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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광고/ 인터넷은 다 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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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9-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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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인터넷 강조하는 쇼핑몰 광고… 언제, 어디서나 잠들지 않는 소비

최근 닷컴기업들의 광고는 천태만상이다. 인터넷 기업들의 초기광고는 SF영화처럼 첨단 이미지가 대세였지만 점차 일상적인 모습, 사람의 얼굴로 변모하고 있다. 그 중 롯데닷컴(Lotte.com) 광고도 재미있다. 트로트 가수 송대관과 태진아의 너스레가 펼쳐지는 이 CF는 닷컴기업의 첨단 이미지를 일상적이고 친숙한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주부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 이들은 “형님, 롯데 닷컴 들어봤어?”라는 질문에 “응. 롯데 다껌, 껌은 롯데지”라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 ‘닷컴’이 ‘다 껌’이 되버리는 순간 이 언어유희는 순식간에 소비자를 무장해제시킨다. 인터넷이 만만해진다. 그야말로 인터넷은 껌처럼 쉽고 별것 아닌 우리의 일상이 아닌가. 쇼핑몰의 특성상 소비자가 친근하게 느끼는 것이 관건이므로 유머 방식을 택한 것이지만 의외의 효과를 거둔 광고다. 인터넷에 강박을 느꼈던 사람들은 통쾌하다. 프로이트 말대로 농담은 부지불식간에 억압을 전복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동음이의어로 웃음을 자아내는 광고가 또 있다. 삼성카드 ‘이머니’(e-money)의 최근 CF가 그것. 고소영과 구준엽을 신랑신부로 내세워 결혼식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경건한 성당, 주례사가 한창인데 신부는 신혼여행 비행기표와 호텔예약이 궁금하다. 슬쩍 신랑에게 물어보자 신랑은 ‘이머니’로 해결했다고 대답한다. “이모님이?”라고 동문서답하는 신부, “아니, 이머니”라고 신랑이 외친다.

동음이의어의 언어유희는 신조어를 인지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롯데 다껌’과 ‘이모님’은 ‘닷 컴’과 ‘이머니’라는 낯선 용어를 일상의 구어체로 환치시켜고 비틀어버린다. 이 즐거운 혼동은 웃음과 함께 깊이 각인된다. 하이데거가 나르시스와 에코의 메아리를 두고 설명했듯이 언어에는 자신의 욕망과 무의식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하튼 최근의 광고물량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신용카드회사와 쇼핑몰 회사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신용카드뿐 아니라 각종 주유카드, 특성화된 전용카드, 캐시백(cash back)카드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시켜 제휴, 신설되고 잇다. 네트워크 세대들은 합리적인 소비자라고 한다. 전자상거래에서는 꼼꼼히 살펴보고 비교하여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소비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저렴한 가격, 뛰어난 서비스, 무엇보다 소비 계층의 라이프스타일 파악이 필수적이다.

인터넷 세상은 쇼핑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온라인 구매는 이머니(e-money) 초기 광고처럼 온라인으로 가능해진 무소부재의 소비시스템을 보여준다. ‘everywhere’, ‘everytime’, ‘everything’, ‘e-money’라는 문자가 차례로 나타났다가 점멸하는 이 CF는 아름다운 음악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펼쳐지지만,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명제는, 역으로 읽으면 잠들지 않는 소비를 뜻한다. 신이 그러하듯 소비는 무소부재의 존재가 된 것이다. e-편한 세상이 경탄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사업도 인간이 중심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닷컴기업들의 광고가 세상이야기, 세상사람들을 다루는 것도 그 때문이다.


광고비평은 이번호를 끝으로 마칩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마정미/ 문화비평가 spero.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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