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듣는 정보들, 볼륨 높인다

318
등록 : 2000-07-19 00:00 수정 :

크게 작게

PC는 만인에게 평등한가. 날로 새로운 기능으로 사용자들에게 다가오는 PC. 대부분의 사람들은 PC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들의 과외 선생님, 어른들의 증권 도우미, 오락과 영화·음악 등도 PC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PC의 기술적 성장은 모든 사람을 위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보고 듣고 입력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보통’ 사람들 위주로 만든 까닭이다. 지체장애인은 장애를 극복하거나 특별한 비용을 지출해야만 PC에 다가설 수 있다.

인체세포와 미세전자회로를 융합한 ‘생체칩’(Bionic Microchip)은 장차 ‘600만달러의 사나이’를 출현시킬지도 모른다. 전자장치를 생체에 이식한다면 장애인들의 시력과 청력을 회복시킬 가능성도 있지만, 그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은 아니다. 지금으로선 지체장애를 지원하는 형태로 장애인의 PC사용을 도와주는 방식을 찾을 수밖에 없다. 손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발마우스’로 장애인을 도와주는 것처럼.

PC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기도 나와 있다. 음성합성 카드 ‘가라사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PC기기의 꽃으로 불린다. 도스에서 모든 텍스트 문자를 읽어주며 그래픽 환경에서 음성을 지원하기도 한다. ‘점자 프린터’는 종이에 점을 돌출시켜 시각장애인이 글자를 읽을 수 있도록 하며, ‘브레일라이트’는 시각장애인용 워드프로세서이다. 실제 디스플레이는 없지만 전면에 점판의 점이 돌출되어 손으로 만져 글을 읽을 수 있다. 일반 PC와 연결하여 데이터 전송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프린터와 워드프로세서는 보통 수백만원대의 가격이어서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힘들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장애인의 PC 접근을 지원하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의 ‘내게 필요한 옵션’은 시각, 청각, 지체부자유 장애인들을 위해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시각장애인은 고대비 색깔, 문자 크기 조절, 돋보기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청각장애인은 소리가 날 때 시각적 경고표시를 하거나, 소리에 관련된 캡션 등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기능을 이용하면 눈을 감고도 윈도98을 이용할 수 있지만, 보는 것보다 실행 속도가 훨씬 느린 게 흠이다. 그래서 윈도 화면 정보와 키 누름 정보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소리눈98’ 같은 유틸리티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시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충은 정보를 읽을 수 없다는 것. 음성합성 독서 프로그램으로 이미 ‘삼성 매직보이스’나 ‘LG소리글’ ‘합산컴퓨터 아르미 소리버전’ ‘거원시스템 제트토크’ 등이 국내에서도 널리 쓰이지만 자연음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전문 낭독자가 자연음을 들려주는 녹음도서나 도서의 원문을 타이핑에 음성합성 기술로 읽어주는 디스켓 도서관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런 도서의 경우 아날로그 형태여서 원하는 페이지나 문장에 접근하지 못한다.

최근에는 시각장애인용 ‘전자서적’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 토킹 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에서 국제표준 제정에 나섰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디오퍼블리셔’ 수익의 25%를 디지털 토킹 북 차세대 표준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쯤 대중화할 것으로 보이는 디지털 토킹 북은 사용자가 음성으로 독서를 하면서 완전히 다른 페이지로 건너 뛸 수 있으며 문장이나 단어를 통해 새로운 페이지에 접근할 수도 있다. CD플레이어 같은 이동식 장치를 통해 전자서적을 읽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 수는 대략 20만명 정도. 그들이 정보화의 중심에 나가설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김수병 기자soob@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