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분명한 “물어뜯지만 않았어도!” 2009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의 주인공 역시 사랑하던 여자를 여읜 아픔을 이기기 위한 방편으로 친한 이들과 산책에 나선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산책에, 그냥 걷는 일에 굶주려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저마다 다른 곳에서 혼자서 걷기 시작해 사람들은 결국 함께 걷는 법을 익혀나간다”는 것을. 이 소설 말미에는 진압복을 입은 경찰들이 통행을 차단하는 장면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함성”이 우연처럼 등장하는데, 사실 그것은 작가 쪽의 치밀한 의도라 보아야 한다. 소설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덕수궁 주변 풍경을 그리며 “모퉁이마다 무장을 한 전투경찰들이 모여 시위하고 있었다”고 쓰거나, 역시 같은 작품에서 하이네의 시구를 응용해 “물어뜯지만 않았어도! 물어뜯지만 않았어도!”라는 탄식을 내뱉을 때 작가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주인공의 말마따나 누구에게나 고통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것이지만 그 개별적인 고통들의 배후에는 사회적 맥락과 의미망 역시 존재하며, 따라서 우리는 “함께 걷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려는 것이다. 최재봉 <한겨레> 문화부 기자 bong@hani.co.kr
의도 분명한 “물어뜯지만 않았어도!” 2009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의 주인공 역시 사랑하던 여자를 여읜 아픔을 이기기 위한 방편으로 친한 이들과 산책에 나선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산책에, 그냥 걷는 일에 굶주려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저마다 다른 곳에서 혼자서 걷기 시작해 사람들은 결국 함께 걷는 법을 익혀나간다”는 것을. 이 소설 말미에는 진압복을 입은 경찰들이 통행을 차단하는 장면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함성”이 우연처럼 등장하는데, 사실 그것은 작가 쪽의 치밀한 의도라 보아야 한다. 소설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덕수궁 주변 풍경을 그리며 “모퉁이마다 무장을 한 전투경찰들이 모여 시위하고 있었다”고 쓰거나, 역시 같은 작품에서 하이네의 시구를 응용해 “물어뜯지만 않았어도! 물어뜯지만 않았어도!”라는 탄식을 내뱉을 때 작가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주인공의 말마따나 누구에게나 고통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것이지만 그 개별적인 고통들의 배후에는 사회적 맥락과 의미망 역시 존재하며, 따라서 우리는 “함께 걷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려는 것이다. 최재봉 <한겨레> 문화부 기자 bo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