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질전환 돼지 ‘새롬이’의 놀라운 가능성… 의료용 인체 단백질 유즙으로 배출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농업진흥청 산하 축산기술연구소에서 ‘황금유즙’을 내놓고 있는 ‘새롬이와 그 후손들’. 이들은 덴마크 재래종 돼지에 대요크셔종을 교배해 오랜 시간에 걸쳐 살코기형으로 개량된 랜드레이스 혈통을 이어받았다. 하얀 털에 긴 얼굴, 곧은 코는 영락없는 랜드레이스종임을 실감케 한다. 다만 이곳의 랜드레이스는 탄력있는 피부에 붉은 핏기가 짙게 배어 있는 게 이채롭다. 사람의 몸에서 추출해 합성 재조합한 ‘에리트로포에틴’(EPO)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300kg이 넘는 새롬이가 ‘가축 호텔급’ 축사의 첫 칸을 차지하고 있고, 바로 앞에는 갓 태어난 손자들이 재롱을 피우고 있다. 나머지 10여칸에도 새롬이 후손들이 버티고 있고, 그 옆으로는 새롬이네 암컷들이 분비하는 유즙을 멸균환경에서 분리·정제하는 첨단시설이 들어서 있다.
냉온방 시설이 완비된 곳에서 아주 특별한 대접을 받는 돼지들. 축산기술연구소 생명공학연구실은 1998년에 유즙 속에 조혈촉진제를 젖으로 생산하는 돼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금은 새롬이를 필두로 그 후손이 35마리나 된다. 이 돼지들의 유즙에서 나오는 EPO는 DNA 재조합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당단백질로 체내에서 분비하는 것과 같은 약리작용을 한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신세뇨관의 간질세포에서 대부분의 EPO를 만들지만 만성심부전 환자나 지도부딘 치료를 받는 에이즈 감염자들은 EPO가 분비되지 않아 심각한 빈혈을 느끼게 된다. 그런 환자들은 조혈촉진제를 인체에 공급해야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1g에 9억원인 빈혈치료제 물질 생산
현재 시판중인 조혈촉진제는 세포배양법으로 만든 인공 단백질이다. 사람의 유전자를 동물세포를 집어넣어 인위적으로 배양한 것이다. 이때는 동물세포 유전자들이 불필요한 단백질을 많이 만들고 독성물질을 방출해 이를 분리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미국 암젠사가 개발한 세포배양 조혈촉진제 1g은 가격이 무려 84만달러(약 9억원)나 된다. 4만여명이 1회씩 주사맞을 수 있는 분량이다. EPO의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28억달러(약 3조원)에 이른다. 세포배양법으로 EPO 1g을 만드는 데 1천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에 비해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하면 100분의 1 정도의 비용으로 고부가가치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암퇘지 한 마리가 한해 동안 짜내는 400kg 안팎의 유즙에서 EPO를 최대 2.8g까지 생산한다. 한 마리가 한해에 25억원 정도를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축산기술연구소 생명공학연구실은 유즙뿐만 아니라 오줌에서도 EPO 유전자를 분비하는 형질전환 돼지를 만들기도 했다. 돼지들이 형질전환 기술을 통해 암수나 출산 여부에 관계없이 의약품 공급원 노릇을 할 길이 열린 것이다. 가축의 고가의 생리활성 물질을 얻는 형질전환은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형질전환을 한마디로 말하면 외부 유전자를 특정 동물에 인위적으로 이식하는 걸 일컫는다. 특정 종의 유전자를 다른 동물 수정란의 핵 속에 삽입해 새로운 형질을 나타내는 생명체를 얻도록 하는 것이다. 재조합 DNA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특정 동물이라는 천연의 하드웨어에 이식해 사람에게 유용한 단백질을 함유하도록 생체기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셈이다. 최초의 형질전환 동물은 1982년 미국 워싱턴대학 리처드 팔미터 교수팀이 생쥐 수정란의 전핵에 재조합 DNA를 미세주입해 만들었다. 요즘 형질전환 기술은 약제로 가치가 있는 인간 단백질을 동물의 젖을 통해 얻거나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이종장기를 만드는 동물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형질전환 동물이 유용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유전공학에 관련된 모든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효력을 발휘하는 일종의 ‘종합예술’인 탓이다. 