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 먹으며 했던 공기놀이. 어머니는 “힘든데” 하시면서 주먹밥을 싸주셨다. 연합뉴스
손이 큰 종열이가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종열이는 큰 손바닥으로 욕심내 한번에 많이 집다보면 떨어뜨리고 옆의 것이 울어서(옆의 것을 건드리는 것) 자주 틀립니다. 작은오빠는 다섯 알이 모여 있는 곳에서 손가락 끝으로 살포시 집어 올립니다. 자기 차례가 되면 틀리지 않고 오랫동안 착실하게 공깃돌을 따 모읍니다. 처음에는 작은오빠는 작다고 안 시켜준다고 했었는데, 작은오빠 앞에 제일 많은 공깃돌이 쌓입니다. 공부가 잘 안 됩니다. 수업 시간에도 공깃돌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합니다. 쉬는 시간이 되면 그 잠깐 동안에도 공기를 합니다. 점심시간에는 주먹밥을 먹으며 공기를 합니다. 두 손가락으로 쥐고 먹으면서 손때가 묻은 밥은 버려야지 하고 먹었는데 공기에 정신이 팔려서 손가락을 쪽쪽 빨아먹으면서 합니다. 학교가 끝나고도 1시간이 남아서 공기를 합니다. 자기가 딴 공기가 든 자루는 무슨 보물인 양 꼭꼭 묶어서 아직 아무도 안 딴 공깃돌이 든 자루와 함께 교무실에 맡깁니다. 선생님들이 아이고 큰 재산이다, 잘 두었다 줄게, 하십니다. 다음날은 종열이가 잡곡밥에 콩보생이(콩을 볶아서 빻은 가루)를 무친 주먹밥을 싸왔습니다. 아들이 갑자기 와르르 모여들더니 주먹밥을 하나씩 들고 냅다 뺐습니다. 종열이는 도시락에 붙은 콩보생이와 밥알을 핥아먹습니다. 중간 부분을 핥아먹고 도시락을 내밀면서 너들도 돌아가면서 한 번씩 핥아먹으라고 합니다. 넷이서 이 구석 저 구석 콩가루 한 점 남기지 않고 도시락을 핥아먹었습니다. 3일째 되는 날입니다. 무슨 큰일이나 하는 것처럼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도 응원을 하십니다. 5학년 반장 어머니가 닭고기를 잘게 다져서 볶아 넣은 특별한 주먹밥을 한 함지박 이고 오셔서 모여든 아들과 선생님들도 주먹밥을 먹으며 응원을 합니다. 3일이 되니 천 판의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학년마다 자기 학년 선수의 공깃돌을 세느라고 난리입니다. 갑자기 큰오빠의 공깃돌을 챙기던 친구가 천 개다! 소리쳤습니다. 우레 같은 박수가 터졌습니다. 전순예 1945년생 주부 ※카카오톡에서 <한겨레21>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