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으로 응답하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편성으로 풍자하는 방송 채널들
등록 : 2016-11-28 22:57 수정 : 2016-11-30 16:34
FOX채널 페이스북 갈무리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의 가명은 ‘길라임’. 그나마 다행이다. 100만 시민의 외침을 무시하는 그도 TV를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까. 이를 놓칠세라 케이블TV ‘FOX채널’은 드라마 <시크릿가든> 전편을 재방송하고 ‘채널CGV’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나열한 듯한 제목의 영화를 편성해 방영했다. ‘박근혜 게이트’에 ‘편성으로 응답’하는 방송을 살펴봤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내가 이러려고~” 열풍을 낳았던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시크릿가든> 열풍이다. FOX채널은 지난 11월16일 트위터·페이스북을 통해 “화제의 드라마 <시크릿가든>을 전편 재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우주의 기운을 모아 FOX가 그 어려운 걸 해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FOX채널은 11월21일부터 매주 월~목 오후 4시40분부터 새벽 1시까지 방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천영화 코너도 만들어졌다.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왓챠 플레이’(Watcha Play)는 메인 화면에 ‘자괴감 들고 괴로울 때’라는 코너를 따로 마련해 28편의 영화를 서비스했다. 추천영화 목록에는 <베테랑> <부당거래> <군도: 민란의 시대> 등 검찰·재벌 기득권 권력층의 부패를 꼬집는 영화와 <박수건달> <관상> <왕의 남자> 등 최씨와 박 대통령의 ‘무속신앙 연계설’을 연상시키는 영화들이 포함됐다.
특히 추천영화의 제목을 순서대로 앞글자만 따서 읽으면(<박수건달> <그녀를 믿지 마세요>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하녀와 주인> <야수>) ‘박그네하야’가 돼, 누리꾼 사이에 화제가 됐다.
‘내가 이러려고 영화 만들었나.’ CJ 제작 영화들 때문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압박받은 이미경 부회장이 했을 법한 한탄이다. ‘미운털’이 박히기 시작한 건 영화 <그때 그 사람들>로부터 비롯됐다는 게 정부와 CJ 쪽의 공통된 의견이다.
2013년 말까지 ‘말로만’ 이뤄지던 청와대의 압박은 2014년 12월 <변호인> 개봉 뒤 문화체육관광부에 ‘손을 보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기에 이른다. 부당한 압력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것일까? 채널CGV는 11월 초 최근 정국을 반영하는 듯한 영화를 연속 방영했다. 10월31일 최씨가 검찰에 출석할 때 ‘프라다’ 신발이 벗겨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는데, 이날 채널CGV에선 오전과 오후 두 번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방영됐다. 11월3일에는 <부당거래>, 11월4일에는 <박수무당> <백악관 최후의 날> <군도: 민란의 시대>가 연달아 편성됐다. 우연일까.
‘이 영화 좀 보십사 하야’
영화 전문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추천한 영화’ 1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그린 <변호인>이다. 맥스무비는 11월11~14일 13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6.3%가 <변호인>을 추천했다고 전했다.
2위는 <내부자들>, 3위는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차지했다. 기타 추천작으로 <터널> <자백> <아수라> 등이 있었는데, ‘추천작이 없다’는 의견이 압권이다. “영화 볼 시간 없어요. 빨리 퇴진하시길” “영화는 무슨, 하야하라” “뭣이 중헌디!”
김지숙 <한겨레> 디지털부문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