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정 사건’을 계기로 연예인 인권을 돌아보는 문화연대 공개토론회
“5개 스포츠신문을 국가인권위원회에 고발하자.”
문화평론가 이동연(문화연대 사무차장)씨는 농담 같은 진담으로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황수정 사건’이 마약복용 혐의라는 실정법 위반의 문제를 넘어 파렴치한 도덕적 타락의 전형처럼 비쳐지자 극소수 매체에서 ‘이의제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는 12월12일 한국여성단체연합, 영화인회의와 함께 ‘연예인들의 인권을 다시 생각한다’란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미디어와 대중의 폭력
논의의 첫 흐름은 미디어에 대한 문제제기에 맞춰졌다. 김 교수는 스포츠신문의 보도가 황씨의 애정 관련 기사로 넘쳐나면서 관련 당사자들의 인권 및 사생활 침해가 얼마나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분석하고, 그 대안으로 정부 차원의 통제까지 언급했다. ‘의외의 반격’이 날아왔다. 토론자로 나선 최보은 월간 <프리미어> 편집장은 “스포츠신문은 선정적이어야 한다”며 “황색 저널리즘보다 더 위험한 게 주류 언론의 태도”라고 말문을 열었다. 요지는 이렇다. “스포츠신문은 사람들이 진짜 알고 싶어하는 것을 곧바로 제공하는 즉자적 오락의 기능을 한다. 이건 근엄한 사회체제를 전복하고 조롱할 수 있는 수많은 공격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황씨 사건에서처럼 체제 옹호적이고, 자가당착적으로 본연의 B급 자세를 저버리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진짜로 논의해야 할 것들을 철저히 외면한 주류 언론에 있다. 예컨대, 높은 음주 범죄율을 보여주는 술을 포함한 여러 마약성 상품 가운데 어떤 걸 어떻게 규제하고 그 분류의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지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거나 토론에 나서지 않았다. 이렇게 근엄한 척하며 비겁하게 침묵하는 게 더 위험하다.” 아쉽게도 이 논의는 더 진전되지 못했다. 하긴 미디어의 문제는 연예인 인권을 둘러싼 쟁점의 주요한 초점이긴 해도 전부는 아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동연 사무차장의 주장은 좀더 근본적이고 논쟁적이었다. 그는 이번 사안의 기본 성격을 “개인에 대한 대중의 정죄가 집단화하면서 정죄의 기준이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원죄적 심판이 가해지는 공공 프로젝트”로 규정했다. 익명의 대중이 이 공공프로젝트의 공모자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왜 하필 ‘연예인’의 인권을 말해야 할까? “연예인들을 특정 계층에 속한 특권자로 위계질서화하는 것과 (화면 속의 인물과 현실 속의 인물을) 동일시하는 순간에 그들의 인권을 말할 수 없다. 노동자의 인권과 성적 소수자의 인권이 다르지만, 차별화되어서는 안 되듯이, 연예인의 인권과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도 마찬가지의 관계이다. 또한 노동자의 인권 안에는 성적 소수자의 인권이 횡단하듯이, 연예인의 인권 안에도 여성의 인권이 횡단하고 있다.” 연예인은 공인인가
천부의 인권에 기반한 이씨의 주장은 연예인을 공인으로 간주하려는 가설도 문제삼았다.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전제는 미디어가 그들의 사생활을 보도할 수 있는 알파요 오메가다.
이날 토론회에는 근본부터 따져볼 수많은 논의의 실마리들이 쏟아졌지만, 모두 안개 속으로 희뿌옇게 사라져갈 운명의 조짐도 함께 보였다. 활발한 토론을 벌일 기세가 없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방송연기자 노조에 공동주최를 요구했으나 ‘같이 할 수 없다’고 단번에 거절당했고, 동료 연예인의 참석을 여러 차원에서 섭외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거나 “몇몇 여성단체에 행사의 공동주최를 요청했으나 퇴짜당하기도 했다”는 주최쪽의 경험은 이런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아프게’ 보여준다.
물론 ‘정답 같은’ 이야기, 그래서 당장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한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연예인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와 사생활 침해가 충돌할 때 어느 선까지 언론이 보도해도 좋은지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며, 연예인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구제제도가 다양해져야 한다(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거나 “여성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매체가 여성을 다루는 방식과 시각 자체를 문제삼아야 한다(황금희 계간 <이프> 편집장)”는 주장이 그랬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논의의 첫 흐름은 미디어에 대한 문제제기에 맞춰졌다. 김 교수는 스포츠신문의 보도가 황씨의 애정 관련 기사로 넘쳐나면서 관련 당사자들의 인권 및 사생활 침해가 얼마나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분석하고, 그 대안으로 정부 차원의 통제까지 언급했다. ‘의외의 반격’이 날아왔다. 토론자로 나선 최보은 월간 <프리미어> 편집장은 “스포츠신문은 선정적이어야 한다”며 “황색 저널리즘보다 더 위험한 게 주류 언론의 태도”라고 말문을 열었다. 요지는 이렇다. “스포츠신문은 사람들이 진짜 알고 싶어하는 것을 곧바로 제공하는 즉자적 오락의 기능을 한다. 이건 근엄한 사회체제를 전복하고 조롱할 수 있는 수많은 공격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황씨 사건에서처럼 체제 옹호적이고, 자가당착적으로 본연의 B급 자세를 저버리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진짜로 논의해야 할 것들을 철저히 외면한 주류 언론에 있다. 예컨대, 높은 음주 범죄율을 보여주는 술을 포함한 여러 마약성 상품 가운데 어떤 걸 어떻게 규제하고 그 분류의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지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거나 토론에 나서지 않았다. 이렇게 근엄한 척하며 비겁하게 침묵하는 게 더 위험하다.” 아쉽게도 이 논의는 더 진전되지 못했다. 하긴 미디어의 문제는 연예인 인권을 둘러싼 쟁점의 주요한 초점이긴 해도 전부는 아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동연 사무차장의 주장은 좀더 근본적이고 논쟁적이었다. 그는 이번 사안의 기본 성격을 “개인에 대한 대중의 정죄가 집단화하면서 정죄의 기준이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원죄적 심판이 가해지는 공공 프로젝트”로 규정했다. 익명의 대중이 이 공공프로젝트의 공모자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왜 하필 ‘연예인’의 인권을 말해야 할까? “연예인들을 특정 계층에 속한 특권자로 위계질서화하는 것과 (화면 속의 인물과 현실 속의 인물을) 동일시하는 순간에 그들의 인권을 말할 수 없다. 노동자의 인권과 성적 소수자의 인권이 다르지만, 차별화되어서는 안 되듯이, 연예인의 인권과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도 마찬가지의 관계이다. 또한 노동자의 인권 안에는 성적 소수자의 인권이 횡단하듯이, 연예인의 인권 안에도 여성의 인권이 횡단하고 있다.” 연예인은 공인인가

사진/ "황씨 사건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개인에 대한 대중의 정죄가 집단화하면서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원죄적 심판이 가해지는 공공 프로젝트가 됐다."(김종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