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오디오클립 제공
정해인(맨 위), 이병헌·변요한은 책 읽는 남자들이 되어 오디오북을 만들었다. 밀리의 서재 제공
2017년 3월 론칭한 독서 앱 ‘밀리의 서재’는 2018년 7월26일 오디오북(리딩북)을 선보였다. 이병헌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었다. 11월 초 공개한 이 책은 일주일 만에 1만5천 명이 들었다. 변요한은 유시민이 쓴 <역사의 역사>를 읽었고, 배우 구혜선은 동물학자 프란스 드 발의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었다. 모두 꽤 묵직한 책들이다. 개그맨 김수용은 자기계발서 <문제는 무기력이다> <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 두 권을 읽었다. 앞의 책은 모두 요약본이다. 정해인은 네이버 ‘오디오클립’(네이버에서 만든 오디오 전용 플랫폼)에서 <오 헨리 단편선>의 단편 7편을 ‘완독’했다. 권당으로 팔리는 이 책은 현재(2018년 12월26일 현재·이하 동일)까지 10만 권 넘게 재생됐다. 아이돌 그룹 갓세븐(GOT7) 진영이 읽은 <어린 왕자>는 팬들 사이에 ‘굿즈’처럼 소비된다. 9만4천 권 가까이 재생됐다. 아이돌 그룹 EXID 하니가 읽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은 8만4천 권 재생됐다. 네이버는 자사 동영상 플랫폼 ‘브이라이브’(VLIVE)에서 이들이 책 읽는 영상 요약본도 판다. 연예인만 시선을 끈 게 아니다. 소설가 김영하도 자신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고, 현재 10만 건에 이르는 재생을 기록했다. 그의 초기 단편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디오북 역시 3천 건 넘게 재생됐다. 연예인 ‘리더’(reader)가 시장을 리드하고 있지만, 책을 들을 기회는 부쩍 늘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오디오북’ 섹션은 2018년 7월 말 베타 서비스를 선보였다. 문을 연 첫날 630여 권, 한 달 만에 5천여 권이 팔리며 ‘있는 줄 몰랐던’ 시장으로 보였던 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30권으로 시작해 현재 유·무료 오디오북 1252권을 제공한다. 전년 대비 337% 늘어난 회원 수
스마트러닝 앱 ‘윌라’는 월정액에 가입하면 오디오북 두 권을 내려받을 수 있다. 윌라 제공
월정액은 도서시장을 흔들까
‘대여’하면 25분의 1 가격
현재 앱을 기반으로 한 이북(전자책) 콘텐츠는 월정액을 기본으로 한다. ‘밀리의 서재’는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월정액을 내세웠다. 3만 권을 월정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전자책 앱 ‘리디북스’는 2018년 7월3일 월정액 서비스 ‘리디 셀렉트’를 선보였다. 월정액 서비스에 가입하면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 중심으로 구성된 2500여 권을 읽을 수 있다. ‘밀리의 서재’가 모든 콘텐츠를 월정액으로 이용하는 넷플릭스 식이라면, 리디북스는 부분 월정액제인 아이피티브이(IPTV)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월정액 가격은 9900원, 리디 셀렉트는 6500원이다. 교보문고 독서 앱 ‘샘’ 등도 카테고리별로 제한된 월정액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스마트러닝 앱 ‘윌라’는 클래스(강의)와 오디오북 중 월정액을 선택할 수 있는데, 오디오북 월정액의 경우 두 권을 내려받을 수 있다. 아마존 오디오북 서점 ‘오더블’과 비슷하다.
이런 월정액 서비스에 대해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의 월정액 문제가 반복되는 건 아니냐는 우려도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의 월정액 서비스는 저작권자에게 불리한 분배율로 문제가 되었다.
현재 월정액 서비스는 ‘대여’(빌려줌)라는 개념으로 값을 정한다. 오디오북의 값은 이북처럼 출판사가 다시 정한다. 별도로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부여받고 가격도 등록하는데, 이것이 정가가 된다. 저자와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이북은 종이책 정가의 60~80%, 오디오북은 80~90% 수준에서 정가가 정해진다. 2차 저작물 발생 이익은 통상 50% 수준인데, 이북·오디오북에서 저자의 수익은 25% 정도 된다. 월정액 서비스에서는 25번(카피) 내려받으면 한 권 가격(‘밀리의 서재’의 경우)으로 셈한다. 대여한 책은 한 달간 읽을 수 있다.
대체로 출판사 관계자는 이북·오디오북 서비스를 응원하고 있다. 종이책 시장을 크게 잠식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부가 수익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출판사 사장은 “장기적으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베스트셀러 쏠림 현상, 콘텐츠 전체의 질적 하락 등이 어느 수준으로 현실화할지 모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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