마나 있는지를 나타냄) 등의 지표를 활용하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 내 아이가 받아둔 점수가 가장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곳에 지원하기 위해 익혀야 할 기초 지식인 셈이다. 물론 입시업체의 ‘합격 예측 서비스’에 의뢰하기도 하지만, 학부모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순발력 있는 대응이 가능하다(‘아빠의 계산력’은 여기서 발휘된다!). ‘파파안달부루스’는 학부모, ‘수만휘’는 수험생 다음 단계는 ‘전략 짜기’에 필요한 정보 수집이다. 고사미맘들이 정보에 목마른 이유는, 입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정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점수로 줄 세우기 식이 아닌 일종의 ‘정성평가’로 이뤄지는 학종은 개개인의 전략이 중요하다. 누구도 희망하는 대학과 학과에 어떻게 하면 붙을 수 있는지 일러주지 않는다. ‘깜깜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게다가 입시제도는 전형별로 해마다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따라잡기도 쉽지 않다. 비교과(학생부)가 내세울 게 없으면 애꿎은 엄마들이 뒷말을 듣기 일쑤다. 해마다 합격자를 발표할 즈음 학교에 가보면, “(저 학생은) 내신 점수가 저렇게 높은데, (불합격한 것 보면) 엄마가 하나도 안 도와준 거 아니야?”라는 말이 나돈다. 결국 엄마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례 수집’부터 나선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 선배들의 ‘입결’을 추적하는 한편, 희망 대학과 학과에 합격할 수 있는 ‘스펙’(내신점수·비교과활동 등)을 알아내는 식이다. 그런데 입시 정보는 어디서 얻나? 설마 학교에서 알려줄 리는 없지 않나. 외려 학교에선 입시 정보도 ‘선행학습’을 하고 오길 바라는 편이다. 아무래도 고급 정보는 서울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 오간다. 대치동에 사는 고사미맘 ㄱ은 자신이 다니는 “동네 헬스클럽”이 중요 정보를 얻는 공간이라고 귀띔해준다. 아이의 입시를 이끌어줄 똑 부러진 컨설턴트(혹은 코디)도, 숨겨진 보석 같은 학원강사 정보도 운동하면서 혹은 운동 끝나고 밥 먹으면서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사교육 정보가 넘쳐나는 동네라 가능한 얘기다. 특정 동네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오프라인 정보를 얻기 어려운, (나 같은) 비강남 고사미맘들은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카페)’를 들락거리며 ‘깨알 정보’를 챙긴다. 마치 아이를 낳은 직후, 육아 커뮤니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렸던 것처럼! 대체로 ‘파파안달부루스’(cafe.daum.net/papa.com)가 학부모들이 즐겨 찾는 커뮤니티라면, ‘수만휘’(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cafe.naver.com/suhui)와 ‘오르비’(orbi.kr)에는 수험생 글이 더 많이 올라오는 편이다. 이런 커뮤니티는 회원이 10만여~26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과목별 학원·강사 정보와 학습 노하우, 학생부 관리 비법, 합격 후기 등 무수한 정보가 오간다. 실전에서 바로 필요한 대학 배치표와 지원 가능 점수를 공유하는 한편, 본격적인 입시철에는 온·오프라인 상담도 이뤄진다. 일명 ‘대치동 비타민’으로 알려진 ‘임팩타민’이 별다른 광고 없이 유명해진 것도, 이런 커뮤니티에서 피로 회복에 좋은 약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출처 불명의 소문도 있다. 본격 입시 정보뿐 아니라 소소한 정보 공유는 물론이고 활동이 많은 고사미맘들은 서로가 겪는 애환도 함께 나눈다. “수능일, 휴가를 낼까요 내지 말까요” 급기야 한 입시 커뮤니티에선 2018년 11월 수능을 목전에 두고, 깨알 같은 질문이 넘쳐났다. “수능 탐구 시간에 집중력을 높이려면 포도당 캔디와 초콜릿 중에 어느 것이 나을까요?” “똑같은 식단으로 아침밥 먹이는 훈련은 수능 며칠 전부터 해야 하나요?” “수능 당일, 엄마가 직장에 휴가를 내는 게 좋을까요, 안 내는 게 좋을까요?” 이제 엄마들은 딱히 정답이 없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질문하며 최상의 매뉴얼대로 움직이려는 것 같다. 바야흐로 각자도생하는 시대에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거나 낙오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리라 짐작해볼 뿐이다. 이렇게 (내 자녀의) 실패가 두려운 엄마들은 오늘도 ‘정보 전쟁’에 내몰리고 있다. 고3 엄마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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