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작가 장정일의 모든 것 <장정일:화두, 혹은 코드>
“자주 추문에 휩싸이는 불행한 사제.” 한 문학평론가는 작가 장정일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그를 사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흔치 않겠지만 그가 자주 추문에 휩싸였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진 외설시비나 법적 공방을 추문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사실 그는 이런 이유 때문에 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작가 가운데 하나다. 같은 이유로 인해 그는 가장 덜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다. 음란, 외설, 변태. 세 가지 단어로 압축된 이미지가 작가 장정일에 대한 더이상의 궁금증이나 관심을 배제시켜왔기 때문이다.
문학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들
출판사 행복한 책읽기에서 기획한 ‘우리시대 인물읽기’ 시리즈의 첫 번째권으로 나온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는 작가 장정일에 대한 인물탐구서다. 이 책은 90년대 중반 문단을 달구었던 신세대 문학, 또는 문학의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의 핵이었던 작가 장정일과 한동안 일간지 문화면보다 사회면에 자주 등장했던 인간 장정일 사이를 잇는 일종의 다리다. 작가론(신철하), 장정일 원작 영화평(전찬일), 작가초상(임형욱), <내게 거짓말을 해봐> 항소 소송을 맡았던 변호사의 변론기(강금실) 등 이 책에 실린 다양한 글들은 우리가 몰랐던 장정일, 또는 알고자 하지 않았던 장정일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이 가운데 흥미로운 부분은, 마지막에 수록된 신작 시나리오 <보트하우스>를 제외한 책 전체에서 가장 두툼한 분량을 차지하는 장정일의 단상모음 ‘아무 뜻도 없어요’다. ‘원고청탁’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은 “문학이 직업이 아니라면 구역질이 난다”고 이야기했던 장씨의 문학적 직업의식을 잘 보여준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 청탁을 받고 쓰는 글이야말로 매문(賣文)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대개의 문인들은 100% 매문에 다름 아닌 청탁에 의한 글쓰기를 영광스러워하고 즐거움과 자발성의 글쓰기 산물인 투고를 쪽팔려 한다.” 자발적인 투고가 아닌 원고 청탁에 의해 지면을 채우는 잡지 제작이 “문화권력과 줄세우기를 조장한다”는 그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장씨는 최근 문학권력이나 언론사 세무조사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직설적인 말투로 자신의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는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서 ‘신문없는 정부 원하나’라는 칼럼을 쓴 이문열씨를 향해 조목조목 반격을 가한다. “선생님이 우려하시는 것처럼 세무조사가 공권력에 의한 언론 길들이기라면 거기에 대해서는 거기에 맞는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지,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식으로 공정한 세무조사 자체가 집행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까지 식지 않는 미당 논쟁에 대해서도 “서정주의 친일 이력과 역대 독재 정권에 대한 추파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못박으면서 시적 업적으로 인간적 과오를 감싸려는 평론가들의 주장이 “문학의 죽음과 인문학의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그는 아무런 실천없이 “사회적 사안이 생길 때마다 양심가인 양 짧은 글을 신문에 써대는” 지식인들의 행태를 ‘무임승차’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정치 등 사회현실에 대해서 지극히 냉소적인 포즈를 취하던 그의 작품들과 비교할 때 이런 발언들은 놀랍기조차하다.
무엇이 ‘상식’인가
그러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 특별히 숨길 뜻도 없어보이는 그의 생각들은, 이문열씨에 관한 글에 붙은 제목이기도 한 ‘상식’에 대해서 곰곰히 되씹게 한다. 그는 97년 ‘상식 이하’의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유죄선고를 받아 예술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상식 수준을 확인시켰다. 남녀간의 사도마조히즘적인 섹스와 탈세한 기업인에 대한 당당하고 열렬한 옹호. 무엇이 상식이고, 무엇이 비상식, 혹은 변태일까.
장정일은 등단 이후 줄곧 읽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글들을 써왔다. 이런 불편함은 문단에서 비판과 옹호 사이의 중도적 이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사회에서는 ‘외설’, ‘변태’라는 낙인으로 변질됐다.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는 작가 장정일에 대한 엿보기인 동시에 작가 장정일을 통해 보는 우리 시대의 상식과 비상식을 향한 가볍지 않은 화두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이 가운데 흥미로운 부분은, 마지막에 수록된 신작 시나리오 <보트하우스>를 제외한 책 전체에서 가장 두툼한 분량을 차지하는 장정일의 단상모음 ‘아무 뜻도 없어요’다. ‘원고청탁’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은 “문학이 직업이 아니라면 구역질이 난다”고 이야기했던 장씨의 문학적 직업의식을 잘 보여준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 청탁을 받고 쓰는 글이야말로 매문(賣文)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대개의 문인들은 100% 매문에 다름 아닌 청탁에 의한 글쓰기를 영광스러워하고 즐거움과 자발성의 글쓰기 산물인 투고를 쪽팔려 한다.” 자발적인 투고가 아닌 원고 청탁에 의해 지면을 채우는 잡지 제작이 “문화권력과 줄세우기를 조장한다”는 그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