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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와니의 탄생, 배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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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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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희선

사진/ (씨네21 손홍주 기자)
“하루에도 여러 명의 남자친구가 꽃다발을 들고 찾아오는 등 소란스럽고, 방송 스케줄에 쫓길 때면 ‘난 배우가 아니라 탤런트예요’라는 투로 내빼기 일쑤였어요.”

스타 김희선씨와 <카라>를 함께 찍었던 한 제작진의 기억이다. 그래서였을까, <카라>는 물론이고 <비천무>까지 ‘스크린 속의 김희선’은 그냥 예쁜 소품을 한 모퉁이에 갖다놓은 듯한 겉도는 인물이었다. 당연히 영화제작자들은 뛰어난 스타성에도 불구하고 캐스팅 일순위에 그를 올려놓지 않았다. 청년필름이 그를 <와니와 준하>에 캐스팅했을 때, 걱정스런 시선이 쏠렸으나 곧 “김희선이 달라졌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비천무>의 연기에 대한 혹평, 누드 화보집 파문 등을 염두에 둔 마케팅이 아닐까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완성된 <와니와 준하>에서 김희선씨는 뛰어난 배우의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며 소문을 사실로 증명했다. ‘조금 경쾌하게 가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세심하고 여린, 그러나 어른스러운 여자 와니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영화 흐름과 차분하게 호흡을 맞춰가는 모습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솔직히 <비천무>는 연기보다 액션, 특수효과 등 다른 요소에 더 많이 기댄 영화였어요. 그때는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도 적었고, 또 결혼도 안 한 제가 모성애를 표현하다보니 한계도 있었고요. 그런데 와니는 달라요. 저랑 나이도 비슷하고, 전문직 여성이라는 점에서 공감할 수 있었거든요. 특히 연기자이기 때문에 남에게 속내를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저의 처지와 다소 폐쇄적인 성격을 지닌 와니가 많이 닮았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영화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는 그의 말이 겉치레 인사는 분명 아니었다.


김희선씨의 활달한 성격이 어디 갈 리는 없다. 함께 연기한 주진모, 조승우씨 얘기가 나오자 신이 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진모 오빠는 약간 엉뚱하면서도 썰렁해요. 애교도 있고. 조승우씨는 완전 영감님이에요. (영화 속) 영민이처럼 말도 없고, 가끔씩 한마디할 때는 뼈있는 말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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