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의 도발적인 물음… “왜 여자들은 즐거움에 죄의식을 갖는가”
“내(네) 손끝이 내(네) 온몸을 따스하게 부드럽게 아∼아∼/
내(네) 온몸에 숨어 있는 내(네)기쁨을 내(네) 환희를 아∼아∼/
붉어지는 내(네)입술을 부드럽게 촉촉하게 아∼아∼/
내(네) 뜨거운 내(네)숨결은 쏟아지는 내(네) 욕망은 아∼아∼아∼아∼.
페미니스트임을 당당히 말하라 여성가수의 관능적인 목소리를 들으며 붉은 등잔 밑에서 벌어지는 에로틱한 상상이 제목을 들으면 ‘확’ 깬다. <마스터베이션>. 왜 그럴까? 마스터베이션은 에로틱하지 않아서? 마스터베이션, 특히 여성의 마스터베이션은 마치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금기시돼왔기 때문이다. 가수 지현은 태연하게, 아니 육감적으로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며 이 노래를 부른다. 육감적인 여가수는 많지만 남성이 아닌 여성의 관능을 일깨우는 가수는 아마도 지현이 처음일 듯싶다. “여자들은 왜 자신의 즐거움에 대해서 죄의식을 가져야 하는가. 나의 성기로, 나의 문화적 취향으로, 나의 정치적 권리로 나의 즐거움이 뭔지 관심을 갖고 계발하자는 뜻에서 이 노래를 만들게 됐습니다.” 무대 위의 관능적인 모습과 달리 작은 체구와 앳된 얼굴의 지현은 또렷하게 대답한다. 97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가수 지현의 이름 앞에는 ‘페미니스트’라는 수사가 붙는다. 그냥 여성가수로 살지 않기 위해 그가 스스로 명명한 타이틀이다. “솔로로 활동하기 전 밴드에서 보컬을 하면서 일반인들이나 음악하는 동료들이 노래하는 여자를 뮤지션이 아니라 악기같은 도구로 생각하는 게 견디기 힘들었어요.” 누구와 함께 음악을 해야 행복할 것인가, 어떤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것인가 하는 고민하는 과정에서 페미니스트 가수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자연스럽게 안티미스코리아 대회 같은 여성 관련 문화제를 중심으로 활동을 해왔다.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그는 이미 스타 가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라는 타이틀은 아직 가시면류관이다. 특히나 성적 코드와 물신화된 육체가 넘쳐나는 대중문화에서 페미니스트임을 자임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페미니스트가 별건가요? 여성이 인간이 아니었던 시대도 있었잖아요. 지금은 주민증도 나오고(웃음), 여성으로서의 정체성도 가지게 된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제나 자신감있고, 결코 남자들에게 꿀리지 않는 여자가수 선배가 인터뷰에서 마치 “저 안 못생겼어요” 손사래를 치듯 “저 페미니스트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봤을 때 무척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여성의 일상을 들여다보다 페미니스트 가수라고 해서 그의 노래들이 양성평등이나 여성차별 철폐 등을 구호처럼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스터베이션>처럼 여성 스스로를 들여다보기, 여성으로 사는 나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가 지현 음악의 테마다. “아저씨 그 다리 좀 오므려요/ 아저씨 그 신문 좀 접어봐요/ 후끈거리는 허벅지 역겨워서 토하겠어/ 펄럭거리는 신문지 내 신경을 끊고 있어”라는 <아저씨 싫어>의 노래말도 몇년 동안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그가 느꼈던 분노로 페미니스트건 아니면, 여성이라면 한번 이상 느껴봤을 이야기다. 오는 11월23일과 24일 지현은 대학로에서 ‘보랏빛 물들기’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한다. 보랏빛은 형부에게 강간당한 뒤 알리지 못하도록 혀를 잘린 동생이 자줏빛 실로 수를 놓아서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해 함께 해결했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기인한 여성주의의 상징색깔이다. 이 콘서트는 여성주의 뮤지션들의 계보를 만드는 자리이자 첫 음반의 제작비를 마련하는 후원회 자리이기도 하다. “페미니스트가 얼마나 관능적이고 유혹적일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꾸밀 생각입니다.” 