어쩌면 하나의 원천기술을 확보만 하면 시술을 할 수 있는 체세포 복제보다도 훨씬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는지도 모른다. 동물의 형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의 재조합 유전자를 동물의 수정란에 삽입해야 한다. 재조합 유전자가 삽입된 수정란은 일종의 대리모 구실을 하는 암컷 동물에 이식돼 출산 과정을 거치게 된다. 태어난 새끼가 이식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야만 비로소 형질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형질전환 동물은 대부분 유즙을 통해 이식 단백질을 배출한다. 당연히 출산을 해야만 유용물질을 얻을 수 있다. 유전자를 포유동물의 수정란에 이식하는 대표적인 물리적 방법은 미세주입법이다. 이 방법은 DNA의 크기에 관계없이 게놈에 삽입되지만 염색체에 삽입되는 부위가 불규칙해 삽입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는 않다. 가축의 경우 성공률이 돼지는 0.3∼4.0%, 면양은 0.1∼4.5, 소가 0.3∼2.6% 정도로 알려졌다. 다른 물리적 유전자 이식법으로는 세포현탁액에 짧은 시간 동안 고전압을 걸어 그 충격으로 외래 DNA가 들어가도록 하는 ‘전기도입법’, 금·텅스텐 등의 미세입자(직경 0.5∼10㎛) 표면에 원하는 DNA를 발라 세포나 조직 속으로 고속으로 분사하는 ‘입자분사법’ 등이 있다.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재조합 유전자를 동물에 삽입하기도 한다. 포유류나 가금에서 바이러스가 숙주의 염색체에 삽입되는 메커니즘을 이용해 유전자를 전이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병원성 유전자를 제거한 레트로바이러스나 아데노바이러스 등에 특정 유전자를 넣어 삽입하는 ‘바이러스 벡터 이용법’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어떤 조직이나 세포로도 쉽게 삽입된다. 형질전환된 정자를 체외수정하기도 한다. 외래 유전자를 정자의 부첨체(subacrosome) 부분에 결합돼 핵 속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정자를 운반체로 삼으면 비용이 적게 들어 관심을 모으지만 아직까지는 생쥐에서만 성공했을 뿐이다. 생물학적 의약품 생산공장으로 거듭난 새롬이는 천신만고 끝에 얻었다. 2천여번의 시도 끝에 얻은 유일한 형질전환 수퇘지였던 것이다. 새롬이는 사람의 몸에서 추출한 EPO 유전자를 2천여번이나 수정란에 이식해 얻은 ‘인내의 결실’이었다. 수정란은 대리모를 만나더라도 적혈구를 과도하게 형성한 탓에 태아 돼지로 죽기도 했다. 건강하게 태어나도 EPO 유전자를 지니지 않은 게 대부분이었다. 출산에 성공한 67마리의 돼지 중에서 오직 1998년 8월9일 태어난 새롬이만이 EPO 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다. 새롬이는 일반 암퇘지와의 교배를 통해 EPO 유전자를 대물림한다. 모든 새끼들이 유용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갓 태어난 새끼돼지의 꼬리와 조직, 성세포에서 EPO 유전자가 나와야만 새롬이 가계에 편입된다. 새롬이 2세가 100여마리 태어났지만 20마리만이 형질전환 돼지였다. 형질전화 암수 돼지들의 교배로 태어나는 3세대의 전이율은 60% 정도이다. 생리활성 물질에서 인공장기까지 만들어 유전공학의 세례를 받아 의약품 공급원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형질전환 동물들.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은 고수익을 보장하는 동물산업의 실용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생명공학회사인 젠짐 트랜스제닉사는 형질전환 동물에서 65종의 유용 단백질을 얻어내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암컷 염소의 젖에서 나오는 ‘안티트롬빈’(antithrombin) Ⅲ로 심장질환자들의 혈액 응고를 방지하는 단백질로 임상실험 막바지 단계에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원 유욱준 교수팀이 사람의 백혈구 인자(G-CSF)를 흑염소 유전자에 삽입했고, 생명공학연구소 이경광 박사팀은 여성의 모유성분인 락토페린 유전자를 젖소 유전자에 삽입해 상업화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형질전환 동물들은 이미 유용 단백질로 의료시장에 들어섰고 이종이식용 장기 공급원으로 나설 태세다. 돼지는 장기의 크기와 혈액성상이 사람에 가깝고, 한번에 10마리를 분만해 가장 주목받는 대체장기 공급원으로 꼽힌다. 도움말 주신분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 장원경 축산연구관.

