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스탐에게 아쉽게 1위 자리 내준 박세리…파워와 정확성의 대결은 이제부터 시작
한국이 낳은 ‘골프퀸’ 박세리(24·삼성전자), 스웨덴의 ‘컴퓨터스윙어’ 애니카 소렌스탐(31). 올 시즌 LPGA 그린을 화끈하게 달군 두 스타이다. 그러나 박세리는 아쉽게도 모든 타이틀을 소렌스탐에게 내줬다.
미 LPGA투어 미즈노클래식에도 출전하지 않고 에버랜드를 찾아 보육원 어린이들과 놀이기구를 타며 행복한 시간을 가진 박세리. 그런 뒤 그는 유성의 집에 내려가 휴식을 취하고 인터뷰를 갖는 등 고국에서 알찬 시간을 보냈다. 박세리는 시즌 마지막 대회로 11월15일 개막할 투어챔피언십에 맞춰 달콤한 순간들을 뒤로 한 채 지난주 미국으로 날아갔다.
소렌스탐, 그린 적중률 1위
박세리가 자신의 최고 승수인 5승을 올리고도 소렌스탐에 뒤진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은 간단하다. 지난해 독주를 했던 오스트레일리아의 여자 백상어 캐리 웹(26)을 압도할 만큼 소렌스탐이 훨훨 난 까닭이다. 박세리도 잘했지만 소렌스탐이 더 잘했다는 얘기다. 소렌스탐은 7승. 그중 하나는 일본에서 열린 시스코월드레이디스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박세리를 1홀 차로 누르고 거둔 우승이다. 이 경기로 소렌스탐은 올해의 선수를 비롯해 평균타수, 상금랭킹 등 모든 부분에서 박세리를 따돌렸다. 반면 박세리는 시스코대회에서 소렌스탐에게 지는 바람에 최다승, 상금왕, 올해의 선수 등에서 막판 뒤집기에 실패했다. 그러나 소렌스탐에게 뒤지긴 했지만 박세리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기량과 자신감으로 올 시즌을 이끌었다. 팬들이야 아쉬움이 남겠지만 박세리는 미국 진출 이후 최고의 샷감각으로 인상깊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사실 골프는 기량과 마인드에 따라 순위가 갈린다. 상대방과 싸워야 하는 단체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선수는 그린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그래서 탄탄한 실력과 최고의 컨디션, 그리고 행운이 따라준다면 적수가 없다. 올 시즌 기록으로만 본다면 박세리가 소렌스탐에게 약간 뒤졌다. 골프 역시 기록경기이기 때문에 경기에서 나타난 평균기록을 보면 그해의 스코어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먼저 소렌스탐부터 살펴보자. 소렌스탐은 대단한 언더파를 기록하고 있다. 81라운드 중 56라운드를 언더파로 끝내 랭킹 3위, 버디는 339개로 2위, 이글은 6개로 공동 22위다. 평균드라이버 거리는 252.3야드로 공동 27위에 그쳤지만, 드라이빙 안착률이 78.2%로 15위,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적중률은 78.8%로 랭킹 1위다. 스코어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퍼팅 수 30.38개(공동 100위)를 아이언 샷의 정확성으로 리커버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해 장사를 한 소렌스탐은 평균 69.44타를 내며 1위에 올라 있다. 상금랭킹에서도 182만8868달러를 벌어들여 역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박세리는 어떤가. 70라운드 중 48라운드에서 언더파를 내 4위, 버디 수는 286개(14위), 이글은 7개(15위)다. 거리는 많이 늘어 258.1야드로 10위에 랭크돼 있고, 페어웨이 안착률은 70.3%(공동 89위)로 낮은 편. 드라이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박세리도 소렌스탐처럼 그린적중률(73.7%·3위)로 스코어를 커버한다. 퍼팅 수는 29.83개로 소렌스탐보다 좋다. 이렇게 해서 평균타수 69.69타로 166만3천달러를 획득해 2위를 달리고 있다. 앞으로 남은 미즈노클래식에 소렌스탐은 출전하지만, 박세리는 불참하는 바람에 상금이나 평균타수에서 차이가 더 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소렌스탐이 천재지변으로 예선탈락한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예상이 크게 빗나가지 않는 골프 특성으로 보아 소렌스탐이 올해 거둬들인 수확은 풍년인 셈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그린 정복
