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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정직한 웃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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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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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근교 에머리빌에 위치한 픽사 스튜디오 풍경은 그들의 영화와 닮았다. 스튜디오 주변을 아담한 공원처럼 꾸몄고, 굵직한 철근이 콘크리트와 잘 어울려 포스트모던한 느낌을 주도록 설계된 스튜디오 내부에는 자유로움이 넘쳐났다. 장난감 가게처럼 꾸민 휴식공간이 곳곳에 있고 천장을 가로지르는 철근 다리 위로 스케이드 보드를 탄 직원들이 왔다갔다 움직인다. 픽사를 이끌고 있는 ‘두뇌’들 역시 엄숙함과는 거리가 먼 경쾌한 옷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벽장 속의 괴물은 어떻게 구상했나.

=난 어릴 때 벽장 속에 괴물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아이들은 그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어린이들이 무서워하는 대상이 있지 않나. 다양한 문화에 존재하는 괴물을 조사해본 결과 머리는 개, 꼬리는 뱀 등 조합은 달라도 동물과 비슷한 이미지를 상상하고 있었다.(감독 피트 닥터)

<몬스터 주식회사>를 보면 권력화한 조직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 스튜디오에 와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데.


=상상력을 요구하는 상품을 만드니 아무래도 자동차 회사와는 다른 분위기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어떤 회사도 문제해결에 필요한 건 창의력이다. 스토리를 만들 때 기존 권력, 조직을 공격하자고 시작하지는 않았다. 그냥 재밌을 것 같다고 해서 시작한 것들이다.(시나리오 감독 밥 페터슨)

<몬스터 주식회사>의 큰 고민이 요즘 아이들은 비명을 잘 지르지 않는다는 것인데, 사람들이 자꾸 시니컬해지는 풍조에서 픽사도 쉽게 감동받지 않는 관객을 고려한 대체 에너지를 고민할 것 같다.

=관객이 시니컬해졌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할리우드가 시니컬해진 거지. 정직한 웃음, 정직한 행복을 원하는 관객이 있다고 믿는다. 할리우드는 어떤 대상을 우습게 하거나 비참하게 만들어서 즐거움을 주지만 우리는 우리가 재밌는 걸 만든다.(제작총지휘 존 래세터)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복잡한 하드웨어까지 자체 개발하는데, 기술인력을 어떻게 운용하나.

=감독과 관객의 기대 수준이 높아 상용 기계로는 어림없어 많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밖에 없다. 괴물의 털과 아이의 옷감 표면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함께 개발자 2명을 아예 채용해버렸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하지만 기술 못지않게 예술 마인드가 중요하다. 그래서 고급 엔지니어를 채용한 뒤 이른바 ‘픽사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예술 교육을 시킨다.(기술감독 토머스 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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