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 휘발성 유기화합물로 대기오염 유발… 유용한 물질도 질소산화물 만나면 유해
불타는 화염을 떠올리게 하는 오색 단풍. 자연이 빚어낸 장엄한 색체예술은 가을의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 이제는 낙엽이 깔린 길을 거닐며 상념에 잠겨볼 때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색깔로 사람을 유혹하는 가을 단풍은 단지 미적 관심의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단풍이 하늘을 오염시키고 기후를 바꾸는 ‘대기의 박테리아’를 뿜어내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단풍들의 색깔이 바뀔 때 방출되는 화학물질에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Volatile Organic Compounds)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녹색식물의 잎과 줄기에서 VOCs가 나온다는 건 알려졌지만 형형색색의 단풍이 VOCs를 대량 내뿜는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다.
오색 단풍 즐기다가 눈이 상할 수도
VOCs는 강렬한 태양자외선의 영향을 받아 눈을 자극하고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오존을 형성하기도 한다. 눈부신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단풍이 자칫 대기오염을 일으켜 눈을 상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도시에서 VOCs의 주요 발생원은 자동차 배기가스를 비롯해 산업체의 매연, 휘발유의 증기, 페인트의 화학솔벤트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인위적으로 발생되는 VOCs는 오존 등 광화학 스모그를 만들고 암을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성층권의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물질로 지목되기도 한다. 건강과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대기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VOCs 감축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VOCs 감축을 주요한 환경정책으로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1999년부터 대기오염 관련 VOCs 배출시설에 대한 규제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위적인 VOCs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연료의 증기압 강하 △저용제형 도료 보급 △석유류 저장시설의 이중밀폐형 탱크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게 인위적 VOCs를 줄인다고 해서 대기중의 오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공기를 정화하는 구실에 충실한 식물이 한편으로는 VOCs를 대량으로 방출하면서 대기를 오염시키는 탓이다. 삼림이 조밀한 지역의 상공에서 ‘청연무’(blue haze)가 관측되는 이유도 자연적 VOCs의 산화과정에서 미세 먼지입자가 생성되는 데서 비롯된다. 단풍의 대기오염 유발을 학계에 보고한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의 알렉스 권터는 “식물에서 나오는 VOCs는 자연적인 형태로는 유해물질이 아니다. 다만 태양 빛이 있을 때 인간이 만들어낸 산화질소와 반응하면서 광학스모그의 주요성분인 오존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식물의 VOCs는 메탄가스의 대기 산화속도를 방해하면서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는 혐의를 받기도 한다. 식물이 어떻게 자연적인 VOCs를 통해 오존 배출원 노릇을 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오존은 햇빛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380nm 이하 파장의 자외선에 의해 질소산화물의 광화학 사이클 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그런데 식물에서 발생하는 이소프린, 테르펜, 알코올, 카르보닐화합물, 에스테르 등 탄소원자 1∼10개로 이뤄진 탄화수소화합물이 대기중에 있으면 비슷한 과정을 거쳐 오존이 생성된다. 대기중에 질소산화물이 많이 있으면 광분해 과정을 통해 발생기산소가 많이 생겨나 오존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처럼 VOCs가 질소산화물의 광화학 사이클에 참여하면 광분해 과정의 순환속도를 빠르게 증가시켜 질소산화물에 의한 오존 발생속도를 훨씬 앞지르게 된다. 그렇다고 식물이 방출하는 VOCs를 무조건 유해물질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식물은 오존을 비롯한 오염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 이로운 향기를 방출해 공기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청정지역을 벗어난 대도시 부근의 식물이 방출하는 자연 VOCs이다.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 식물들이 자란다면 일사량이 많은 여름철에 위험한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단풍 초기에 활발한 생리적 자연 배출현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 대기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기도 한다. 