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요타이> 부산구겢영화제 폐막작
우리 영화 가운데 최고 제작규모였던 <무사>(70억원)나 그 기록을 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100억원 정도)의 제작비를 가볍게 뛰어넘는 <수리요타이>는 180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제작비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결과도 좋아 개봉한 지 석달 가까이 된 지금까지 타이에서 기세좋게 매진행렬을 기록하고 있다.
1524년부터 1549년까지 아유타야 왕국의 왕실 용병으로 있었던 포르투갈인 도밍고스 데 사스의 기록을 스크린으로 구현한 이 영화는 버마의 침공에 맞선 아유타야 왕비 수리요타이의 용기와 지혜를 담은 일대기 형식의 영웅담이다. “수리요타이가 살던 시대는 타이의 역사 가운데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시기였다. 이때 통일왕조를 이뤘고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며 전쟁을 통해 영토를 넓혔다. 국민들에게 타이 역사를 바로 알게 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 감독 MC 차트리찰레름 유콘이 설명하는 <수리요타이>의 제작의도다. 유콘 감독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에서 공부한 뒤 텔레비전 드라마를 제작하다가 영화제작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인물. 현재 타이의 왕비가 조성한 거액의 투자로 이 영화의 메가폰을 쥔 유콘 감독 역시 왕족의 일원이다(이름 앞에 들어가는 MC는 타이 왕실의 가문을 나타내는 약어라고 한다). 상영시간이 세 시간을 넘기는 이 대작영화는 제작기간만 5년 이상 걸린 작품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웅대한 스펙터클. 장면 하나하나가 섬세한 고증을 통해 재현된 16세기 타이의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왕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건물 내부의 화려함이나 등장인물의 차림새가 눈을 현란하게 만든다. 특히 2천여명의 엑스트라와 80여 마리의 코끼리, 70여 마리의 말이 등장하는 전투신은 압권. 특수효과로 만들어지는 할리우드 스펙터클과는 다른 느낌의 이국적인 스펙터클을 제공한다.
이 영화는 3시간짜리 극장용과 8시간짜리 TV 미니시리즈의 두 가지 버전이 있다고 한다. 유콘 감독은 “오랜 친구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필름을 보고 ‘조금만 다듬으면 해외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겠다’고 권유해 국제용 버전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말하면서 “줄거리는 바꾸지 않은 채 일부 장면을 들어내고 부분적으로 재촬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에서 상영된 필름은 해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보인 타이 국내용 버전인 셈이다.
11월16일 진행된 <수리요타이>의 기자회견은 폐막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의 비중을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와 1시간 이상 질문했고, 유콘 감독의 부인이자 영화제작자인 MC 캄라 유콘과 영화제의 수장 김동호 집행위원장까지 참석했다. 부산영화제에 참가한 소감을 묻자 유콘 감독은 “내 작품이 1시간 만에 매진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타이 역사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뜨거운 열기를 보여줘서 무척 감동적이었다”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