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당한 이웃을 닭 한 마리로 위로하는 아주머니(왼쪽), 꽃을 바통 삼아 물고 뛰는 학생들. 임종진 작가는 “사진이 따뜻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따뜻한 것”이라고 말한다. 임종진 제공
사진집에 실린 160여 장의 사진에는 이렇게 순간으로 응축된 사연이 담겼다. 10년의 기록이다. 임 작가는 캄보디아에서 비정부기구(NGO) 전업 활동가로 살았던 2년을 포함해 10년 동안 그곳에 삶의 중요한 부분을 두었다. 사진 찍는 일을 넘어 학교 짓는 일을 돕고 유치원 운영을 지원하며 그곳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 그렇게 맺어온 관계의 결실이 <캄보디아, 흙 물 바람 그리고 삶>에 응축됐다. “사진집을 통해서 내가 아니라 그들을 봐달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을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기보다는 사연 전달자라 여긴다. 사람들이 끝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 남자들은 집을 고치고, 여자들은 밥을 짓고, 아이들도 자신의 일을 한다. 열심히 놀거나 부모를 돕거나, 그렇게 아이의 일을 한다. ‘자, 찍으세요’, 멈춰선 사람이 없다. 그가 가는 곳마다 가난은 산재해 있지만, 가난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장애를 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손목이 없는 오른손은 재단을 하는 왼손과 함께 일한다. 장애로 삶을 좁히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를 돌본다. 쓰레기더미 위에서 일하는 손녀는 할머니 머리에 묻은 뭔가를 떼내려 손끝에 집중한다. 너무 낭만적이거나, 너무 비극적이거나. 저개발국가를 보는 양극의 시선이 여기엔 없다. 그냥 옆에서 사는 모습을 찍은 ‘캄보디아 노동일기’ 같다. 일하다 밥 짓다 자꾸만 사람들이 웃는데, 한 번 짓고 말 표정이 아니다. 오늘도 내일도 되풀이될 얼굴이다. 웃음에서 생활의 냄새가 난다. 삶·땅의 변화를 통해 보다 그리고 흙, 물, 바람이 있다. 사진집은 캄보디아 농촌의 새벽 풍경으로 시작해 씨를 뿌리고 벼가 자라고 수확을 하는 과정을 차례로 담는다. 이런 자연의 순환 속에서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고 성숙하고 늙어가는 모습이 자연스레 펼쳐진다. 마지막 부분은 그가 각별히 관심을 기울인 프놈펜의 보엥카크 호수 빈민촌이 철거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자본이 삶을 파괴하는 현장을 철거와 같은 사건이 아니라 삶과 땅의 영구적 변화를 통해 증언한다. 기사의 처음에 언급된 사진도 이곳의 일상을 담은 것이다. 처음 캄보디아로 떠났던 2004년 여름, 그는 <한겨레> 사진기자였다. 나중에 10여 년의 기자 생활을 접고 떠난 그곳에서 그는 더 깊은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려고 했다. 그리고 ‘달팽이사진관’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가족사진을 찍으며 캄보디아 곳곳을 다녔다. 이렇게 다가선 ‘또 하나의 세계’에서 그는 더 잘 찍는 작가가 되기보다 더 귀기울이는 사람이 되려고 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