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두뇌들이 전망해도 적중률 낮아… 비선형적 발전에 따른 복잡성 등 작용
해마다 연말이나 연초에 언론기관은 미래기술 예측에 관한 갖가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곤 한다. 그러나 이듬해의 경제나 사회에 대한 전망을 하는 것보다 10년, 나아가서 50년 뒤를 전망하는 일이 오히려 더 쉽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경제학자들에게 현재는 항상 예외적 상황이다”라는 머피의 법칙을 내세우기도 한다. 여하간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이다. 지금까지 많은 미래예측이 있었지만 대개는 15∼20% 정도만이 현실로 구체화될 뿐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더라도 실현 여부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라는 것이다.
대개는 환상적 기대에 그치고 말아
미국 벨연구소의 프로브(Probe)팀은 1966년에 미래의 기술에 대한 예측을 내놓았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환상적인 전망을 심어놓았지만 예측 기술과 완성 시기는 터무니없는 게 대부분이었다. 프로브팀이 예측한 기술을 꼽아보면 이렇다(괄호 안은 완성 시점). 우주여행(1980년), 달기지 건설과 화성착륙(2000년), 인공지능 로봇전쟁(1990년), 개인용 비행기(1980년), 자동고속도로(1985년), 교수용 기계시스템, 화상회의, 팩스신문(1978년), 조립식 주택, 해저호텔과 해양목장(1980년), 원자력을 이용한 해양 놀이동산(1990년). 그런데 그때 예상한 것 중에서 지금의 2001년에 부합되는 것은 팩스신문(인터넷 신문), 화상회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일본의 문부과학성에서 제시한 기술예측자료도 있다. 암세포의 정상세포로 변환(2020년), 산업폐기물 처리기술에 의한 그 양의 급감(2018년),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유전자 규명(2013년), 태양전지를 이용한 휴대용 컴퓨터(2010년), 초당 100 메가비트급 디지털 휴대폰, 전기자동차(2013년). 그리고 워싱턴대학 미래예측팀에 의하면 바이오칩을 이용한 인간두뇌 모의실험, 개인비서형 디지털기기, 두루말이 LCD모니터, 귀걸이형 컴퓨터, 감정조절 약물 등이 2010년쯤에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예측도 따지고 보면 ‘믿거나 말거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최고 두뇌들이 미래를 예측하더라도 적중률이 떨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1960년대 이전에 제시된 미래예측의 적중률이 10% 이하에 그친 것은 당시 누구도 컴퓨터의 등장을 그렇게 심각하게 고려하지 못한 탓이다. 설령 컴퓨터를 고려한다고 해도 미래예측이 틀리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술이 선형적으로 발전한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암의 경우 하나의 사실이 규명되더라도 그것은 또다른 몇개의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낸다. TV를 보면 획기적인 새로운 치료법으로 조만간 암이 정복될 것이라고 매번 기대를 부풀리지만 실제 그러한 부분적인 기술의 단순 총합으로 암이 정복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최초로 암의 전이과정을 눈치챈 1980년대 초반 의학자들의 기대대로라면 2000년 이전에 암은 정복되었을 것이다. 자본주의를 축으로 삼고 있는 현대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뉴튼시대처럼 한 사람의 천재적인 과학자가 홀로 자신의 집에서 직접 만든 실험기구로 연구를 하던 시대는 끝났다. 현대과학기술은 철저히 자본의 논리로 움직인다. 따라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뭔가 돈(?)이 되는 연구만이 국가적인 지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시장의 성숙도를 보아가면서 기술의 발전을 적절히 조작하게 된다. 실제로 디지털 오디오 테이프(DAT)와 같이 너무 일찍 시장에 나오는 바람에 도리에 실패한 경우도 있다. 기술적으로 성공할지의 여부는 시장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다. 기술의 우열여부는 성공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어떤 기술을 발전시킬 것인지의 여부는 사실상 자본이 결정하는 것이지, 과학자의 개별 의지와는 무관하다.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과학자의 착각일 뿐이다. 어떤 주장에 따르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관한 전 지구적 지식의 양은 AIDS를 정복하기에 충분하지만 그것이 서로 배타적으로 경쟁관계에 있으므로 그 발전은 항상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특허와 기술보호제도 등과 같은 유사기술들간의 상호견제가 도리어 과학발전을 막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기술이 20%에서 80%까지 성숙하기는 쉬워도 80%에서 90%로 올라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미래예측을 틀리게 하는 또다른 요인은 시대정신에 의한 관성효과이다. 원자력 발전의 성공에 고무된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했다. 전력발전은 물론 질병 치료, 식료품 가공 등에까지 확장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력발전을 제외한 분야에서 원자력의 쓰임새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정보와 생명공학의 시대정신이 떠돌고 있어, 그다지 적절하지 않는 분야에까지 너도나도 무리하게 적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때 해양이 시대정신인 때에는 해양호텔, 해양목장 등이 단골메뉴로 어린이 과학잡지에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양목장은 엄청난 생태계의 교란만을 일으키는 위험한 발상으로 판명되고 말았다. 예를 들어 타이의 새우양식은 항생제의 과다투여로 세계적인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 특히 어린이 교육에까지 컴퓨터 기술을 접목시키려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대정신에 휩싸여 무리하게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탓이다. 무리한 시대정신 적용… 사회적 난관도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 중에서 과소평가하기 쉬운 것은 사회적 요인이다. 2010년에는 엄청난 속도의 인터넷 공간이 가능할 것 같지만 바이러스와 각종 스팸메일 등으로 인해 그렇게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벌써 디지털 휴대폰용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개인휴대단말기(PDA)용 바이러스도 나타났다. 특히 집안의 냉장고, 전화, 가스 오븐기, TV까지 모두 인터넷과 컴퓨터로 묶여 꿈같이 편안한 생활을 그려보지만, 그 하나에만 바이러스가 걸려도 모두가 동작불능이 될 수 있다는 끔찍한 상황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바이러스는 앞으로 매년 1천개씩 새로 나타날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의 속도는 1995년에 비해서 10배나 빨라졌지만, 전자우편은 엄청난 양의 스팸메일 탓에 훨씬 느려지고 불편해졌다. 또한 각종 정보기술간의 표준화 문제, 계층간의 격차 등의 문제가 정보기술의 발전에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배아복제 문제와 같이 시민·종교단체의 집요한 반대와 대중의 몰이해가 향후 중요한 방해요인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이익과 개인과는 무관하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글리벡 사태에서 보듯이 과학기술이 발전한다고 그것이 그냥 우리의 손에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설령 지금 위암의 완벽한 특효약이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가격으로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비교적 저렴한 과학기술만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가 될 것이다.