승수만 차이가 있을 뿐 경기내용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소렌스탐이 엄청난 기록을 수립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박세리는 시즌 벽두부터 잘 나갔다. 1월 개막한 시즌 오픈게임인 유어라이프 비타민스LPGA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기분 좋은 우승이었고 시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청신호가 되었다. 여름에 강하다는 징크스를 깨고 4월 롱스드럭스에서 다시 우승컵을 손에 쥔다. 한달도 안 돼 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에서 1승을 추가한 뒤 위타빅스 우먼스 브리티시오픈에서 메이저타이틀을 차지했다. 이후 9월 AFLAC챔피언스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최다승인 한 시즌 5승을 올렸다. 이로써 박세리는 98년 데뷔 첫해와 이듬해에 각각 4승을 올린 뒤 5승을 보태 4년 만에 통산 13승을 거뒀다. 소렌스탐은 3월 웰치스서클K챔피언십부터 스탠더드레지스터핑,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오피스디포 등 4연속 우승을 이어가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특히 레지스터핑 2라운드에서 13언더파 59타를 쳐 여자프로 사상 18홀 최저타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아울러 소렌스탐은 이 대회에서 72홀 최저타인 27언더파라는 기록적인 스코어를 뽑아내며 컴퓨터스윙어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뒤에도 소렌스탐은 칙필A챌리티, 캐나디언여자오픈, 시스코월드레이디스 매치플레이 등에서 3개의 승수를 추가하며 올해의 선수상을 4번째나 획득하게 됐다.
기록에서 나타난 것처럼 아직 박세리가 소렌스탐에 뒤지는 면이 있다. 박세리가 파워풀한 스윙에 대담한 공격력으로 승부를 건다면 소렌스탐은 계산된 코스공략에 정확성을 더한 노련한 샷을 구사한다. 박세리가 한꺼번에 무너진 홀이 있다면 소렌스탐은 스코어의 기복이 없는 게 강점이다. 이러한 차이점은 어디서 나올까. 물론 둘 다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박세리는 국내 아마추어계를 평정하고 프로대회에서 프로들을 꺾고 국가대표를 지낸 뒤 프로에 데뷔했다. 반면 소렌스탐은 미국 유학파로 좀더 체계적인 골프공부를 했다. 박세리가 아버지에 의존해 골프기초를 다졌다면 소렌스탐은 제대로 된 코치 밑에서 훈련을 받아왔다. 물론 박세리는 미국 진출 이후 데이비드 레드베터라는 최고의 교습가에게 지도받았으나 여전히 부친의 영향력 아래 있다.
둘 다 고국의 환경이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스웨덴도 겨울이 길어 우리처럼 필드에서 놀 수 있는 기간이 짧다. 그럼에도 박세리도 나름대로 파워를 동반한 기술샷을 구사한다. 최근 들어 300야드를 훌쩍 넘기곤 한다. 이와 함께 아이언 샷도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그러나 유년 시절 엄청난 인내와 고통을 감내하며 훈련을 받아온 박세리는 소렌스탐과는 다른 방식의 훈련을 해왔다. 겨울에도 강한 체력훈련을 해온 것이다. 이와 달리 소렌스탐은 겨우내 책을 읽거나 정신을 단련하는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박세리는 정신력 또한 강하다. 그러나 소렌스탐이 조금 나은 여건에서 실시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이를테면 소렌스탐의 아이언 샷이 정확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항상 스윙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스윙이 작아보여도 거리를 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특히 유럽의 대부분의 선수들처럼 소렌스탐은 쇼트게임을 위해 핀을 돌려가며 100야드 내외에서 공을 핀에 붙이는 훈련을 해왔다. 재미삼아 했겠지만 일정한 거리에 사람을 세워놓고 바구니에 볼을 넣는 어프로치 샷 연습도 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소렌스탐은 골프는 정확성이 뒷받침돼야만 스코어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체득했다.