공연문의 016-699-4970, 016-736-1519.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페미니스트임을 당당히 말하라 여성가수의 관능적인 목소리를 들으며 붉은 등잔 밑에서 벌어지는 에로틱한 상상이 제목을 들으면 ‘확’ 깬다. <마스터베이션>. 왜 그럴까? 마스터베이션은 에로틱하지 않아서? 마스터베이션, 특히 여성의 마스터베이션은 마치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금기시돼왔기 때문이다. 가수 지현은 태연하게, 아니 육감적으로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며 이 노래를 부른다. 육감적인 여가수는 많지만 남성이 아닌 여성의 관능을 일깨우는 가수는 아마도 지현이 처음일 듯싶다. “여자들은 왜 자신의 즐거움에 대해서 죄의식을 가져야 하는가. 나의 성기로, 나의 문화적 취향으로, 나의 정치적 권리로 나의 즐거움이 뭔지 관심을 갖고 계발하자는 뜻에서 이 노래를 만들게 됐습니다.” 무대 위의 관능적인 모습과 달리 작은 체구와 앳된 얼굴의 지현은 또렷하게 대답한다. 97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가수 지현의 이름 앞에는 ‘페미니스트’라는 수사가 붙는다. 그냥 여성가수로 살지 않기 위해 그가 스스로 명명한 타이틀이다. “솔로로 활동하기 전 밴드에서 보컬을 하면서 일반인들이나 음악하는 동료들이 노래하는 여자를 뮤지션이 아니라 악기같은 도구로 생각하는 게 견디기 힘들었어요.” 누구와 함께 음악을 해야 행복할 것인가, 어떤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것인가 하는 고민하는 과정에서 페미니스트 가수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자연스럽게 안티미스코리아 대회 같은 여성 관련 문화제를 중심으로 활동을 해왔다.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그는 이미 스타 가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라는 타이틀은 아직 가시면류관이다. 특히나 성적 코드와 물신화된 육체가 넘쳐나는 대중문화에서 페미니스트임을 자임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페미니스트가 별건가요? 여성이 인간이 아니었던 시대도 있었잖아요. 지금은 주민증도 나오고(웃음), 여성으로서의 정체성도 가지게 된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제나 자신감있고, 결코 남자들에게 꿀리지 않는 여자가수 선배가 인터뷰에서 마치 “저 안 못생겼어요” 손사래를 치듯 “저 페미니스트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봤을 때 무척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여성의 일상을 들여다보다 페미니스트 가수라고 해서 그의 노래들이 양성평등이나 여성차별 철폐 등을 구호처럼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스터베이션>처럼 여성 스스로를 들여다보기, 여성으로 사는 나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가 지현 음악의 테마다. “아저씨 그 다리 좀 오므려요/ 아저씨 그 신문 좀 접어봐요/ 후끈거리는 허벅지 역겨워서 토하겠어/ 펄럭거리는 신문지 내 신경을 끊고 있어”라는 <아저씨 싫어>의 노래말도 몇년 동안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그가 느꼈던 분노로 페미니스트건 아니면, 여성이라면 한번 이상 느껴봤을 이야기다. 오는 11월23일과 24일 지현은 대학로에서 ‘보랏빛 물들기’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한다. 보랏빛은 형부에게 강간당한 뒤 알리지 못하도록 혀를 잘린 동생이 자줏빛 실로 수를 놓아서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해 함께 해결했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기인한 여성주의의 상징색깔이다. 이 콘서트는 여성주의 뮤지션들의 계보를 만드는 자리이자 첫 음반의 제작비를 마련하는 후원회 자리이기도 하다. “페미니스트가 얼마나 관능적이고 유혹적일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꾸밀 생각입니다.” 공연문의 016-699-4970, 016-736-1519.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