놀랍게도 단풍들은 낙엽으로 땅에 떨어져 완전히 마를 때까지 VOCs를 발산하는 오존 형성의 전생애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다. 도심에서 낙엽을 밟으며 거닐 때 오존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뜨거운 햇볕이 사라진 뒤라면 오존으로 인한 인체의 영향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때에는 오히려 오존을 분해해 대기를 청정하게 한다. 마치 정글 속의 하이에나처럼. 자연적인 VOCs는 수종이나 일사량, 계절적으로 강한 특성을 보인다. 이소프린은 주로 활엽수 중 낙엽수립에서 많이 발생하며 온도보다는 일사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테르펜은 상록수 중에서도 침엽수림이 다량 방출하며 일사량보다는 온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세계적으로 삼림을 통해 발생하는 자연 VOCs 배출양은 인위적인 VOCs보다 7배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자연적 VOCs에 대한 배출량 측정이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 국토의 65%가 삼림인 사정을 감안한다면 국내의 자연적 VOCs는 인위적인 것의 3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식물이 배출하는 VOCs에 대해서는 둔감한 상태인 것이다. 다만 환경부가 차세대 사업으로 추진하는 ‘에코 테크노피아’ 프로젝트에 따른 4개년 계획으로 동신대학교 김조천 박사팀이 지난 8월부터 국내에 서식하는 졸참나무, 갈참나무, 소나무 등의 자연적 VOCs 배출량 측정에 들어갔을 뿐이다. 도심지 가로수 조성에도 VOCs 따져야
이미 80년대부터 미국은 식물이 방출하는 VOCs가 대기오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연구를 시작했다. 90년대에 올림픽을 치르기도 했던 애틀랜타시의 경우 1978년부터 89년까지 무려 7억달러(약 9천억원)를 들여 인위적 VOCs 제어에 나섰다. 하지만 고농도의 오존(120ppb 이상)은 떨어지지 않고 때론 더 상승하기도 했다. 아무리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더라도 오존 기준치를 맞추지 못했던 것이다.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도심지의 가로수나 녹지로 조성한 참나무에서 방대한 양의 이소프린이 발생해 오존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온이 높고 태양광선이 강한 도시에서 식물이 VOCs를 더 많이 방출하면서 오존생성 조건과 맞아떨어져 문제를 악화시켰던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VOCs를 제어하지 못한 시 정부는 비로소 자연적 VOCs 감소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지역 특성에 맞는 대기환경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심지역의 녹지조성에서도 국내 특이종에 대한 VOCs 배출량 산정 결과를 토대로 수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삼림의 혜택은 무궁무진하다. 건강이라는 측면에서도 삼림향은 식물이 분비하는 살균물질로 알려진 ‘피톤치드’(phytoncide)를 내뿜어 자연계의 병원균을 없앤다. 요즘 온갖 질병이 난무하는 것도 숲이 파괴된 결과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이다. 그렇게 이로운 피톤치드도 인간의 손길에서 비롯되는 질소산화물을 만나면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물질로 돌변하기 쉽다. 수목원을 비롯한 삼림 관광지 내에 대단위 주차공간이 있다면, 오존 세례를 받아 혹을 떼러 갔다가 혹을 덧붙여 나올 수도 있다. 대기환경은 농사를 짓는 데도 그대로 적용된다. 곡물이 낮은 오존 농도에도 민감한 탓이다. 자연 VOCs가 방출되는 지역에 질소산화물이 있다면 수확량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산불은 경제적인 피해는 물론 생태계 파괴, VOCs의 다량 방출 등을 불러 대기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가지마다 파아란 하늘을 받든 낙엽, 그 낙엽이 배출가스 속에서 뜨거운 태양을 만난다면 생태계는 오존의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움말 주신 분
동신대학교 환경공학과 김조천 교수, 국립환경연구원 대기공학과 차준석 연구관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사진/ 녹색 잎과 줄기는 물론 오색 단풍도 VOCs 를 대량 방출한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많은 도심지에서는 수종 선택을 주의해야 한다.(한겨레 김진수 기자)