그러나 박세리는 젊다
비록 올해는 뒤졌지만, 박세리가 소렌스탐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802만9464달러. 9년차인 소렌스탐이 93년 프로데뷔 뒤 통산 벌어들인 돈이다. 박세리는 98년 이후 4년 만에 402만2481달러를 획득했다. 소렌스탐 통산상금의 반이 넘는 액수다. 프로는 상금으로 말한다. 따라서 박세리의 가능성은 더 크다. 8년간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투어생활을 한 소렌스탐, 이제 갓 4년차인 박세리. 문화나 언어적인 면에서 박세리가 소렌스탐에게 여전히 불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박세리는 투어생활에 절대적인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장기 레이스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젊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세리의 강점은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애정을 골프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안성찬/ 스포츠투데이 골프 전문기자

사진/ 올 시즌 자신의 최고 승수인 5승을 올린 박세리. 최고의 샷감각을 보여줬다.(AP 연합)
박세리가 자신의 최고 승수인 5승을 올리고도 소렌스탐에 뒤진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은 간단하다. 지난해 독주를 했던 오스트레일리아의 여자 백상어 캐리 웹(26)을 압도할 만큼 소렌스탐이 훨훨 난 까닭이다. 박세리도 잘했지만 소렌스탐이 더 잘했다는 얘기다. 소렌스탐은 7승. 그중 하나는 일본에서 열린 시스코월드레이디스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박세리를 1홀 차로 누르고 거둔 우승이다. 이 경기로 소렌스탐은 올해의 선수를 비롯해 평균타수, 상금랭킹 등 모든 부분에서 박세리를 따돌렸다. 반면 박세리는 시스코대회에서 소렌스탐에게 지는 바람에 최다승, 상금왕, 올해의 선수 등에서 막판 뒤집기에 실패했다. 그러나 소렌스탐에게 뒤지긴 했지만 박세리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기량과 자신감으로 올 시즌을 이끌었다. 팬들이야 아쉬움이 남겠지만 박세리는 미국 진출 이후 최고의 샷감각으로 인상깊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사실 골프는 기량과 마인드에 따라 순위가 갈린다. 상대방과 싸워야 하는 단체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선수는 그린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그래서 탄탄한 실력과 최고의 컨디션, 그리고 행운이 따라준다면 적수가 없다. 올 시즌 기록으로만 본다면 박세리가 소렌스탐에게 약간 뒤졌다. 골프 역시 기록경기이기 때문에 경기에서 나타난 평균기록을 보면 그해의 스코어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먼저 소렌스탐부터 살펴보자. 소렌스탐은 대단한 언더파를 기록하고 있다. 81라운드 중 56라운드를 언더파로 끝내 랭킹 3위, 버디는 339개로 2위, 이글은 6개로 공동 22위다. 평균드라이버 거리는 252.3야드로 공동 27위에 그쳤지만, 드라이빙 안착률이 78.2%로 15위,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적중률은 78.8%로 랭킹 1위다. 스코어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퍼팅 수 30.38개(공동 100위)를 아이언 샷의 정확성으로 리커버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해 장사를 한 소렌스탐은 평균 69.44타를 내며 1위에 올라 있다. 상금랭킹에서도 182만8868달러를 벌어들여 역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박세리는 어떤가. 70라운드 중 48라운드에서 언더파를 내 4위, 버디 수는 286개(14위), 이글은 7개(15위)다. 거리는 많이 늘어 258.1야드로 10위에 랭크돼 있고, 페어웨이 안착률은 70.3%(공동 89위)로 낮은 편. 드라이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박세리도 소렌스탐처럼 그린적중률(73.7%·3위)로 스코어를 커버한다. 퍼팅 수는 29.83개로 소렌스탐보다 좋다. 이렇게 해서 평균타수 69.69타로 166만3천달러를 획득해 2위를 달리고 있다. 앞으로 남은 미즈노클래식에 소렌스탐은 출전하지만, 박세리는 불참하는 바람에 상금이나 평균타수에서 차이가 더 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소렌스탐이 천재지변으로 예선탈락한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예상이 크게 빗나가지 않는 골프 특성으로 보아 소렌스탐이 올해 거둬들인 수확은 풍년인 셈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그린 정복

사진/ 소렌스탐은 박세리와 달리 좀더 체계적인 골프공부를 했다. 그의 정확성은 여기서 나온다.(AP 연합)

사진/ 필드에 나란히 선 박세리와 소렌스탐. 이들의 대결은 이제부터 시작이다.(AP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