사진/ 인체 단백질을 주입받은 새롬이는 빈혈치료제를 분비하는 후손을 낳았다. 위는 새롬이를 만든 장원경 축산기술연구소 축산연구관.
현재 시판중인 조혈촉진제는 세포배양법으로 만든 인공 단백질이다. 사람의 유전자를 동물세포를 집어넣어 인위적으로 배양한 것이다. 이때는 동물세포 유전자들이 불필요한 단백질을 많이 만들고 독성물질을 방출해 이를 분리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미국 암젠사가 개발한 세포배양 조혈촉진제 1g은 가격이 무려 84만달러(약 9억원)나 된다. 4만여명이 1회씩 주사맞을 수 있는 분량이다. EPO의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28억달러(약 3조원)에 이른다. 세포배양법으로 EPO 1g을 만드는 데 1천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에 비해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하면 100분의 1 정도의 비용으로 고부가가치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암퇘지 한 마리가 한해 동안 짜내는 400kg 안팎의 유즙에서 EPO를 최대 2.8g까지 생산한다. 한 마리가 한해에 25억원 정도를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축산기술연구소 생명공학연구실은 유즙뿐만 아니라 오줌에서도 EPO 유전자를 분비하는 형질전환 돼지를 만들기도 했다. 돼지들이 형질전환 기술을 통해 암수나 출산 여부에 관계없이 의약품 공급원 노릇을 할 길이 열린 것이다. 가축의 고가의 생리활성 물질을 얻는 형질전환은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형질전환을 한마디로 말하면 외부 유전자를 특정 동물에 인위적으로 이식하는 걸 일컫는다. 특정 종의 유전자를 다른 동물 수정란의 핵 속에 삽입해 새로운 형질을 나타내는 생명체를 얻도록 하는 것이다. 재조합 DNA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특정 동물이라는 천연의 하드웨어에 이식해 사람에게 유용한 단백질을 함유하도록 생체기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셈이다. 최초의 형질전환 동물은 1982년 미국 워싱턴대학 리처드 팔미터 교수팀이 생쥐 수정란의 전핵에 재조합 DNA를 미세주입해 만들었다. 요즘 형질전환 기술은 약제로 가치가 있는 인간 단백질을 동물의 젖을 통해 얻거나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이종장기를 만드는 동물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형질전환 동물이 유용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유전공학에 관련된 모든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효력을 발휘하는 일종의 ‘종합예술’인 탓이다. 어쩌면 하나의 원천기술을 확보만 하면 시술을 할 수 있는 체세포 복제보다도 훨씬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는지도 모른다. 동물의 형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의 재조합 유전자를 동물의 수정란에 삽입해야 한다. 재조합 유전자가 삽입된 수정란은 일종의 대리모 구실을 하는 암컷 동물에 이식돼 출산 과정을 거치게 된다. 태어난 새끼가 이식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야만 비로소 형질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형질전환 동물은 대부분 유즙을 통해 이식 단백질을 배출한다. 당연히 출산을 해야만 유용물질을 얻을 수 있다. 유전자를 포유동물의 수정란에 이식하는 대표적인 물리적 방법은 미세주입법이다. 이 방법은 DNA의 크기에 관계없이 게놈에 삽입되지만 염색체에 삽입되는 부위가 불규칙해 삽입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는 않다. 