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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고졸 학력, 뭐가 문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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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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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음악평론가 송기철

-어떻게 평론가가 되셨나요.

=대학을 중퇴하고, 레코드숍을 열어서 장사했습니다. 음반사에서도 일하고요. 방송을 타게 된 건 96년부터인데, 95년에 <전영혁의 음악세계>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너무 좋아서 전영혁 선생님께 전화드리고 무조건 찾아뵈었어요. 다음해 봄부터 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로 음반을 다섯장씩 소개했습니다. 나중엔 음반 홍보를 하면서 기자들을 만나서 가요계 이야기하고 그러다가, 1년 반 전에 기회가 닿아서 신문에 칼럼을 썼습니다.

-지금 하는 일의 양은 어느 정도인지.

=음반사에 다니면서 TV 두 군데, 라디오 네 군데에 출연하고 있고, 신문 두 군데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대개 한 시간 출연을 위해서 세 시간 정도 준비합니다. 오늘도 한 네 시간 잤나…. 그렇지만 방송개편 때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전업평론가를 하기엔 불안정하죠.

-음반을 얼마나 많이 듣는지.


=일주일에 30장 정도 새 음반을 듣습니다. 음반값 지출은 매달 7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 소매상도 자주 갑니다. 3∼4년 전부터 국내에 잘 소개가 안 된 비영어권 음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비영어권 음악dp 관련한 책들은 다 원서로 읽습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 음악을 소개하려고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게 그 나라 사전부터 사는 겁니다. 제가 한 번역은 감수를 받고요. 대사관하고 교류도 많이 합니다.

-자신의 특징이 있다면.

=저는 철저히 대중지향적입니다. 대중문화의 주인은 대중입니다. 평론가들이 아무리 그 음반 좋다고 떠들어도, 매장에서 음반이 안 나가면 소용없습니다. 평론을 할 때에도 이런 점을 고려합니다. 우리 시장은 도깨비시장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시장의 메카니즘을 어느 정도 체득했다고 봅니다. 전 “평론가들도 레코드숍에 나가봐야 한다”고 늘 말합니다.

-음반 평론을 하려면.

=장르 관계없이 음반 100장 정도 꼼꼼히 들었다면 웬만한 음반은 평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음악을 많이 알고 적게 알고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음악만 들어선 절대 좋은 평론을 쓰기 힘듭니다. 저는 프로그레시브 록을 들을 때 미술책을 읽었습니다. 그 당시 영국에서 록을 한 사람들이 미술을 공부한 사람이 많았거든요. 미술을 공부하고 보니까 다다이즘을 비롯한 현대미술이 음악과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또 팬이 아닌 평론가라면 나는 이 장르를 좋아하니까 이 장르가 최고다 할 게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 장르도 폭넓게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왜 중퇴했나요. 평론가로서 학벌이 문제되지는 않았는지.

=원치 않는 과에 들어갔거든요. “이러다가 사람이 미치는구나” 싶어서요. 학벌은 의미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이력서에 고졸이라고 썼고, 평론가로서 학벌이 문제된 적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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