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를 기르는 법 1> 김정연 글·그림/ 창비 펴냄/ 1만6천원
만화는 20대 여성의 독립과 성장 이야기이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팝업창이 끊임없이 뜨는 사이트를 시작페이지로 설정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 혼자 살기로 결심한 이야기, “자정을 넘긴 딸들만이 아는” 골목길에서 성추행을 당할 뻔한 일 등을 들려준다. 독립 뒤 시다는 소동물 ‘쥐윤발’을 키우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과 주변 사람들로 시선을 확장해간다. 만화 속 앵글은 위에서 아래를 보여준다. 김 작가가 리빙박스 안 햄스터를 보는 구도다. 의도된 시선으로 찬찬히 만화를 들여다보면, 120리터 플라스틱 리빙박스 안에 있는 햄스터 쥐윤발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는 시다를 볼 때 울컥하게 된다. 기침 소리가 들릴 정도로 다닥다닥 붙은 고시원에 살다 작은 원룸으로 옮긴 시다는 계속되는 야근과 낮은 임금을 감수한다. 눈앞에 닥친 삶을 살아내다보니,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게 어려워진다. 김 작가는 시다를 이렇게 그렸다. “공간 꾸미기를 좋아하고 취향이 분명한 시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내 것은 없고 무언가 쌓이는 것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한다.” 상자 안 햄스터처럼 무심한 듯 내뱉는 이시다의 독백은 슬프고도 서늘하다. “전 저의 인생이 필름 없는 카메라 앞에서 취하는 포즈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제가 이 땅에 태어났을 때 이미 모든 것이 끝나 있었습니다.” “오늘도 모두가 치사량까진 아닌 밤을 넘기고 있습니다.” 그런 그를 위로하는 건 따뜻한 코코아와 백허그 해주는 카디건. 그래도 이시다는 집에 돌아와 스스로 자신을 길러낸다. 그렇게 오늘을 꿋꿋하게 살아낸다. “개인의 삶이란 결국 자기 스스로를 잘 운용해나가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내가 매일의 승리를 쟁취하는 편이 좀더 나은 삶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감정은 오늘의 나만이 지니고 있으니까요.”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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