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탐사에 인공지능 등 군사작전에 참여… 야전군인은 디지털 전사로 거듭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은 탱크와 전함 등을 재래식 전쟁의 상징으로 만들고 있다. 첨단 정찰장비, 초정밀 위성유도 미사일, 첨단 통신시스템 등을 이용한 ‘네트워크 중심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네트워크를 이용해 전략과 전술이 수립된다면 첨단화력이 가공할 만한 파괴력으로 공격을 감행하게 된다. 지상군으로 배치된 이들은 미 육군에서 최고난도의 훈련을 받은 레인저 혹은 그린 베레 대원들. 이들은 MC130H 컴뱃텔론2 수송기나 장거리용으로 개조한 블랙호크 헬기를 이용해 아프간 작전지역에 투입된다. 특수 훈련을 받은 병사들은 병기를 다루는 것 못지않게 컴퓨터도 능숙하게 다룬다.
현재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군사기술을 실전에 적용하면 이렇다. 탈레반과 알 카에다 전사들의 진지를 공격하기 위해 작전을 벌이는 대원들. 그들은 ‘헤드 업 디스플레이’(Head-Up Display: HUD)를 눈 앞으로 내리고, 팔에 장치된 소형 키보드의 버튼을 누르며 이동한다. 헬멧의 디스플레이(VDU)는 상대 주둔지의 지형지물과 보초병의 생생한 영상을 보여준다. 조준기와 상공의 항공기로부터 얻어지는 삼각측량으로 산출한 GPS 데이터를 전자적으로 조립된 특수병기에 입력한다. 녹색의 라이트들은 준비 상황이 완료되었음을 알려준다. 상자의 빨간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비행체가 조용히 약 6m 높이까지 오른 뒤 단숨에 목표를 향해서 공중을 날아간다. 사전에 파악한 정보가 확실하다면 민간병원을 폭파시키는 등의 오폭의 위험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이테크에 의한, 하이테크를 위한
전쟁은 역사적으로 신기술의 산실 구실을 했다. 최초의 장거리 무기인 활이 등장한 이래로 화약, 전함, 비행기가 전장을 휩쓸었다. 라이트 형제가 세계 최초의 비행기를 만든 지 11년 만에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은 항공공학 기술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라디오와 잠수함 개발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나치의 영국 기습공격에서는 내연기관과 무전기가 결합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은 원자탄 개발을 촉진했고 컴퓨터 개발의 기폭제 노릇을 했다. 최초의 컴퓨터로 불리는 ‘에니악’(ENIAC)은 탄도의 궤적을 손쉽게 계산하려는 군사적 목적에서 개발됐다. 전쟁은 일상생활에도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세계대전 때 군인들이 햄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포장한 스팸은 우리나라 식생활문화까지 바꾸고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테러보복 전쟁에서 새롭게 선보일 기술은 무엇일까. 우선 ‘원격탐사’(remote sensing)에 관련된 감시기술을 꼽을 수 있다. 이 기술은 인공위성이나 항공기에 탑재한 각종 계측장치에 근거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적을 몇분 만에 찾아 궤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전에서 활용되면 특정 인물을 단박에 추적해 신원을 인식해 공격까지 할 수 있다. 걸프전에서 스마트 폭탄과 위성 이미지 기술이 특정 ‘시설’을 겨냥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미국 공습의 표적이 되는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특정 ‘개인’을 표적으로 삼는 수준에 이르렀다. 당연히 무선 시그널 기술과 디지털 이미지 기술이 접목되어야 효용성을 발휘한다. 미래의 전쟁은 네트워크가 핵심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원격감시에 관련된 컴퓨터 기술도 확보된 상태이다. 렉시스넥시스스타일(Lexis-Nexis-style)이라는 온라인 탐색시스템은 보이지 않는 적의 신원을 파악하는 사이버 정찰대 구실을 한다. 델피 시스템즈가 개발한 무게 12kg 정도의 시그널 정보 개인장비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광대역 탐색을 벌이고 상대의 통신 송신지를 발견해 통신을 차단할 수 있는 휴대용 통신장치이다. 게다가 동굴 속에 숨어 있는 인물 표적을 찾아내 신원을 확인하는 얼굴 인식 데이터베이스도 갖춰질 전망이다. 이러한 기술이 서로 결합하면 목표 인물 추적용 스팅거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위성이 목표물을 찾아 좌표에 명중하도록 폭탄을 유도하는 시스템도 등장하고 있다. 어쩌면 21세기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부대는 첨단화력을 자랑하는 특수부대원이 아니라 전장에 나타나지 않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인지도 모른다.
