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돌궐족과 일본 원숭이의 쿠데타

서울 동여의도의 신흥 냉면집, 선주후면

1186
등록 : 2017-11-08 11:01 수정 : 2017-11-08 11:08

크게 작게

X기자

“진짜 얼굴 ×같이 생겼네~.”

4년 전 회사 앞 호프집인 ‘스핑크스’에서 내 절친 고목나무(별명) 기자를 본 와잎이 귀엣말로 말했다. 골뱅이소면을 먹다 앞자리 고목나무에게 뿜을 뻔했다. “아무리 그래도 내 선배인데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귀에 대고 속삭이자 와잎이 말했다. “네 선배지 내 선배냐?” “….” 사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고 기자의 외모는 역대급(?)이다. 경찰서 출입할 때는 경찰서 입구를 지키는 의경이 ‘형사과에 오셨냐?’고 매번 물어봤다고 한다. 법원 출입할 때는 판사들과 타사 기자들로부터 ‘외모가 위헌’ 또는 ‘외모가 쿠데타’라는 말을 밥 먹듯 들었다고 했다. 위헌과 쿠데타라는 말이 난무하지만 그의 얼굴은 민주주의다. 본인은 이목구비가 뚜렷하다며 오스만투르크의 후예인 돌궐족이 자신의 조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목구비가 밋밋하다는 점만이 뚜렷한 걸 보면 일본 원숭이가 먼 조상이라고 우리는 보고 있다.

절대미남을 무색하게 하는 외모 덕분에 고 기자는 뭘 입어도 ‘간지’가 장난 아니다. 7년 전 5월 열린 회사 주주총회에서 은갈치 양복에 배까지 파인 브이넥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 주총 분위기를 상큼발랄(?)하게 만든 장본인이 그다. 그가 마이크를 전달하자 발언권을 달라고 하던 주주들이 시선을 피하더랬다. 자신은 <한겨레> 최고의 ‘패피’(패션피플)라며 한여름에도 비니를 고집하는 ‘골무’ 고 기자에게 영광을! 이렇게 말해도 회사에선 나와 고 기자를 싸잡아 얼굴 쓰레기라는 의미로 ‘고레기 ×레기 쌍레기’라고 부른다.

지난 추석 연휴, 고 선배가 독박육아를 한다며 서울 동여의도에 새로 생긴 냉면집 ‘선주후면’에서 낮술이나 하자고 연락했을 때, 귀신같이 통화 내용을 듣던 와잎은 냉면은 “나야 나~”라며 난리부르스였다. 난 살포시 고에게 문자를 보냈다. “와잎이 같이 간다는데 괜찮겠어?” 골무는 자기야 “언제든 환영”이라고 했다. 집에 갈 때도 그 말 하는지 보자. 선주후면에 도착했더니 오늘도 골무를 쓴 골무가 26개월 딸과 함께 나와 있었다. 와잎은 이산가족 상봉을 하듯이 두 부녀와 얼싸안자마자 곧바로 한우사태수육과 개풍접시만두, 한라산 소주과 맥주를 주문했다. 이 가게 처음 맞니? 그나저나 이 사태를 어찌할 것인가.

안주가 나오자 와잎은 속사포로 ‘소폭’을 말았다. 그래 누가 선주후면 아니랄까봐~. 수육 맛은 나쁘지 않았다. 4년 만의 재회에 행여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내 우려는 기우였다. 둘은 오누이처럼 주거니 받거니 잘도 마셨다. 이윽고 냉면을 시킬 시간. 와잎은 육회냉면을 주문했다. “육회? 아주 유쾌하구만~”이라고 말장난을 던져도 둘은 너는 말해라~ 나는 마신다는 식으로 히죽히죽 잘도 마셨다. 유쾌하지 못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신생 음식점치곤 물냉면 맛이 괜찮았다. 중면에 은근한 육수 맛이 정인면옥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순간, 와잎은 독박육아 핑계로 여의도 호텔에 독방을 마련한 골무 고 기자에게 집에서 한잔 더 하자고 제안했다. 골무 고 기자는 얼씨구나 좋다고 따라왔다. 회사 선배 샴쌍둥이(별명·제1003호 ‘동감상놈의 품바 타령’ 참조)까지 합류한 그날의 술자리는 세 주책바가지의 음주가무로 얼룩졌다. (고목나무 기자의 외모가 궁금한 분은 구글링을.)

X기자 xreporter21@gmail.co.kr


독자  퍼스트  언론,  <한겨레21>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