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부터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 <이반검열> 공연 모습. 드림플레이 테제2, 전화벨이 울린다 제공
속기록을 보면, 문화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비판을 허용해야 된다”는 야당 의원 말에도 ‘동의’하고 “정치적 논란이 예상되는 작품은 지원을 철회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 말에도 ‘동의’한다. 예술위원장의 답변도 비슷하다. 연극은 실제 상황의 재연에 이어 실재 인물의 발언에서 모순점을 포착한다. 검열의 언어를 하나씩 ‘리플레이’해 검열의 모순을 캐는 것이다. 진실 공방으로 난마처럼 얽힌 언론 보도보다 훨씬 간명하게 연극은 ‘팩트’와 ‘해석’을 제시한다.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김재엽 드림플레이 테제21 대표는 “기존 연극은 드라마를 채우기 위해 부차적인 장면을 써야 하는데, 버베이팀 연극은 바로 핵심 사건으로 들어간다. 극장도 ‘세상의 일부’라고 인식해야 버베이팀이란 새로운 연극 양식이 들어올 틈이 생긴다”고 했다. 이 연극은 지난 6월 모든 자리 공연이 매진되면서 7월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같은 달 13일 도종환 의원을 비롯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민주 의원 7명이 이 연극을 단체 관람했다. 막이 내린 뒤 토크 콘서트가 진행됐다. 도 의원은 “국감에서 다뤄진 상황이 연극으로 구성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검열언어의 정치학>이 속기록, 언론 보도를 실제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검열의 본질을 꿰뚫었다면, 이연주 연출의 <이반검열>은 보수 쪽의 발언을 통해 보수 쪽 주장의 허구성을 파헤친다. 물론 전자와 마찬가지로 무대 위 언어는 차별받는 이들의 실제 육성을 가져왔다. <성적소수자 학교 내 차별사례 모음집>(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 <다시 봄이 올 거예요>(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등에서 뽑아온 것이다. 새마을운동 다큐멘터리 영상물도 적극 활용했다. 특히 보수단체들이 규정한 퇴출 대상 ‘세월호, 동성애, 종북, 이슬람’ 등을 제시하면서 역으로 한국 사회의 억압성을 더 뚜렷이 드러냈다. 8월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일반’적인 사람으로 불리는 테두리에서 벗어난 ‘이반’(동성애)을 다뤘다. 동성애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라면, 정치 검열은 차별과 배제, 감시와 처벌의 대상으로, 두 사안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연주 연출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검열의 과정과 연결된다. 개인적 영역을 넘어 역사·제도적으로 학습되고 국가 정책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증언·발언을 날것 그대로 우리 연극계에 나타난 버베이팀 연극이 어디 이 두 작품뿐이랴. ‘다큐멘터리 연극’이라고 불리는 작품들도 이미 무대화가 잦았다. 마지막으로 버베이팀 연극의 의미를 한 번 더 되새김해보자. 성수정 번역가는 “언론 보도와 청문회 기록을 출연배우가 그대로 재연한다. 철도 민영화 등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국회 발언, 이라크전에 참전한 병사의 증언 등 실존 인물의 언행이 ‘날것 그대로’ 연극에 실린다”고 설명했다. 성 번역가는 7월 안산문화재단 주최 ‘극작가 워크숍’에서 버베이팀 연극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버베이팀 연극. 기대가 크지 않는가. 손준현 <한겨레> 대중문화팀 기자 dust@hani.co.kr ※‘손준현의 첫공막공’ 연재를 시작합니다. ‘첫공막공’은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의 준말로 공연예술 전반을 다루겠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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