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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런던 가기 전에 만나 다행이야!

<마인드 더 갭>과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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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30 17:40 수정 : 2017-11-0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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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영국 런던 도서전에 출장을 갔다. 도서전 업무 외에 틈틈이 런던 곳곳을 돌아봤다. 마침 올림픽을 앞둬서인지 더 깔끔하고 친절한 듯해 마음에 들었다. 브리티시뮤지엄이나 내셔널갤러리 같은 곳의 관람료가 공짜라는 사실도 큰 매력이었는데, 특히 내셔널갤러리에 얼마나 마음을 빼앗겼는지, 그 짧은 일정에 두 번이나 들렀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딱 한 달만 런던에 살아봤으면’ 하는 헛된 꿈을 품고 말았다.

그런데 그 꿈이 실현됐다. 운 좋게도 2014년 여름 석 달간 런던에서 머물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백붕제기념출판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진행하는 출판인 해외연수 지원 사업에 선발된 덕분이다. 어쨌든 갑자기 런던에서 석 달을 지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 막막할 수밖에. 단기간의 여행이나 출장이라면 그에 맞춰 준비하면 되는데, 석 달의 짧은 연수 기간에 뭐가 필요한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른 수 있겠는가, 책부터 찾아봐야지. 여행 가이드북은 충분히 많았지만 나를 위한 책은 아니었다. 그렇게 책을 찾아보다 <마인드 더 갭>(김규원 지음, 이매진 펴냄)을 만났다.

런던에서 지하철을 타면 늘 들을 수 있는 ‘마인드 더 갭’(mind the gap)이라는 말. 전동차와 플랫폼 사이의 틈을 조심하라는 이 말에서 ‘한국과 영국 사이의 차이를 주목하라’는 의미를 가져왔다는 저자의 소개도 그럴듯했고, 영국 국기의 색을 활용해 지하철 플랫폼을 형성화한 표지 이미지도 멋졌다. <한겨레> 김규원 기자가 1년간 가족과 함께 지내며 겪은 영국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것을 정리한 책인데, 영국 사회를 개괄하고 싶은 한국인에게 이만한 콘텐츠가 있을까 싶다.

실용적 측면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 여행이 아니라 영국에 처음 와 몇 달이나 몇 년을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 저자가 가장 먼저 추천해주고 싶다고 한 자선가게(채러티숍) 얘기다. 우리로 치면 ‘아름다운가게’를 연상하면 되는데, 그 조언 덕에 아주 단출하게 짐을 쌀 수 있었다. 현지에서 사용할 가방, 신발, 옷걸이, 각종 소도구 등은 모두 런던의 옥스팸(Oxfam)에서 사고 런던을 떠날 때는 다시 그곳에 기부하고 돌아왔다.

당시 찾아 읽은 루나파크 홍인혜의 에세이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달 펴냄)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훌쩍 영국으로 떠나 8개월을 지낸 이야기인데, 몇 개월 영국 체류자를 위한 팁이 꽤 쏠쏠하다. 무엇보다 펍에 가서 쫄지 않을 자세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에 담긴 저자의 강권(!)으로 결국 노트북을 구입했는데, 막상 런던에 도착하고 보니 호기롭게 인터넷과 단절된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은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만약 두 책을 만나지 못하고 런던에 도착했다면? 그저 아찔하다.

정회엽 원더박스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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