가축의 경우 성공률이 돼지는 0.3∼4.0%, 면양은 0.1∼4.5, 소가 0.3∼2.6% 정도로 알려졌다. 다른 물리적 유전자 이식법으로는 세포현탁액에 짧은 시간 동안 고전압을 걸어 그 충격으로 외래 DNA가 들어가도록 하는 ‘전기도입법’, 금·텅스텐 등의 미세입자(직경 0.5∼10㎛) 표면에 원하는 DNA를 발라 세포나 조직 속으로 고속으로 분사하는 ‘입자분사법’ 등이 있다.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재조합 유전자를 동물에 삽입하기도 한다. 포유류나 가금에서 바이러스가 숙주의 염색체에 삽입되는 메커니즘을 이용해 유전자를 전이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병원성 유전자를 제거한 레트로바이러스나 아데노바이러스 등에 특정 유전자를 넣어 삽입하는 ‘바이러스 벡터 이용법’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어떤 조직이나 세포로도 쉽게 삽입된다. 형질전환된 정자를 체외수정하기도 한다. 외래 유전자를 정자의 부첨체(subacrosome) 부분에 결합돼 핵 속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정자를 운반체로 삼으면 비용이 적게 들어 관심을 모으지만 아직까지는 생쥐에서만 성공했을 뿐이다. 생물학적 의약품 생산공장으로 거듭난 새롬이는 천신만고 끝에 얻었다. 2천여번의 시도 끝에 얻은 유일한 형질전환 수퇘지였던 것이다. 새롬이는 사람의 몸에서 추출한 EPO 유전자를 2천여번이나 수정란에 이식해 얻은 ‘인내의 결실’이었다. 수정란은 대리모를 만나더라도 적혈구를 과도하게 형성한 탓에 태아 돼지로 죽기도 했다. 건강하게 태어나도 EPO 유전자를 지니지 않은 게 대부분이었다. 출산에 성공한 67마리의 돼지 중에서 오직 1998년 8월9일 태어난 새롬이만이 EPO 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다. 새롬이는 일반 암퇘지와의 교배를 통해 EPO 유전자를 대물림한다. 모든 새끼들이 유용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갓 태어난 새끼돼지의 꼬리와 조직, 성세포에서 EPO 유전자가 나와야만 새롬이 가계에 편입된다. 새롬이 2세가 100여마리 태어났지만 20마리만이 형질전환 돼지였다. 형질전화 암수 돼지들의 교배로 태어나는 3세대의 전이율은 60% 정도이다. 생리활성 물질에서 인공장기까지 만들어 유전공학의 세례를 받아 의약품 공급원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형질전환 동물들.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은 고수익을 보장하는 동물산업의 실용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생명공학회사인 젠짐 트랜스제닉사는 형질전환 동물에서 65종의 유용 단백질을 얻어내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암컷 염소의 젖에서 나오는 ‘안티트롬빈’(antithrombin) Ⅲ로 심장질환자들의 혈액 응고를 방지하는 단백질로 임상실험 막바지 단계에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원 유욱준 교수팀이 사람의 백혈구 인자(G-CSF)를 흑염소 유전자에 삽입했고, 생명공학연구소 이경광 박사팀은 여성의 모유성분인 락토페린 유전자를 젖소 유전자에 삽입해 상업화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형질전환 동물들은 이미 유용 단백질로 의료시장에 들어섰고 이종이식용 장기 공급원으로 나설 태세다. 돼지는 장기의 크기와 혈액성상이 사람에 가깝고, 한번에 10마리를 분만해 가장 주목받는 대체장기 공급원으로 꼽힌다. 도움말 주신분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 장원경 축산연구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