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MBN)에 5년간 고정 출연한 개그맨 이승윤씨. 8월10일 서울 강남구 역삼 공원. 박승화 기자
등장인물 2명이 60분을 이끌어간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 있는 포맷이다. 크게 웃긴 장면도 없다. 대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 같다. 기본 대본은 있는데 난 아예 보지 않는다. 정형화되고 틀에 박힌 얘기만 할 수 있으니까. 편안한 내레이션도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아니, 나와 윤택씨를 ‘신의 한 수’였다고 해달라. (웃음) 자연인들로부터 대리만족을 느끼고 ‘저 사람들은 저렇게 사는구나’라는 호기심을 충족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자연인이다> 제작진은 총 세 차례 자연인을 찾아간다고 한다. 먼저 사전답사를 하고 촬영 가능성을 타진한다. 촬영 하루 전 제작진이 먼저 현장에 가 있는다. 촬영 당일 고정 출연자가 현장에 간다. 보통 새벽 5시30분에 출발한다. 본격 촬영이 들어가면 2박3일 걸린다. 이건 ‘극한 직업’이다 오지에 사는 자연인을 어떻게 섭외하나. 제작진이 한다. 듣기론 제보를 받거나 행정관청, 마을을 수소문해 찾는다고 한다. 벌써 5년이다. 대한민국에 자연인이 그렇게 많나. 5년이라고 해봐야 250명 정도다(지난 8월16일 방송이 257회였다). 250명이 그렇게 많다고 생각지 않는다. 4~5년차 자연인들은 첫 방송 이후 산에 들어온 분들이다. 그걸 감안하면 그리 많은 수가 아니다. 초반엔 조금 특이한 분이 많았다면, 요즘 만나는 자연인들은 자연을 동경하다가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분이 많다. 자연인들의 행동, 음식 모두 실화인가. 모두 거기 사는 분들이다. 생전 안 해본 행동을 하거나 안 먹어본 음식을 하는 경우는 없다. 가끔 겨울에 계곡물에 들어간다는 분들 계신데 제작진은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봐 ‘평소 진짜 하시는 것 맞냐’ ‘촬영 때문이면 하시지 말라’고 오히려 말린다. 혼자 사는 자연인들, 촬영 많이 어색해하진 않나. 2박3일 동안 60분 분량을 촬영하는 셈인데, 방송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마음의 문을 여는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엔 말문이 안 트이고 카메라에 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일상적인 대화를 최대한 많이 하면서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하루 지나면 어색함이 깨진다. 3일째 마지막 날에 ‘나 이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자연인이 중간에 촬영을 거부하는 일은 없나. 간혹 있다. 사람에 데어 산으로 오신 분이 많다. 이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은 분도 있고 계속 마음을 닫는 분도 있다. 프로그램 측면에선 그들의 사연이 필요한데 말하길 거부하는 분들이 있다. ‘옛날얘기 해서 뭐하냐’ ‘그런 거 싫다’ ‘그런 거 하면 (촬영) 안 한다’고 하신다. 그럼 내가 ‘정말 하기 싫은 얘기 해달라는 게 아니라 산에 왜 들어오셨는지만 간략히 얘기해주시면 된다’고 말씀드린다. 자연인들에겐 평범한 일상이, 고정 출연자에겐 ‘극한 직업’이다. 산속 깊이 들어갔다가 해가 금세 지고 빗방울이 떨어져 바위 밑에서 낙엽 덮고 비박을 하기도 한다. 이제 이런 일들은 이승윤씨에게 특별히 힘들다 할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장수말벌에 쏘이고 멧돼지를 만나고
<나는 자연인이다> 1회 방송 화면. ‘생선대가리카레’를 맛본 직후 이승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MBN 화면 갈무리
이승윤이 뽑은 <나는 자연인이다> 베스트 5
최고거나 최악이거나
<나는 자연인이다> 고정 출연자 이승윤씨에게 ‘자연인 베스트 5’와 ‘이색 음식 베스트 5’를 뽑아달라고 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자연인 100여 명을 만났다. 앉은자리에서 5분 만에 뚝딱 리스트를 만들어냈다. ‘이승윤이 뽑은 <나는 자연인이다> 베스트 5’. 어떤 음식은 베스트를 ‘워스트’로 읽어도 무방하겠다.