조환규/ 부산대 교수·컴퓨터과학

사진/ 게놈 프로젝트 완성도 인간의 생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지는 못한다.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모습.(SYGMA)
최근 일본의 문부과학성에서 제시한 기술예측자료도 있다. 암세포의 정상세포로 변환(2020년), 산업폐기물 처리기술에 의한 그 양의 급감(2018년),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유전자 규명(2013년), 태양전지를 이용한 휴대용 컴퓨터(2010년), 초당 100 메가비트급 디지털 휴대폰, 전기자동차(2013년). 그리고 워싱턴대학 미래예측팀에 의하면 바이오칩을 이용한 인간두뇌 모의실험, 개인비서형 디지털기기, 두루말이 LCD모니터, 귀걸이형 컴퓨터, 감정조절 약물 등이 2010년쯤에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예측도 따지고 보면 ‘믿거나 말거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최고 두뇌들이 미래를 예측하더라도 적중률이 떨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1960년대 이전에 제시된 미래예측의 적중률이 10% 이하에 그친 것은 당시 누구도 컴퓨터의 등장을 그렇게 심각하게 고려하지 못한 탓이다. 설령 컴퓨터를 고려한다고 해도 미래예측이 틀리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술이 선형적으로 발전한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암의 경우 하나의 사실이 규명되더라도 그것은 또다른 몇개의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낸다. TV를 보면 획기적인 새로운 치료법으로 조만간 암이 정복될 것이라고 매번 기대를 부풀리지만 실제 그러한 부분적인 기술의 단순 총합으로 암이 정복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최초로 암의 전이과정을 눈치챈 1980년대 초반 의학자들의 기대대로라면 2000년 이전에 암은 정복되었을 것이다. 자본주의를 축으로 삼고 있는 현대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뉴튼시대처럼 한 사람의 천재적인 과학자가 홀로 자신의 집에서 직접 만든 실험기구로 연구를 하던 시대는 끝났다. 현대과학기술은 철저히 자본의 논리로 움직인다. 따라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뭔가 돈(?)이 되는 연구만이 국가적인 지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시장의 성숙도를 보아가면서 기술의 발전을 적절히 조작하게 된다. 실제로 디지털 오디오 테이프(DAT)와 같이 너무 일찍 시장에 나오는 바람에 도리에 실패한 경우도 있다. 기술적으로 성공할지의 여부는 시장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다. 기술의 우열여부는 성공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어떤 기술을 발전시킬 것인지의 여부는 사실상 자본이 결정하는 것이지, 과학자의 개별 의지와는 무관하다.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과학자의 착각일 뿐이다. 어떤 주장에 따르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관한 전 지구적 지식의 양은 AIDS를 정복하기에 충분하지만 그것이 서로 배타적으로 경쟁관계에 있으므로 그 발전은 항상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특허와 기술보호제도 등과 같은 유사기술들간의 상호견제가 도리어 과학발전을 막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기술이 20%에서 80%까지 성숙하기는 쉬워도 80%에서 90%로 올라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미래예측을 틀리게 하는 또다른 요인은 시대정신에 의한 관성효과이다. 원자력 발전의 성공에 고무된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했다. 전력발전은 물론 질병 치료, 식료품 가공 등에까지 확장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력발전을 제외한 분야에서 원자력의 쓰임새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정보와 생명공학의 시대정신이 떠돌고 있어, 그다지 적절하지 않는 분야에까지 너도나도 무리하게 적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때 해양이 시대정신인 때에는 해양호텔, 해양목장 등이 단골메뉴로 어린이 과학잡지에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양목장은 엄청난 생태계의 교란만을 일으키는 위험한 발상으로 판명되고 말았다. 예를 들어 타이의 새우양식은 항생제의 과다투여로 세계적인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 특히 어린이 교육에까지 컴퓨터 기술을 접목시키려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대정신에 휩싸여 무리하게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탓이다. 무리한 시대정신 적용… 사회적 난관도

사진/ 앞으로 바이러스는 컴퓨터는 물론 가전기기에까지 침투할 전망이다.
정재승의 과학으로 세상읽기 ![]() 일러스트레이션/ 차승미 |
조환규/ 부산대 교수·컴퓨터과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