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대신 다양한 색칠 도구로 여러 가지 밑그림에 색깔을 채워넣는 ‘색칠놀이’가 성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어른들의 색칠놀이’는 잡념으로부터의 자유를 선물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쾌감도 준다(위). 〈비밀의 정원〉의 작가 조해너 배스포드의 페이스북에는 전세계 사람들이 작업한 ‘작품 사진’이 매일 올라온다(아래).
옷 입을 때는 피하는 빨간색도 과감히 컬러링북이 유럽에서 주목받은 데는 ‘안티-스트레스’ ‘아트테라피’라는 부제의 힘이 크다. <비밀의 정원>을 국내에 번역 출간한 김경태 출판사 클 편집장은 “애초 영국에서 범상한 반응에 그쳤던 컬러링북들이 프랑스로 건너가면서 ‘치유’(테라피), ‘안티-스트레스’라는 말이 붙었다. 그러면서 컬러링북 시장이 아이들의 영역에서 성인으로까지 확 커졌다”고 말했다. 김일웅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안티-스트레스’라는 말에 혹해서 <비밀의 정원>을 샀다. 저녁 약속이 많아 사람들과 술을 자주 마시고 가끔 걷기운동 정도를 하는 그는, 컬러링북을 산 뒤에는 저녁 약속이나 일정이 없으면 굳이 약속을 잡지 않고 집으로 가서 ‘색칠놀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지는 않지만 색칠하는 동안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했다. 또 색을 입혀가면서 흑백뿐이던 밑그림에 생기가 도는 걸 보면서 ‘내가 뭔가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만족감도 생겼다. 오현주 ‘민중의 집’ 활동가도 “어떤 색을 칠할까 고민하면서 색깔을 고르고 채색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있다. 옷 입을 때 왠지 피하게 되는 녹색이나 빨간색을 자주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고 말했다. 색칠놀이의 과정과 결과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더욱 전파된다. 조해너 배스포드의 페이스북에는 전세계 사람들이 공들여 채색해 완성한 작품들이 매일 업데이트된다. 국내에서도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이 직접 완성한 ‘어른들의 색칠놀이 작품’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색칠놀이는 정말 ‘안티-스트레스’가 되는 걸까. 북샵일공칠의 <아트테라피>를 번역한 백낙선 스에나가메소드 색채심리연구소장은 “색채라는 것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단계, 표현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단계, 이 두 단계를 통해 치유가 된다”고 말했다. 백낙선 소장은 “본격적인 ‘아트테라피’가 되려면 각자의 성향이나 심리상태에 맞는 누리에(형태)를 선택하는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방향대로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잠재된 무의식을 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색칠놀이를 취미 삼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는 좋다”고 말했다. <색채심리학> <그림 속에서 나를 만나다> 등을 쓴 미술치료 전문가 김선현씨는 “어떤 일에 집중하고 원하는 색깔로 채색함으로써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한정된 틀 안에 도식적으로 칠하는 행위는 경우에 따라서는 창의력 등을 훼손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색은 치유력을 가진다, 괴테 말씀 200년 전 괴테는 말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색에서 기쁨을 느낀다. 눈은 빛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또한 색을 필요로 한다. 흐린 날 태양이 그 지방의 한 부분을 비추어 그곳에 색이 나타나도록 만들었을 때 느꼈던 상쾌한 기분을 기억해보라. 다채로운 색의 보석들이 치유력을 가진다는 생각도 이러한 말로 나타낼 수 없는 안락함의 깊은 느낌으로부터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지금 다채로운 색을 사용하는 색의 바다에 빠졌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