자연인 베스트 5
이름(방송 회차): 김용호(1회)
당시 나이(자연인 경력): 77살(30년)
사연(특이점): 여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자연인. “산소를 코로만 마시는 게 아니라 피부로도 마시기 때문에 벗는 게 이롭다”는 게 그의 생각. 그를 처음 만난 이승윤의 생각.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듬해 겨울 다시 촬영하러 갔을 때 그는 다행히 점퍼를 입고 있었다. 움막 생활에도 항상 ‘씻기’를 강조하는 청결주의자.
이름(회차): 이연호(102회) 나이(경력): 60살(5년) 사연(특이점): 산속에서 나무공예 작업을 하는 자연인. 산속 생활 5년째. 약초는 잘 모른다. “사람이 다 잘 알지는 못하잖아”라는 게 그의 해명. “뭐든지 골고루 먹어야 한다”며 라면 두 봉지를 들고 나타난 자연인. 멋쩍었는지 라면에 영지버섯과 잔대를 투하. 너무 써서 결국 못 먹었다는데. 영지버섯 처음 넣어봤냐는 질문에 묵묵부답.
이름(회차): 이인홍(197회) 나이(경력): 69살(16년) 사연(특이점): 점잖은 말투로 종종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구사한다. 미국 한의대 중퇴, 국외 무역업 성공, 국내 사업 실패 이후 사람이 싫어 산속 생활을 결심한 자연인. 산에 오를 땐 기다란 모형 칼을 허리춤에 꽂는다. 맹수를 쫓아내는 용도라고. 장례를 지키지 못한 어머님 생각에 종종 관 속에서 수면을 취한다.
이름(회차): 서명원(205회) 나이(경력): 65살(6년) 사연(특이점): 띠동갑 부인과 산속에서 노후를 보낼 집을 지은 자연인. 행복한 산속 생활 1년이 지났을 때 부인이 강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키우는 고양이들에게 새우를 잡아주려 강가에 갔다가 사고를 당했을 거라 추정. “부인의 손때 묻은 집을 잘 가꾸며 눈감을 때까지 그곳에 살겠다”는 자연인.
이름(회차): 이영주(230회) 나이(경력): 66살(5년) 사연(특이점): 두 아들을 오토바이 사고로 한꺼번에 잃은 여성 자연인. 사고 이후 17년간 고기잡이배를 몰며 몸을 혹사해 슬픔을 잊고 안정을 찾아갔지만 또다시 지인에게 상처받고 산속 생활 시작. 이승윤, “방송엔 다 나오지 않았지만 그분 사연 들으며 진짜 많이 울었다.”
이색 음식 베스트 5 음식명(방송 회차): 생선대가리카레(1회) 레시피: 가지, 당근, 카레를 물에 넣고 끓인다. 생선대가리를 잔뜩 넣고 더 끓인다. 자연인 설명: “등푸른 생선대가리는 몸에도 좋고 값도 싸다.” 이승윤 한줄평: “두 번 먹고 싶지 않다.”
음식명(방송 회차): 고라니 간(2회) 레시피: 실탄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고라니를 자연인이 해체해 간을 추린다. 자연인 설명: “날것으로 먹어도 돼.” 이승윤 한줄평: “물컹물컹.”(한번 먹고 한숨 쉬며 소주 한잔을 털어넣었다.)
음식명(방송 회차): 개구리된장찌개(84회) 레시피: 된장을 물에 푼다. 말린 개구리 3~4마리 넣는다. 고추, 마늘, 양파 넣는다. 1~2시간 푹 끓인다. 자연인 설명: “기력에 좋다. 지네도 넣어줄까?” 이승윤 한줄평: “몸에 좋다니까.”
음식명(방송 회차): 영지버섯라면(102회) 레시피: 영지버섯과 잔대를 잘게 썰어 넣은 물에 라면을 끓인다. 자연인 설명: “약재 좀 넣고 맛있게 한번 끓여보자고.” 이승윤 한줄평: “과유불급.”(방송에선 “한약에 라면을 담가 먹는 맛”이라 평했다.)
