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장날입니다.
어머니는 일찌감치 볼일이 끝나 집에 와서 점심을 먹으려고 휭하니 오는데 “산댁(사돈댁) 장에 왔소오~” 하길래 돌아보니 구라우 산댁이 나물이 일찌감치 다 팔렸다고 반가워하며 꼴두국수를 먹고 가자고 난전으로 끌고 갔습니다.
구라우 산댁은 난전에서 큰맘 먹고 꼴두국수 한 그릇 사고 빈 그릇 하나 더 달라고 하여 국수를 나눕니다. 빈 그릇으로 국수를 나누어 붓는데 한쪽 그릇으로 후루룩 넘어갔습니다. 한 가닥이라도 더 가면 큰일이나 나는 것처럼 다시 어머니 그릇으로 국수를 따라 붓습니다. 두 산댁은 한참을 됫박질을 하고야 똑같이 나누어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맘씨 좋은 난전 아줌마는 양쪽 그릇에 국물을 가득 부어주었습니다. 양념간장을 듬뿍 타서 국물을 훌훌 마십니다. 산댁은 일찍 장에 오느라 아침도 못 먹고 왔던 차에 배가 벌떡 일어났다고 좋아합니다.
옥고재 엉털재를 넘으면 골짜기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 아주 맑고 달고 맛있고 예쁜 옹달샘이 사시사철 흐릅니다. 웅덩이 안쪽에서 졸졸졸 소곤소곤 아주 즐겁게 지칠 줄 모르고 흐르는 샘물을 엎드려 벌컥벌컥 마시고 너무 짜게 먹었나 하며 일어나 쉬고 오면 아주 기분이 좋아집니다. 옹달샘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없이 아무것도 안 먹은 사람들도 물만 먹고 쉬어서 갑니다.
산댁 장에 왔소! 어디 귀머거리 동네 반장이라도 하다 왔나, 목소리는 왜 그리 큰지 읍내 사람들이 흉을 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친사돈이 아닌 사돈의 팔촌 격 되는 산댁이 많아 장날 만나면 거의가 산댁들입니다. 강냉이 한 말 이고 와 팔아 난전에서 산댁끼리 꼴두국수 한 그릇 사서 나누어 먹는 것이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어머니는 구라우 산댁이 나물 한(삶은 나물을 꽉 짜 두 손으로 잡은 한 뭉치)을 판 귀한 돈으로 사준 꼴두국수 반 그릇을 평생 못 잊어 국수를 할 때마다 이야기하고 또 합니다. 꼴두국수는 배고픈 시절 흔한 메밀가루로 국수를 해서 하도 많이 먹어 꼴보기 싫어서 꼴두국수라 하고, 또 꼴뚜기처럼 꺼멓게 생겼다 하여 꼴두국수라고 했답니다. 후루룩 말아올리면 찰기 없이 툭 끊어져 콧등을 친다 하여 ‘콧등치기 국수’라고도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 메밀가루가 귀해지자 어머니는 도토리가루에 밀가루를 섞어 빛깔을 내서 먹기도 하고 주로 썩혀 만든 감자가루에 밀가루를 섞은 꼴두국수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감자가루 한 대접을 함지박에 담고 물을 팔팔 끓여 질게 반죽한 다음 우리 가족이 먹을 만큼 밀가루를 넣으며 국수 반죽의 농도가 맞을 때까지 치대고 또 치대줍니다. 감자녹말은 끓는 물이 아니면 익지 않습니다.
주로 대접만 한 국수태(국수반죽) 하나에 달걀 하나 깨서 넣고 하면 국수가 풀어지지 않습니다. 반죽이 되고 많이 치댈수록 쫄깃한 국수가 됩니다. 밀다가 손님이 오면 한 바퀴 더 돌립니다. 그러면 국수가 한 그릇 더 늘어납니다. 어른 둘이 마주 안을 만큼 둥그렇게 종잇장처럼 얇게 늘어나면 분가루를 위에 넉넉하게 뿌린 뒤 반으로 접고 또다시 접고 접고 어른 손 반 뼘쯤 하게 접어 큰 국수 칼로 칼끝을 암반에 붙이고 칼을 뒤쪽만 들면서 칼을 떼지 않고 5밀리 너비로 끝까지 왼쪽 손가락을 꼬부려 국수 민 것을 누르고 오른손은 칼을 쥐고 두 손이 동시에 ‘다다닥’ 단번에 썹니다. 아~, 예술이다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막장과 고추장을 섞어서 풀고 멸치 한 주먹 넣고 조선간장으로 간을 해서 심심하게 삶아 양념간장을 타먹어야 맛있습니다. 양념간장은 풋마늘잎이나 파, 달래, 실파, 계절따라 그때에 많이 나는 것으로 해먹습니다. 꼬미(고명)로 생배추나 열무나 그때마다 나는 생채소를 쫑쫑 썰고 고춧가루·들깨보생이(들깨소금)·달래·마늘을 준비해 국수를 푸기 직전에 조선간장으로 슬쩍 무쳐 넣어 휘휘 저어 먹으면 채소가 아삭하게 씹히면서 얼큰하고 매끌매끌 감칠맛이 나 가족들이 둘러앉아 두 그릇씩 먹습니다. 먹다가 멸치 한 마리 나오면 “멸치다!” 보물이라도 본 것처럼 좋아들 합니다. 전순예 1945년생 주부
김송은
주로 대접만 한 국수태(국수반죽) 하나에 달걀 하나 깨서 넣고 하면 국수가 풀어지지 않습니다. 반죽이 되고 많이 치댈수록 쫄깃한 국수가 됩니다. 밀다가 손님이 오면 한 바퀴 더 돌립니다. 그러면 국수가 한 그릇 더 늘어납니다. 어른 둘이 마주 안을 만큼 둥그렇게 종잇장처럼 얇게 늘어나면 분가루를 위에 넉넉하게 뿌린 뒤 반으로 접고 또다시 접고 접고 어른 손 반 뼘쯤 하게 접어 큰 국수 칼로 칼끝을 암반에 붙이고 칼을 뒤쪽만 들면서 칼을 떼지 않고 5밀리 너비로 끝까지 왼쪽 손가락을 꼬부려 국수 민 것을 누르고 오른손은 칼을 쥐고 두 손이 동시에 ‘다다닥’ 단번에 썹니다. 아~, 예술이다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막장과 고추장을 섞어서 풀고 멸치 한 주먹 넣고 조선간장으로 간을 해서 심심하게 삶아 양념간장을 타먹어야 맛있습니다. 양념간장은 풋마늘잎이나 파, 달래, 실파, 계절따라 그때에 많이 나는 것으로 해먹습니다. 꼬미(고명)로 생배추나 열무나 그때마다 나는 생채소를 쫑쫑 썰고 고춧가루·들깨보생이(들깨소금)·달래·마늘을 준비해 국수를 푸기 직전에 조선간장으로 슬쩍 무쳐 넣어 휘휘 저어 먹으면 채소가 아삭하게 씹히면서 얼큰하고 매끌매끌 감칠맛이 나 가족들이 둘러앉아 두 그릇씩 먹습니다. 먹다가 멸치 한 마리 나오면 “멸치다!” 보물이라도 본 것처럼 좋아들 합니다. 전순예 1945년생 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