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원 사태’를 소설로 재구성한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
‘이명원 사태.’ 지난해 말 불거져나온 국문학자 김윤식 교수 저작의 표절 논란은 이렇게 고유명사화됐다. 이 조어는 의아스럽다. 어떤 저작이나 인물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 그 논란은 그 인물이나 저작의 이름으로 명명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논란의 당사자가 아닌 문제제기자가 주인공이 된 이 희한한 조어에는 권력의 지형학이 숨어 있다. 일개 대학원생이 한국문학계의 성역을 향해 작은 돌멩이를 던졌을 때 그것이 어떤 식으로 대포알이 되어 돌아오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권위’와 ‘절대복종’이 지배하는 문단
이명원씨가 석사 과정 중에 발표한 한 논문에서 김윤식 교수의 <한국 근대소설사 연구>가 일본 문학평론가 가리타니 고진의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을 표절했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된 이 논란은 표절여부가 밝혀지는 과정이나 일단의 논쟁도 없이 이씨의 대학원 중퇴라는 스캔들로 막을 내렸다. 소설가 이환씨가 발표한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새움출판사 펴냄)는 젊은 평론가의 문단 축출로 끝난 ‘이명원 사태’를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그는 책 머리에서 이 소설이 “‘이명원 사태’가 불거진 이후, 이 상황을 묻어버리려는 ‘권력’들에 대항해 몇 사람의 독자들에게라도 더 사태를 설명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기획되었음을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권력’이란 이 사안에 대해 약속이라도 한 듯 단 한줄의 기사도 내보내지 않은 메이저 언론권력을 말한다.
이 작품은 실명소설에 가깝다. 주인공 이인서가 이명원임을, 김지윤 교수가 김윤식 교수임을, 김진현 기자가 이 문제를 처음 기사화한 월간 <말>의 정지환 기자임을 알아차리기란 어렵지 않다. 글 속에 인용하는 이인서의 글이나 김진현의 기사는 실제 이명원씨가 발표했던 글과 <말>의 기사를 그대로 담고 있고 때문이다.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는 김윤식 교수의 표절 여부가 아니다. 이 논란을 의도적으로 사장시키고 스캔들로 몰아붙인 사제카르텔의 폭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명원씨의 글과 기사를 통해서만 이 문제를 알 수 있었던 독자들에게 베일을 드러내는 이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지은이의 취재에 소설의 살을 붙인 이 내용을 100% 사실이라고 믿기는 힘들지만 사태의 추이에 들어맞는 상황과 개연성 높은 논리로 정리돼 있어 읽는 이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이 사태에 대해서 인터뷰를 요청받았을 때 김지윤 교수는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일정부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데 비해(김윤식 교수는 간단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실수로 인정했다) 그의 제자인 교수들이 나서 “어떻게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려 드냐?”고 흥분하는 장면은 ‘권위’와 ‘절대 복종’이라는, 문단뿐 아니라 우리나라 학계 전반에 해당되는 심각한 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명원 사태와 함께 이 소설이 제기하고 있는 또 한 가지 주요한 문제는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만들기 관행이다. 상업적 성공을 꿈꾸는 한 여자대학원생의 첫 소설이 출판사 직원들의 눈에도 ‘별볼일 없음’으로 판명났음에도 불구하고 대박으로 터지는 과정을 묘사하는 과정은 과장된 구석도 없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출판계의 갖은 부조리를 응축하고 있다. 출판사가 지명도 있는 문학평론가와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면서 주례사 비평으로 소설의 질을 눈속임하고, 특정언론사와도 보도자료 전달 이상의 유대감을 표시하며, 출판기념 저자사인회에 인파를 동원하고 사재기까지 하는 등 소설에 등장하는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제작관행’은 이미 출판가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90년대 초 표절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이인화의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의 성공사례를 빗대어 상업성의 도구로 이용되는 문학상 제도에도 맹공을 가한다. 소설의 형식을 띤 르포 소설 속에서 중앙일간지 기자의 내부고발서인 <기자수첩>을 발간해 주요 언론사로부터 왕따를 당한 것처럼 새움출판사는 지난해 <당신 기자 맞아>라는 책을 발간하면서부터 메이저 언론사들의 북 섹션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번에 나온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역시 웬만한 책은 다 소개하는 신간 단신코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이 소설은 굳이 분류하자면 문학이라기보다는 소설의 형식을 띤 르포라고 볼 수 있다. ‘예술’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 지식사회의 부조리나 출판계의 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면 딱딱한 사회과학서적보다 쉽게 읽히는 이 책 한권을 집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듯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이환 지음. 새움 펴냄. 8500원
이 작품은 실명소설에 가깝다. 주인공 이인서가 이명원임을, 김지윤 교수가 김윤식 교수임을, 김진현 기자가 이 문제를 처음 기사화한 월간 <말>의 정지환 기자임을 알아차리기란 어렵지 않다. 글 속에 인용하는 이인서의 글이나 김진현의 기사는 실제 이명원씨가 발표했던 글과 <말>의 기사를 그대로 담고 있고 때문이다.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는 김윤식 교수의 표절 여부가 아니다. 이 논란을 의도적으로 사장시키고 스캔들로 몰아붙인 사제카르텔의 폭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명원씨의 글과 기사를 통해서만 이 문제를 알 수 있었던 독자들에게 베일을 드러내는 이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지은이의 취재에 소설의 살을 붙인 이 내용을 100% 사실이라고 믿기는 힘들지만 사태의 추이에 들어맞는 상황과 개연성 높은 논리로 정리돼 있어 읽는 이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이 사태에 대해서 인터뷰를 요청받았을 때 김지윤 교수는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일정부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데 비해(김윤식 교수는 간단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실수로 인정했다) 그의 제자인 교수들이 나서 “어떻게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려 드냐?”고 흥분하는 장면은 ‘권위’와 ‘절대 복종’이라는, 문단뿐 아니라 우리나라 학계 전반에 해당되는 심각한 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명원 사태와 함께 이 소설이 제기하고 있는 또 한 가지 주요한 문제는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만들기 관행이다. 상업적 성공을 꿈꾸는 한 여자대학원생의 첫 소설이 출판사 직원들의 눈에도 ‘별볼일 없음’으로 판명났음에도 불구하고 대박으로 터지는 과정을 묘사하는 과정은 과장된 구석도 없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출판계의 갖은 부조리를 응축하고 있다. 출판사가 지명도 있는 문학평론가와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면서 주례사 비평으로 소설의 질을 눈속임하고, 특정언론사와도 보도자료 전달 이상의 유대감을 표시하며, 출판기념 저자사인회에 인파를 동원하고 사재기까지 하는 등 소설에 등장하는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제작관행’은 이미 출판가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90년대 초 표절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이인화의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의 성공사례를 빗대어 상업성의 도구로 이용되는 문학상 제도에도 맹공을 가한다. 소설의 형식을 띤 르포 소설 속에서 중앙일간지 기자의 내부고발서인 <기자수첩>을 발간해 주요 언론사로부터 왕따를 당한 것처럼 새움출판사는 지난해 <당신 기자 맞아>라는 책을 발간하면서부터 메이저 언론사들의 북 섹션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번에 나온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역시 웬만한 책은 다 소개하는 신간 단신코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이 소설은 굳이 분류하자면 문학이라기보다는 소설의 형식을 띤 르포라고 볼 수 있다. ‘예술’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 지식사회의 부조리나 출판계의 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면 딱딱한 사회과학서적보다 쉽게 읽히는 이 책 한권을 집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듯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