전투현장에서 개인병사들은 ‘디지털 전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수부대원들이 하이테크 장비를 이용해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리모트 센싱과 감시기술이 작전을 위한 하드웨어라면 하이테크 장비는 소프트웨어 구실을 하게 된다. 육군 지상 전투병에 관한 대형 프로그램인 ‘랜드 워리어 프로그램’(Land Warrior Program)의 일부가 아프간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프로그램은 입을 수 있는 컴퓨터와 장착된 온도 이미지 장치를 갖추고 지속적으로 전군의 정보네트워크에 접속이 가능한 초미래식 복장을 갖춘 전투병을 실전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간단히 말해 ‘하이테크 갑옷’을 입은 첨단군인을 출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옷감에 정보처리 기술을 접목한 가볍고 견고한 ‘스마트 셔츠’가 필수적이고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병사 1인당 장비가격이 1만7천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개인장비로는 헬멧을 꼽을 수 있다. 트로이 전쟁 이후 기후와 산탄 유탄으로부터 병사들을 보호한 헬멧이 전자적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첨단화된 헬멧에는 비디오카메라와 야간 투시장치, 음성통신용 헤드세트 등이 부착된다. ITT사가 최전선 병사를 위해 만든 야간 투시경은 걸프전 당시보다 성능이 35% 정도 개선됐다. 작전을 수행하는 병사들은 소총에 야간조준기를 부착해 사격의 정확도를 높였다. 일부 병사들은 빛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볼 수 있거나 안개 연기 그리고 벽을 통과해 볼 수 있는 열선 이미지 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기기를 이용해 정보를 지휘부에 전송한 야전군인들은 원격지휘에 따라 실전을 치르게 된다.
헬멧의 전자적 재탄생… 쌍방향 컴퓨팅 활용
개인화기도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새로운 저격용 총은 거의 1마일 밖에서 발사해도 경방탄복을 관통할 정도이다. 스마트 폭탄은 총알보다 빠르고 3m 이내에 적중하는 명중도를 자랑한다. 특수요원들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작전 수행력을 높일 수 있다. 인공위성의 신호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10m 오차 범위에서 알 수 있으며 동료 병사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GPS 장치는 정찰중인 특수 작전병들이 원거리 폭격을 위한 목표물 측정에 사용되기도 한다. 예컨대 작전병은 레이저 지적장치로 목표를 가리키고 GPS 판독기로 비교해 B-2 폭격기에 좌표를 전달하는 식이다. 전투현장에 투입된 병사들이 얻는 모든 정보는 인공위성이나 고공에서 배회하는 무인비행기에 전달된다. 이미 록히드 마틴사는 미국 국가정찰국의 요청으로 두개의 극비 인공위성을 발사해 작전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인식이나 웹브라우저 인터넷 등도 따지고 보면 군사기술에 바탕한 것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군사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미 1991년 걸프전 때 컴퓨터에 의한 작전지원 프로그램으로 ‘동적분석재계획툴’(Dynamic Analysis Replanning Tool)이 사용되기도 했다. 당시 군사작전에서 상당한 빛을 발휘한 이 툴은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아프간에서 작전을 세우고 있다. 게다가 사람과 컴퓨터의 관계를 맺어주는 쌍방향 컴퓨팅에 바탕한 ‘프로액티브’(Physical Real Out There Active)라는 기술도 지휘부를 거들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 에너지성이 개발한 탐색장비는 레이저를 이용해 밀폐된 용기의 유독화학물을 찾아내고 벌레 모양의 미니로봇으로 폭발물을 탐색하기도 한다. 삼엄한 방공망으로 보호되는 전략요충지에는 무인전투기를 보내 유인비행기의 공격을 돕기도 한다. 바야흐로 전쟁은 기술을 만들고 기술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거기엔 시스템의 오류에서 비롯되는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이라는 치명적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사진/ 아프간에 들어간 야전군인들은 첨단자이로 작전에 나서고 있다. 야간투시장치를 활용하는 전투병.(defenselink)

사진/ 아프간에 들어간 지상군의 모습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사진/ 첨단장비들이 잇따라 실전에 활용되고 있다. 네트워크 중심의 전쟁을 돕는 이미지 인식 장치의 성능을 실험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