도시에서 VOCs의 주요 발생원은 자동차 배기가스를 비롯해 산업체의 매연, 휘발유의 증기, 페인트의 화학솔벤트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인위적으로 발생되는 VOCs는 오존 등 광화학 스모그를 만들고 암을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성층권의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물질로 지목되기도 한다. 건강과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대기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VOCs 감축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VOCs 감축을 주요한 환경정책으로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1999년부터 대기오염 관련 VOCs 배출시설에 대한 규제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위적인 VOCs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연료의 증기압 강하 △저용제형 도료 보급 △석유류 저장시설의 이중밀폐형 탱크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게 인위적 VOCs를 줄인다고 해서 대기중의 오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공기를 정화하는 구실에 충실한 식물이 한편으로는 VOCs를 대량으로 방출하면서 대기를 오염시키는 탓이다. 삼림이 조밀한 지역의 상공에서 ‘청연무’(blue haze)가 관측되는 이유도 자연적 VOCs의 산화과정에서 미세 먼지입자가 생성되는 데서 비롯된다. 단풍의 대기오염 유발을 학계에 보고한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의 알렉스 권터는 “식물에서 나오는 VOCs는 자연적인 형태로는 유해물질이 아니다. 다만 태양 빛이 있을 때 인간이 만들어낸 산화질소와 반응하면서 광학스모그의 주요성분인 오존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식물의 VOCs는 메탄가스의 대기 산화속도를 방해하면서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는 혐의를 받기도 한다. 식물이 어떻게 자연적인 VOCs를 통해 오존 배출원 노릇을 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오존은 햇빛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380nm 이하 파장의 자외선에 의해 질소산화물의 광화학 사이클 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그런데 식물에서 발생하는 이소프린, 테르펜, 알코올, 카르보닐화합물, 에스테르 등 탄소원자 1∼10개로 이뤄진 탄화수소화합물이 대기중에 있으면 비슷한 과정을 거쳐 오존이 생성된다. 대기중에 질소산화물이 많이 있으면 광분해 과정을 통해 발생기산소가 많이 생겨나 오존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처럼 VOCs가 질소산화물의 광화학 사이클에 참여하면 광분해 과정의 순환속도를 빠르게 증가시켜 질소산화물에 의한 오존 발생속도를 훨씬 앞지르게 된다. 그렇다고 식물이 방출하는 VOCs를 무조건 유해물질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식물은 오존을 비롯한 오염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 이로운 향기를 방출해 공기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청정지역을 벗어난 대도시 부근의 식물이 방출하는 자연 VOCs이다.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 식물들이 자란다면 일사량이 많은 여름철에 위험한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단풍 초기에 활발한 생리적 자연 배출현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 대기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기도 한다. 놀랍게도 단풍들은 낙엽으로 땅에 떨어져 완전히 마를 때까지 VOCs를 발산하는 오존 형성의 전생애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다. 도심에서 낙엽을 밟으며 거닐 때 오존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뜨거운 햇볕이 사라진 뒤라면 오존으로 인한 인체의 영향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때에는 오히려 오존을 분해해 대기를 청정하게 한다. 마치 정글 속의 하이에나처럼. 자연적인 VOCs는 수종이나 일사량, 계절적으로 강한 특성을 보인다. 이소프린은 주로 활엽수 중 낙엽수립에서 많이 발생하며 온도보다는 일사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테르펜은 상록수 중에서도 침엽수림이 다량 방출하며 일사량보다는 온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세계적으로 삼림을 통해 발생하는 자연 VOCs 배출양은 인위적인 VOCs보다 7배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자연적 VOCs에 대한 배출량 측정이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 국토의 65%가 삼림인 사정을 감안한다면 국내의 자연적 VOCs는 인위적인 것의 3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식물이 배출하는 VOCs에 대해서는 둔감한 상태인 것이다. 다만 환경부가 차세대 사업으로 추진하는 ‘에코 테크노피아’ 프로젝트에 따른 4개년 계획으로 동신대학교 김조천 박사팀이 지난 8월부터 국내에 서식하는 졸참나무, 갈참나무, 소나무 등의 자연적 VOCs 배출량 측정에 들어갔을 뿐이다. 도심지 가로수 조성에도 VOCs 따져야

사진/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도심지의 나무들은 VOCs를 방출해 또다시 대기에 악영향을 끼친다.(강재훈 기자)
동신대학교 환경공학과 김조천 교수, 국립환경연구원 대기공학과 차준석 연구관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