음식명(방송 회차): 짱돌찌개(181회) 레시피: 계곡에서 주워온 짱돌 2개를 물에 넣고 끓인다. 표고버섯, 더덕, 파, 고추장을 넣고 더 끓인다. 자연인 설명: “미꾸라지가 등을 긁고 가재가 양치질한 흔적이 묻은 짱돌을 넣으면 향이 좋고 미네랄이 많다. 찌개가 잘 식지 않는다.” 이승윤 한줄평: “왜 넣었을까.”
이름(회차): 이연호(102회) 나이(경력): 60살(5년) 사연(특이점): 산속에서 나무공예 작업을 하는 자연인. 산속 생활 5년째. 약초는 잘 모른다. “사람이 다 잘 알지는 못하잖아”라는 게 그의 해명. “뭐든지 골고루 먹어야 한다”며 라면 두 봉지를 들고 나타난 자연인. 멋쩍었는지 라면에 영지버섯과 잔대를 투하. 너무 써서 결국 못 먹었다는데. 영지버섯 처음 넣어봤냐는 질문에 묵묵부답.
이름(회차): 이인홍(197회) 나이(경력): 69살(16년) 사연(특이점): 점잖은 말투로 종종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구사한다. 미국 한의대 중퇴, 국외 무역업 성공, 국내 사업 실패 이후 사람이 싫어 산속 생활을 결심한 자연인. 산에 오를 땐 기다란 모형 칼을 허리춤에 꽂는다. 맹수를 쫓아내는 용도라고. 장례를 지키지 못한 어머님 생각에 종종 관 속에서 수면을 취한다.
이름(회차): 서명원(205회) 나이(경력): 65살(6년) 사연(특이점): 띠동갑 부인과 산속에서 노후를 보낼 집을 지은 자연인. 행복한 산속 생활 1년이 지났을 때 부인이 강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키우는 고양이들에게 새우를 잡아주려 강가에 갔다가 사고를 당했을 거라 추정. “부인의 손때 묻은 집을 잘 가꾸며 눈감을 때까지 그곳에 살겠다”는 자연인.
이름(회차): 이영주(230회) 나이(경력): 66살(5년) 사연(특이점): 두 아들을 오토바이 사고로 한꺼번에 잃은 여성 자연인. 사고 이후 17년간 고기잡이배를 몰며 몸을 혹사해 슬픔을 잊고 안정을 찾아갔지만 또다시 지인에게 상처받고 산속 생활 시작. 이승윤, “방송엔 다 나오지 않았지만 그분 사연 들으며 진짜 많이 울었다.”
이색 음식 베스트 5 음식명(방송 회차): 생선대가리카레(1회) 레시피: 가지, 당근, 카레를 물에 넣고 끓인다. 생선대가리를 잔뜩 넣고 더 끓인다. 자연인 설명: “등푸른 생선대가리는 몸에도 좋고 값도 싸다.” 이승윤 한줄평: “두 번 먹고 싶지 않다.”
음식명(방송 회차): 고라니 간(2회) 레시피: 실탄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고라니를 자연인이 해체해 간을 추린다. 자연인 설명: “날것으로 먹어도 돼.” 이승윤 한줄평: “물컹물컹.”(한번 먹고 한숨 쉬며 소주 한잔을 털어넣었다.)
음식명(방송 회차): 개구리된장찌개(84회) 레시피: 된장을 물에 푼다. 말린 개구리 3~4마리 넣는다. 고추, 마늘, 양파 넣는다. 1~2시간 푹 끓인다. 자연인 설명: “기력에 좋다. 지네도 넣어줄까?” 이승윤 한줄평: “몸에 좋다니까.”
음식명(방송 회차): 영지버섯라면(102회) 레시피: 영지버섯과 잔대를 잘게 썰어 넣은 물에 라면을 끓인다. 자연인 설명: “약재 좀 넣고 맛있게 한번 끓여보자고.” 이승윤 한줄평: “과유불급.”(방송에선 “한약에 라면을 담가 먹는 맛”이라 평했다.)
음식명(방송 회차): 짱돌찌개(181회) 레시피: 계곡에서 주워온 짱돌 2개를 물에 넣고 끓인다. 표고버섯, 더덕, 파, 고추장을 넣고 더 끓인다. 자연인 설명: “미꾸라지가 등을 긁고 가재가 양치질한 흔적이 묻은 짱돌을 넣으면 향이 좋고 미네랄이 많다. 찌개가 잘 식지 않는다.” 이승윤 한줄평: “왜 넣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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